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략한 배경: 미국 내 이스라엘의 정보 활동
미국의 방첩(counterintelligence) 기관들은 오랫동안 이스라엘을 중국, 러시아와 함께 미국 영토 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정보 활동을 수행하는 국가 가운데 하나로 평가해 왔다. 이러한 활동은 1960~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이스라엘이 기술 및 핵 분야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으로부터 첨단 기술 정보를 획득하는 임무를 맡은 과학연락국(LAKAM, Scientific Liaason Bureau)을 설립하면서 본격화되었다.
모사드(Mossad)와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역사적으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이러한 협력이 양국 간의 마찰을 완전히 없앤 것은 아니었다. 1985년 조너선 폴라드(Jonathan Pollard) 사건은 이러한 긴장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냉전 이후와 9·11 테러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미국 방첩기관의 주요 감시 대상이었다. 특히 1996년 CIA 보고서는 이스라엘이 미국의 이익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첩보 활동(extensively engaged in espionage)”을 수행하고 있다고 명시적으로 평가했다.
2010년대에는 이스라엘이 이란 핵협상 관련 비공개 협상을 도청했다는 정황이 드러났으며, 2020년대에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Epstein)과 이스라엘 정보기관 간의 연관성 의혹이 제기되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다. 역사적으로 이스라엘의 정치 정보활동은 단순히 군사·기술 정보를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의 협상 입장을 파악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어 왔다. 이스라엘 정부는 때때로 미국에 대한 첩보 활동을 중단했다고 주장해 왔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활동이 보다 신중하고 은밀한 방식으로 변화했을 뿐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펜타곤의 ‘최고 위험(Critical)’ 평가
필자는 이전 연구에서 미국-이스라엘 축과 이란 사이의 100일간의 분쟁이 중동의 세력 구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Calderon, 2026). 이러한 군사적 공조는 이스라엘이 역내 우위를 확보하는 데 기여했지만, 동시에 미국이라는 가장 가까운 동맹국 내부에서조차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구하도록 만들었다.
현재 우리는 이러한 오랜 긴장이 전쟁의 결과와 맞물려 더욱 심화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미국 국방정보국(DIA)은 이스라엘의 대미 첩보 위협 수준을 최고 단계인 ‘Critical(최고 위험)’ 등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이스라엘의 정보 활동이 이전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펜타곤의 이러한 결정은 최근 DIA의 내부 평가 보고서를 통해 공식화되었다. NBC 뉴스(2026)는 현직 및 전직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DIA가 미국을 대상으로 한 이스라엘의 인적(HUMINT) 및 기술(SIGINT) 정보수집 능력이 전례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조치가 아니다. 7쪽 분량의 해당 보고서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이란과의 전쟁 및 중동 전략과 관련한 미국 정부 내부 논의를 점점 더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다는 우려를 담고 있다. 정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감시는 특히 미국 행정부의 중동 정책을 담당하는 고위 정책결정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는 미국 국방 당국이 심각한 신뢰 훼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워싱턴이 우려하는 핵심은 단순히 이스라엘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및 향후 중동 질서에 대해 점점 더 다른 전략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미국의 내부 정책 결정 과정을 사전에 파악하려 한다는 점이다. 양국은 전쟁 초기에는 긴밀히 협력했지만, 전쟁의 종결 방식과 이후 지역 질서에 대한 전략적 목표는 점차 엇갈리고 있으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입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최근 더욱 뚜렷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의 긴장을 완화하고 경제적 불안정을 줄이기 위해 이란과의 외교적 해결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반면, 네타냐후 정부는 미국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보다 강경한 군사적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긴장 완화를 거부하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거친 표현이 오간 대화에서 트럼프는 네타냐후를 “미쳤다(crazy)”고 비난하며, 미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그는 감옥에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는 네타냐후가 중동 질서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 외교적 틀을 스스로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입장은 분명하다. 백악관은 레바논에서의 교전 중단을 이란과의 보다 포괄적인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필수 전제 조건으로 보고 있다(NPR/PBS, 2026).
