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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이 아시아 국가들의 에너지 안보에 미치는 영향

I. 서론

2026년 2월28일 시작되었던 이란 전쟁,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세계 석유 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차질”이라고 규정한 상황을 초래했다.

이번 이란 전쟁은 심각한 원유 공급 부족, 환율 변동성, 인플레이션, 그리고 스태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를 야기한 1970년대 석유 위기를 재현하고 있다.

그림 1 이 보여주듯 2026년 3월 4일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이 중단되었고,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섰으며, 카타르와 쿠웨이트는 석유 수출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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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호르무즈 해협 지도 (출처: http://www.drishticuet.com)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Kpler의 선적 데이터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걸프 6개국의 총 원유 수출은 2026년 2월 4억 6,900만 배럴에서 전쟁이 진행되었던 2026년 3월 2억 6,300만 배럴로 감소했는데, 이는 2억 600만 배럴이 감소한 것으로, 한달 만에 무려 44%가 감소한 엄청난 규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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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걸프 6개국의 원유 수출은 2026년 2월 4억 6,900만 배럴에서 3월 2억 6,300만 배럴로 대폭 감소 (출처: Kpler 및 Aljazeera).

그림 3에서 볼 수 있듯이,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량이 급감했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은 세계 에너지 무역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고 통제해 왔다. 그림 3에서 나타난 것처럼, 이란의 위협과 이란 혁명수비대의 실제 해협 통과 선박 공격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통행량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졌다.

특히, 원유를 수송하는 유조선(연한 파란색)의 통행은 2026년 2월에 비해 3월에는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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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2026년 2월, 3월, 4월 호르무즈 해협 통행량(출처: IMF Portwatch 및 Statista)

이러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걸프 지역 국가들의 원유 수출 차질은 그림 4에서 볼 수 있듯이 세계 유가 급등을 초래했다. 2026년 2월 28일 이란 전쟁 이후, 브렌트유 가격은 2026년 3월과 4월 기간 배럴당 약 100달러선에서 오르락 내리락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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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브렌트유 가격 (출처: Trading Economics)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걸프 지역 국가들의 원유 수출 차단이 세계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그 악영향은 세계 각 지역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그림 5에서 볼 수 있듯이, 아시아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된 걸프 지역 국가들의 원유 수출의 주요 최종 정착지인데, 특히 중국, 인도, 일본, 한국이 걸프 지역 국가들의 원유 주요 수입국이다. 2025년 상반기 동안 하루 약 2천만 배럴의 원유, 즉 ​​전 세계 해상 원유 교역량의 약 2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되었는데, 이 중 89%가 아시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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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출 최대 물량 종착지는 아시아 (출처: IEA & CNA)

그림 6에서 알 수 있듯이, 아시아 국가 중에서 중국, 인도, 일본, 한국은 2025년 상반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된 원유 및 콘덴세이트 전체 물동량의 74%를 차지했다.

원유 이외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출된 액화천연가스(LNG)의 거의 90%가 아시아 시장으로 향했으며, 이는 아시아 전체 LNG 수입량의 약 27%를 차지했다.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은 2025년 전체 LNG 수입량의 거의 3분의 2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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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2020년~2025년 상반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된 원유 및 콘덴세이트 수송량

그림 5, 6 이 보여주듯이 “중국, 인도, 일본, 한국, 그리고 여러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포함한 거의 모든 아시아 국가들은 중동으로부터 운송되는 원유 및 가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라고 난양공과대학교 S 라자라트남 국제학연구소(RSIS)의 선임 연구원인 로렌스 앤더슨은 CNA에 말했다.

이는 이란 전쟁이 발생한 지역과 그로 인해 경제적 피해를 입는 지역 사이에 큰 불균형을 초래했다. 왜냐하면 아시아 국가들은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위에서 설명한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본 논문은 이란 전쟁이 아시아 국가들의 에너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초점은 중국, 인도, 일본, 한국에 맞춘다. 이를 위해, 본 논문은 먼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아시아 국가들로 운송된 원유 수송량을 살펴봄으로써 아시아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어 본 논문은 이란 전쟁 이후 아시아 국가들의 변화된 에너지 정책을 탐구한다. 걸프 지역 국가들에 대한 의존해서 벗어나 미국과 러시아로의 원유 수입원을 다변화하려는 아시아 국가들의 노력과 원자력 및 석탄 에너지에 초점을 맞춘 아시아 국가들의 새로운 에너지 정책을 살펴본다.

II.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의존도

그림 7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송된 원유 및 콘덴세이트의 89%가 아시아 시장으로 향했다. 중국, 인도, 일본, 한국이 주요 종착지였으며, 이들 4개국은 2025년 상반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송된 전체 원유 및 콘덴세이트 물동량의 74%를 차지했다. 2025년 상반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중국에는 하루 평균 535만 배럴의 원유가, 인도, 한국, 일본, 그리고 기타 아시아 국가에는 각각 하루 평균 210만, 170만, 155만, 198만 배럴의 원유가 각각 공급되었다. 대조적으로 2025년 상반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유럽에는 하루 53만, 미국에는 36만 배럴의 원유가 공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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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2025년 상반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세계 각국에 수송된 원유량 (출처: Visual Capit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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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8: 주요 아시아 국가의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에너지 수입 의존도 (총 에너지 수입량 대비 비율)

그림 8에서 볼 수 있듯이, 2025년 총 에너지 수입 대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입 비중은 일본 65.1%, 한국 62.7%, 중국 43.1%, 인도 40.6%, 대만 39%로 추산되었다.

따라서 아시아 국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송된 중동 국가들의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대단히 높다.

또한 그림 9는 태국, 인도, 한국, 필리핀이 높은 원유 수입 의존도로 인해 국제 유가 상승에 가장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5년 GDP 대비 순 원유 수입 비중이 태국은 4.5%, 인도는 3%를 넘어섰고, 한국은 2.5%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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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9: 2025년 GDP 대비 아시아 국가의 순 석유 수입 비율 (출처: CEIC 및 노무라 글로벌 이코노믹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걸프 국가들의 원유 수출량이 2026년 2월 4억 6,900만 배럴에서 3월 2억 6,300만 배럴로 크게 감소함에 따라, 걸프 국가들의 원유에 크게 의존하던 아시아 국가들은 중동 지역에서 잃은 감소분을 다른 지역에서 보충하기 위해 대체 원유 공급원을 찾고 있다.

III. 이란 전쟁 이후 아시아 국가들의 에너지 정책

이란 전쟁은 개전 후 단 몇 주 만에 중동의 미래에 대해 엄청난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유가가 폭등했고, 걸프 지역 국가의 많은 석유 및 액화천연가스 생산 업체들이 가동을 중단하거나 생산량을 줄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시아는 중동 국가들에 대한 원유 의존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이란 전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 경제는 젊은 인구 증가,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의 확장, 그리고 빠른 경제 성장으로 향후 10년 동안 원유 등 에너지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는 이전의 위기들처럼, 이번 이란 전쟁은 중동 지역에 대한 원유 의존도가 매우 높아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아시아 지역 국가들로 하여금 그들의 미래의 에너지 자립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을 극적으로 바꾸도록 만들었다. 이에 따라 아시아 국가들은 먼저 첫 조치로 중동 지역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러시아와 미국으로 원유 수입원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이어 원자력 에너지와 석탄 사용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1. 아시아 국가들의 원유 수입처 다변화: 걸프 지역에서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기타 다른 국가로의 전환

a. 아시아 국가들의 미국산 또는 남미산 원유 수입

미국-이란 전쟁으로 전 세계 원유 및 가스 공급량의 약 5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게 되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에 사상 최대의 혼란이 야기되었다. 이에 따라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공급에 크게 의존하는 아시아 국가의 정유업체들은 가능한 모든 곳에서 대체 물량을 구매하려 분주했고, 이는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의 석유 수요를 급증시켰다.