첩보 활동 의혹의 전략적 함의
국방정보국(DIA)이 이스라엘의 첩보 위협 수준을 최고 단계로 상향 조정한 것은 단순한 정보 수집 문제를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이는 워싱턴과 예루살렘이 지역 분쟁의 향후 방향을 둘러싸고 점점 더 다른 전략을 추구하는 가운데, 양국 간 전략적 신뢰가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첫째, 이러한 의혹은 양국 간 정보협력의 기반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다. 이스라엘의 정보 활동이 미국 외교관, 군 관계자, 그리고 중동 정책을 담당하는 고위 관리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보도는 펜타곤 내부에서 민감한 정책 논의의 보안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이에 따라 미국 정보기관들은 정보 접근을 더욱 엄격히 제한하고, 방첩 절차를 강화하며, 오랜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최고 기밀 정보의 공유를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조치는 전통적으로 긴밀했던 미·이스라엘 안보 협력의 수준을 불가피하게 약화시킬 수 있다.
이번 첩보 의혹은 양국 정부가 추구하는 전략적 목표의 근본적인 차이를 드러낸다. 트럼프 행정부는 보다 광범위한 지역전쟁을 방지하고 경제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통제된 외교적 긴장 완화를 선호하는 반면, 이스라엘은 이란의 군사 및 핵 능력을 영구적으로 약화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군사 압박을 지지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 정책결정자들을 겨냥한 정보 수집은 단순한 방어적 조치가 아니라, 미국의 협상 입장을 사전에 파악하고 향후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전략적 목적을 지닌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의 비공개 협상 입장을 사전에 파악할 경우, 이는 현재 진행 중인 대이란 외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미국의 내부 ‘레드라인(red lines)’, 수용 가능한 양보안, 또는 협상 초안을 공식 제시 이전에 확보한다면, 이스라엘 지도부는 이를 바탕으로 공개적인 비판이나 정치적 압박, 혹은 실질적인 정책 방해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개할 수 있다. 이는 성공적인 외교가 요구하는 협상의 기밀성을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 향후 협상의 지속 가능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현재의 논란은 단순한 동맹국 간 첩보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이는 장기적인 지역 전략 목표가 더 이상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보 활동이 동맹국 간 전략적 이견을 관리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전략적 괴리는 최근 제기된 첩보 우려의 시점을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맥락을 제공한다. 만약 워싱턴이 테헤란과의 외교를 확대하면서 협상 내용을 보다 엄격히 관리하려 한다면, 이스라엘 정책결정자들 입장에서는 미국의 협상 입장과 잠재적 양보, 외교 일정 등을 사전에 파악할 강한 유인을 갖게 된다. 미국외교협회(CFR) 중동연구 선임연구원 엘리엇 에이브럼스(Elliott Abrams)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동맹국의 핵심 이해관계가 걸린 협상에서 때로는 그 동맹국을 협상 과정에서 배제하는 것이 미국에 유용하거나 심지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는 해당 동맹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미국과 동맹국 모두에게 보다 큰 행동의 자유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러한 평가가 타당하다면, 펜타곤이 방첩 경계를 최고 수준으로 높인 것은 단순한 전통적 첩보 문제를 넘어, 새로운 외교 환경 속에서 미·이스라엘 동맹이 적응해 가는 과정을 반영하는 신호일 수도 있다.
미국-이란 평화 프로세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워싱턴과 테헤란은 예비적인 상호 이해 단계에서 보다 체계적인 외교 협상 단계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카타르와 파키스탄을 비롯한 국제 중재국들의 중재 아래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 첫 번째 본격 협상 이후, 양측 대표단은 최종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대신 향후 포괄적인 협상을 지속하는 동안 추가적인 군사적 긴장을 방지하기 위한 60일간의 협상 프레임워크에 합의하였다. 중재국들은 이번 첫 회담이 “고무적인 진전(encouraging progress)”을 이루었다고 평가하면서, 수십 년에 걸친 적대관계를 즉각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일정 아래 외교가 지속될 수 있는 충분한 정치적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강조했다(France24, 2026).