그림 10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의 원유 수출 증가는 유럽과 아시아 지역 구매자들이 지역별 유가 차이로 운송 비용이 상쇄되면서 원유 공급처를 미국으로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리스타드의 석유 시장 담당 부사장인 Janiv Shah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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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0: 미국 원유 수출량은 2026년 거의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 (출처: EIA)

이에 따라 미국의 원유 수출량은 최근 하루 520만 배럴로 급증하며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하루 560만 배럴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에 근접한 수치이다.

선박 추적 서비스 업체인 Kpler에 따르면 4월 5일~11일 기간 하루 미국 원유 수출량의 약 47%에 해당하는 240만 배럴이 유럽으로 향했고, 약 37%에 해당하는 149만 배럴은 아시아로 향했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30%에서 증가한 수치이다. 최근 미국 원유 주요 구매국으로는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등의 유럽 국가와 일본, 한국 등의 아시아 국가들이다.

일본 정유사들은 올해 4월 약 3백만 배럴의 미국산 원유를 주문했다. 4월 초 일본이 미국산 원유 5월 선적 물량 구매를 주도했으며, 한국, 싱가포르, 태국 정유사들도 구매에 참여했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트레이더들에 따르면, 5월분 선적을 위해 미국 멕시코만산 원유 최소 6천만 배럴이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구매되었으며, 이는 4월 선적 물량과 동일한 수준이다. 이는 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밖에 일본은 4월 22일 멕시코산 원유 100만 배럴을 수입하기로 멕시코 정부와 합의했으며, 인도 시기는 2026년 7월로 예정되어 있다. 이번 계약은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폐쇄로 인한 원유 공급 차질을 완화하고, 세계 석유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일본의 원유 수입원을 다변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림 11이 보여주듯 한국의 경우 전년 대비 2026년 3월 중동 지역으로 부터의 원유 수입은 쿠웨이트 -42%, 아랍에미리트 -13%, 사우디아라비아 -12%, 이라크 –8% 로 감소한 반면 미국으로부터의 원유 수입은 79%, 노르웨이로 부터는 무려 3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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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1: 전년 대비 2026년 3월 한국의 원유 수입원 변화 (출처: 아시아 경제, 4월24일자)

아시아로 향하는 미국산 원유의 대부분은 약 200만 배럴을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유조선(VLCC)에 선적되고 있다. 여기에는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여 태평양을 건너 동아시아까지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아프라막스급 유조선도 포함된다.
일본과 한국 이외에도 중국이 미국산 원유 구매를 위해 적극 움직이고 있다.

중동 지역으로 부터의 원유 공급 차질과 아시아 전역의 에너지 시장 경색으로 중국이 에너지 전략을 재조정함에 따라, 미국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대규모 구매를 재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중국의 구매 움직임을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조치로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2025년 초 미국산 LNG 수입을 중단했던 것에 대한 상당한 양보, 나아가 미국에 대한 전략적 보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재개하고 있는데, 유조선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4월 하루 약 60만 배럴의 미국산 원유가 중국으로 선적될 예정이다. 이는 과거 무역 긴장으로 중단되었던 양국 간 에너지 교역이 재개되었음을 의미한다.

중국 쓰촨성 칼럼니스트 량미(Liang Mi)는 “중국은 하루 약 60만 배럴, 즉 한 달에 약 1,800만 배럴의 미국산 원유을 구매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 가격으로 약 100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유사들은 올해 4월에 약 3백만 배럴의 미국산 원유를 주문했는데, 이는 중국의 5일치 구매량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는 또한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대규모 에너지 구매를 재개하기로 한 결정은 올 5월에 예정된 양국 정상 회담을 앞두고 나온 것이며, 이번 구매가 양국 고위급 대화를 위한 보다 건설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에너지 전문가들은 원유 품질, 정유 시설 구성, 인도의 수요 간의 불일치를 지적하며 인도가 미국산 원유를 대거 수입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인도의 정유 시설은 디젤 생산량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미국산 원유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