구속력 있는 평화협정을 도출하기보다는, 협상은 14개 항으로 구성된 양해각서(Memorandum of Understanding, MOU)를 마련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한 약 4개의 기술 실무그룹이 구성되어 지역 불안정을 초래하는 핵심 현안들을 다루도록 했다. 이들 실무그룹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 단계적인 제재 완화,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세력과 관련된 역내 안보 문제, 그리고 페르시아만의 해상 안보를 주요 의제로 다루고 있다. 이러한 협상 구조는 현재 분쟁이 시작된 이후 워싱턴과 테헤란 사이에서 구축된 가장 포괄적인 외교적 틀이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두 개의 안보 전선이 특히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첫 번째는 레바논 남부이다. 미국이 보다 광범위한 지역 휴전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군사행동이 지속될 경우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새로운 군사적 현실이 형성되면서 협상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두 번째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미국이 분쟁 기간 동안 시행했던 해상 봉쇄의 핵심 조치를 일부 해제한 이후 협상단은 보다 큰 의견 접근을 이루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협상은 상업 선박의 항행 자유 보장, 해상 충돌 방지 메커니즘 구축,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 수송로 가운데 하나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적 충돌 방지에 집중되고 있다. 이 두 지역의 안정화는 전체 협상 틀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 되었다.
따라서 이번 협상은 ‘시간과의 외교(diplomacy under the clock)’라고 표현할 수 있다. 워싱턴과 테헤란은 평화를 선언하기보다는 전장의 상황이 다시 정치적 의제를 지배하기 전에 외교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데 합의한 것이다. 협상의 성공 여부는 양해각서의 문구 자체보다도, 모든 역내 행위자들이 이 취약한 외교적 기회를 무너뜨릴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가장 고무적인 외교적 진전은 분쟁에서 가장 민감한 전선 가운데 하나인 레바논 전선에서 나타났다. 협상 기간 동안에도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은 계속되었지만, 미국은 동시에 이스라엘과 레바논 관계자들을 각각 접촉하는 별도의 외교 채널을 추진하였다. 워싱턴에서 여러 차례의 개별 협의를 거친 후, 미국은 6월 26일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적대행위를 완화하고 안보 협력을 강화하며, 블루라인(Blue Line)을 따라 새로운 군사적 긴장을 방지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예비 기본합의(framework agreement)에 도달했다고 발표하였다(Al Jazeera, 2026).
비록 이번 발표가 최종적인 평화협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보다 광범위한 미·이란 협상을 보완하는 중요한 신뢰 구축 조치(confidence-building measure)로 평가된다. 제네바 협상과는 별도로 지역에서 가장 불안정한 전선을 안정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은 전체 외교 과정을 위협할 수 있는 분쟁 요소를 줄이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의 기본합의는 평화협정이라기보다 외교적 기회를 제공하는 장치로 이해되어야 하며, 그 성공 여부는 결국 전장의 상황이 협상 테이블을 압도하지 않는지에 달려 있다. 향후 60일 동안 이러한 취약한 외교적 모멘텀이 지속 가능한 지역 평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보다 분명해질 것이다.
그러나 7월 8일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이러한 외교적 모멘텀이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업 선박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공격이 발생한 이후, 미국은 이란 군사시설에 대한 추가 공습을 단행했고, 이에 대응하여 이란은 걸프 지역의 미국 시설을 공격하였다. NATO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판단으로는 임시 양해각서(MOU)가 사실상 “종료되었다”고 선언했으며, 동시에 이란 정부 역시 반복되는 군사행동과 새로운 제재 조치로 인해 해당 합의는 더 이상 효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비록 외교 채널 자체가 공식적으로 폐기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 휴전은 점점 더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는 이번 MOU가 애초부터 최종 평화협정이 아니라 통제되지 않는 군사적 확전을 방지하기 위한 임시적 장치였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협상이 이러한 새로운 군사적 충돌 국면을 극복할 수 있는지 여부가, 이번 MOU가 장래의 지역 안보 체제의 기반이 될 것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실패한 위기관리 시도로 끝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