2026년 2월, 미국과 인도 간의 포괄적인 무역 협정의 일환으로 인도는 미국산 에너지, 정보통신기술, 석탄 및 기타 제품을 5천억 달러 이상 수입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 2026년 초, 인도는 대규모 에너지 무역 협정을 이행하고 중동 지역의 공급 차질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산 원유 수입량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6년 3월 기준 러시아는 여전히 인도의 최대 원유 공급국이다. 중동 지역으로 부터의 원유 공급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사상 최저치인 26.3%까지 떨어진 반면 러시아는 인도 원유 수입량의 50%를 공급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치열한 미국 원유 구매 경쟁은 아시아 지역 정유사들과 세계 정유사들 간의 갈등을 야기하기도 했다. 아시아로 수출되는 물량 중 일부는 원래 유럽 정유사들을 위해 예약되었던 물량이기 때문이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네덜란드가 미국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이며, 한국이 그 뒤를 잇고 있다고 한다.

b. 아시아 국가들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미국-이란 전쟁이 한 달 이상 이어지고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에너지 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산 원유 확보를 위한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세계 원유 공급을 늘리기 위해 미국은 이미 해상에 있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3월 일시적으로 해제한 데 이어 4월 이를 다시 재연장했다.

러시아 원유에 대한 아시아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이 때문에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휘발유와 디젤 같은 연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정제되지 않은 석유인 원유 수출량을 러시아가 늘릴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이미 이전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최근 3월 러시아 석유 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의 원유 수출 능력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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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2: 2026년 3월,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를 가장 많이 구매한 국가 (출처: CREA)

올해 2월 28일 시작된 이란 전쟁 이전 중국, 인도, 터키가 러시아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이었으며, 이들 국가들은 서방의 제재를 무시하고 상당한 할인 혜택을 누리며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했다. 이란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었던 올 3월에도 그림 12가 보여주듯 아시아 국가인 중국과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가장 많이 구입했다.

그런데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미국의 제재 해제는 에너지 수요가 높은 동남아시아 국가들, 특히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으로 하여금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다.

오랜 미국의 동맹국인 필리핀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한 지 며칠 후 5년 만에 처음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뒤따를 가능성이 있지만, 크플러(Kpler)에 따르면 해상에 있는 약 1억 2,600만 배럴의 러시아 원유를 두고 중국, 인도와 여러 아시아 국가들이 경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월 19일 토요일 발표된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최대 원유 공급국인 러시아로부터 올해 3월 1,007만 톤(하루 237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는 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것이었다.

브라질로부터의 원유 수입은 3월 503만 톤(하루 118만 배럴)으로 154% 급증했다.

반면 중동 지역으로 부터의 중국의 원유 수입은 크게 줄었다. 중국의 두 번째 최대 원유 공급국인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의 3월 원유 수입량은 586만 톤(일일 138만 배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다. 이라크로부터의 수입 또한 3월에 397만 톤(일일 93만 배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했다. 이란산 원유의 최대 환적지인 말레이시아로부터의 3월 원유 수입도 514만 톤(일일 121만 배럴)으로 41% 감소했다.

중국 세관은 미국, 베네수엘라, 이란으로부터의 수입 내역은 기록하지 않았다.

시티은행이 3월 2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도 원유 수입량의 약 50%,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량의 60%, 그리고 거의 모든 LPG 공급이 차질을 빚었다.

이에 따라 인도는 2026년 3월 말까지 원유 수입국을 약 20개국에서 40개국으로 신속하게 다변화했다. 이러한 다변화를 통해 인도는 이제 원유 수입량의 70%를 호르무즈 해협 이외 지역에서 조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인도의 원유 수입은 여전히 ​​대부분 러시아(1위)와 중동 국가들, 즉 사우디아라비아(2위), 아랍에미리트(4위), 이라크(5위)로부터 이루어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4월 21일 보도에서 인도의 올해 3월 원유 수입량이 2월 대비 13% 감소했으며, 이 중 절반이 러시아산이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중동 원유 수송이 중단된 데 따른 것이다.

세계 3위 원유 수입국인 인도는 올해 3월 하루 450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2월 대비 거의 두 배 증가한 하루 평균 225만 배럴을 기록했으며, 3월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은 역대 최고치인 50%까지 상승했다. 인도는 또한 4월분을 위해 약 6천만 배럴의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했다.

반면 중동산 원유 수입량은 61% 감소한 하루 평균 118만 배럴을 기록했고, 인도 원유 수입에서 중동산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저치인 26.3%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인도가 중동산 원유를 대체하기 위해 아프리카산 원유 수입을 늘리면서 올해 3월 앙골라가 3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아랍에미리트와 이라크가 뒤를 이었다.

인도는 중동산 원유 수입 부족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6년 만에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그림 13이 보여주듯 한국과 일본은 러시아산 석탄과 LNG는 대량 구입해 왔다. 하지만 한국은 2022년 4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 가해진 국제 제재에 동참하면서 러시아 원유를 수입하지 않았다.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한국은 러시아로부터 2020년 645만893t, 2021년 791만 5071t의 원유를 수입했다. 각각 전체 한국 원유 수입량의 4.9%, 6.1%에 해당하는 수치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314만 5312t (2.4%)으로 급감했고, 미국과 EU의 제재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023년부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완전히 끊겼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최근 러시아산 나프타를 구매했으며 러시아산 원유도 수입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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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3: 2022년 12월부터 2026년 3월말 까지 러시아 화석 연료를 가장 많이 구입한 국가

일본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까지는 사할린산을 포함한 러시아산 원유의 정기 구매자였다. 하지만 2023년 1월 이후 미국과 EU가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면제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했었다. 그러다 2025년 소량의 사할린산 원유를 수입했다.

일본 의회에 출석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올해 4월 7일 러시아산 원유 수입 문제에 대해 “주요 7개국(G7) 및 국제사회와 연대해 우크라이나 평화 실현과 일본의 국익에 어떤 게 효과적인가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 이란 전쟁 이후 아시아 국가들의 에너지 정책 변화

이란 전쟁 이후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위에서 설명했듯이 원유 수입처를 중동 의존에서 벗어나 미국과 러시아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원유 수입처 다변화 이외에 자국의 에너지 안보를 위해 근본적으로 에너지 정책을 다시 설계하고 있다.

많은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는 이전의 경제 위기처럼, 이란 전쟁은 아시아 지역 정부들로 하여금 자국의 에너지 안보와 미래 에너지 자급률을 확보하기 위한 에너지 계획을 극적으로 바꿔놓았다.

세계 3위의 전략 석유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가동을 중단했던 일부 원자력 발전소를 재가동하고 있는 일본은 기존 에너지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미래 에너지 공급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은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한 일본 국민의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지역에서 원자력 에너지 도입과 확대를주도하고 있다. 사나에 다카이치 총리는 궁극적으로 원자력 발전을 통해 100% 에너지 자립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란 전쟁으로 야기된 에너지 위기 속에서 다카이치 총리 정부는 본격적인 원자력 발전 재개 시점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이란 전쟁은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일본 내 여론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이미 향후 10년 내 23개의 신규 원자로를 건설할 계획을 세웠으며, 현재 이 계획을 가속화하고 있다. 베트남과 필리핀처럼 이미 원자력 발전을 검토해 온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원자력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작년 세계은행이 원자력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을 시작하기로 한 결정은 이러한 아시아 국가들의 노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이란 전쟁의 영향을 논의하기 위해 특별 내각 회의를 소집했다. 한국은 이미 세계 주요 원전국 중 하나이지만, 한반도 핵확산 우려 때문에 농축 우라늄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으로, 진정한 에너지 자립은 불가능하다. 에너지 안보 강화에 대한 절박한 필요성 때문에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우려를 무시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은 한국의 유일한 안보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 악화는 물론, 한국의 우라늄 농축 능력 증대에 대해 북한이 강력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지정학적 위험을 수반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미국과의 민간 핵 협정 재협상을 추진하고 국내 우라늄 농축 준비를 강행하고 있다.

한편, 아시아 국가들은 대기 질과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도 불구하고 석탄 화력 발전소를 다시 도입하고 있는데, 이는 많은 국가들이 자국내에 상당한 석탄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고 석탄 발전소 건설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최근 뉴욕 타임스가 보도한 바와 같이, 방글라데시, 인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은 모두 새로운 석탄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또한 많은 아시아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석유와 가스에 대한 유럽의 의존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닫고, 유럽이 화석 연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이뤄낸 진전을 배우기 위해 유럽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5년에는 유럽 연합 내에서 풍력과 태양광으로 생산되는 전력량이 사상 처음으로 화석 연료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었다.

아시아에는 재생에너지 개발 잠재력이 엄청나다. 세계은행이 2026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동아시아는 “방대한 미개발 재생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청정에너지 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며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에너지 안보를 증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많은 아시아 국가 지도자들은 오랫동안 재생에너지를 신뢰할 수 없고, 비용이 많이 들며, 저소득 또는 중간 소득 국가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경시해 왔다. 세계은행 보고서는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네 나라가 총 65,000기가와트의 재생에너지 잠재생산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잠재력의 97%가 아직 활용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을 계기로, 아시아 지역 지도자들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있다. 재생에너지에 무관심했던 인도네시아 정부도 태양광 및 지열 발전 프로젝트를 가속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흘릴 라하다리아 인도네시아에너지광물자원부 장관은 올해 3월 초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과 진행 중인 이란 전쟁으로 인해 장기적인 에너지 공급의 지속성이 보장될 수 없다. 따라서 모든 국내 에너지 자원을 최적화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3월 말 새로운 태양광 및 지열 발전소 건설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모든 아시아 국가가 자국의 에너지 전략을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다. Diplomat magazine의 세바스찬 스트랭지오가 지적했듯이 브루나이와 말레이시아는 산유국이자 원유 수출국이다. 중국은 자체 엄청난 석유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재생에너지 및 기타 에너지원을 확대해 왔고, 인도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산 원유도 상당량 수입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이란 전쟁 이전에 상당한 석유를 비축했는데, 돌이켜보면 매우 현명한 조치로 평가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단기적으로 원유 부족 사태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산 천연 가스 수입 중단으로 야기된 위기에 대응하여 유럽이 즉시 활용할 수 있었던 방안들, 즉 신속한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원 다변화, 공격적인 에너지 수요 감축, 그리고 집중적인 에너지 저장 정책은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에게선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선진국 경제가 이룩해 내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일이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과정조차 아직 완료하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 상태가 지속되는 한, 아시아 국가들과 그 국민들은 장기적인 경제적 고통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IV. 결론

본 논문은 미국-이란 전쟁이 아시아 국가들의 에너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초점은 중국, 인도, 일본, 한국에 맞추었다. 이를 위해, 먼저 본 논문은 2025년 상반기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아시아 지역으로 운송된 원유 수송량을 살펴봄으로써 세계 어떤 지역 보다 아시아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어 본 논문은 이란 전쟁 이후 아시아 국가들의 변화된 에너지 정책을 설명하였다. 먼저 걸프 지역 국가들에 대한 의존해서 벗어나 미국과 러시아 등 타 국가로 원유 수입원을 다변화하려는 아시아 국가들의 노력을 조사했고 이후 원자력 및 석탄 에너지 발전에 초점을 맞춘 아시아 국가들의 새로운 에너지 정책을 살펴보았다.

First published in: World & New World Journal
World & New World Journal Policy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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