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슬람 공화국과 미국 사이의 지속 가능한 합의가 성립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장애물 중 하나는 양측의 전략적 레드라인(red lines)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미국은 이란의 미사일 능력, 군사 역량, 그리고 지역적 영향력을 협상 의제에 포함시키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왔다. 반면 테헤란은 이러한 영역을 국가 안보와 억지력의 핵심 요소로 간주하며 비타협적 사안으로 규정하고 논의 자체를 거부해 왔다. 그 결과 지속적인 교착 상태가 형성되었으며, 이는 보다 광범위한 합의를 저해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지난 1년 동안 긴장을 고조시키고 군사적 충돌 위험까지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따라서 핵심 질문은 이러한 교착 상태를 극복할 수 있는 경로가 존재하는지, 즉 이란이 자국의 핵심 레드라인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상대측의 우려를 무시하지 않는 해결 방식이 가능한지에 있다.
이에 대한 답은 강대국 간 군비 통제의 역사적 경험에서 찾을 수 있다. 냉전 기간 동안 전례 없는 이념적, 정치적, 군사적 경쟁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소련은 통제되지 않은 군비 경쟁이 양측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점차 인식하게 되었다. 그 결과 전략무기제한협상(SALT), 중거리핵전력조약(INF),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등 일련의 군비 통제 협정이 등장하였다. 이러한 협정들은 상대의 군사력을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억지력을 유지하면서 군비 경쟁의 무제한적 확산을 억제하는 균형을 찾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본질적으로 지속 가능한 안보는 상대의 힘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규제하고 갈등을 관리함으로써 달성된다는 원칙에 기반한다.
이러한 경험은 이란–미국 관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중동의 전략 환경은 냉전 당시의 글로벌 환경과 크게 다르지만, 근본 원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즉 군사적 역량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틀에서 협상은 군사력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그 범위와 제한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강대국 간 군비 통제 협정이 일반적으로 무기체계의 두 가지 요소—양과 질—에 집중했던 것처럼, 이란과 미국 간의 잠재적 협력 메커니즘도 정량적 및 정성적 지표를 다룰 수 있다. 여기서 ‘양’은 무기 체계 및 플랫폼의 수를 의미하고, ‘질’은 사거리, 정확도, 파괴력 및 기타 기술적 특성을 포함한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제한이 두 가지 기본 원칙이 유지될 때만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즉, 억지력의 유지와 지역 세력 균형의 유지이다.
이란의 경우, 이 두 원칙은 특히 중요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란의 미사일 능력은 국가 억지력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능력은 첨단 무기 시스템에 대한 제한된 접근성과 주변 지역에서의 미국 군사력 존재라는 환경 속에서 발전해 왔다. 따라서 어떠한 제한 논의도 이란의 억지력을 보존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동시에 지역 세력 균형 역시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한쪽만 비용을 부담하고 다른 쪽만 이익을 얻는 방식의 제한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새로운 불안정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중요한 도전은 미국이 협상 과정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있다. 워싱턴의 전략적 계산 상당 부분은 게임이론에서 ‘치킨 게임(Chicken Game)’으로 설명되는 논리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각 측은 압박을 강화하여 마지막 순간에 상대가 물러나도록 만들려 한다.
이 시나리오에서 각 측은 상대가 마지막 순간에 물러서도록 만들기 위해 압력을 고조시키며 서로를 설득하려 한다.
성공은 타협을 통해서가 아니라, 더 큰 위험을 감내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달성된다. 최근 몇 년간 이란에 대한 미국의 행동은 이러한 관점에서 상당 부분 해석될 수 있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워싱턴은 동시에 새로운 제재를 시행하고,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며, 지역 내 군사 주둔을 확대하고, 이란에 대한 억지 동맹을 강화해 왔다. 이러한 접근은 미국 의사결정 구조 일부에 존재하는 근본적 가정을 반영한다. 즉,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위기 고조를 막기 위해 결국 일부 핵심 ‘레드라인’에서는 양보할 것이라는 인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의 문제는 오판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양측 모두 상대가 마지막 순간에 물러설 것이라고 가정할 경우, 의도하지 않은 군사적 충돌의 위험은 오히려 증가한다. 냉전 경험은 전략적 안정이 일방적 압박이 아니라, 힘의 현실과 한계에 대한 상호 인식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협상과 동시에 군사적·경제적 압력을 병행하는 방식은, 그것이 균형 잡힌 지속 가능한 합의가 아니라 강압(coercion)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신호를 전달하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상호 합의된 군사적 제한에 기반한 메커니즘은 이란에게 여러 장점을 제공할 수 있다. 첫째, 협상 교착 상태를 방지할 수 있다. 상대가 미사일 및 안보 문제를 계속 제기할 경우, 테헤란은 이를 단순히 거부하는 대신 대안적 틀을 제시할 수 있으며, 이는 억지력을 유지하면서도 대화 채널을 열어두는 방식이 된다. 둘째, 이러한 접근은 이란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군비통제 협정은 주로 주요 강대국들 사이에서 논의되어 왔다. 이란이 이러한 대화에 참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지역 안보 구조에서 이란의 전략적 비중이 인정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에는 한계도 존재한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행 보장이다. 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미국이 탈퇴한 사례는 공식적인 합의조차 국내 정치 변화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새로운 메커니즘은 강제력 있는 보증 장치와 효과적인 감시 체계를 포함해야 한다. 또한 어떠한 제안을 제시하기 전에, 이란 내부의 정치·외교·군사 지도부 간에 참여 범위와 한계에 대한 내부 합의가 필수적이다. 어떤 분야를 제한 대상으로 설정할 것인지, 어떤 양보를 요구할 것인지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장기적 이익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궁극적으로 어떤 외교적 이니셔티브의 성공은 두 가지 조건에 달려 있다. 국내적 합의와 국제 현실과의 정합성이다. 이 조건들이 충족된다면, 절대적 저항과 일방적 양보를 넘어서는 하나의 현실적 선택지가 존재한다. 그것은 경쟁을 관리하고, 억지력을 유지하며, 균형을 유지하는 방식에 기반한 접근이다. 역사적 경험은 가장 깊은 안보 갈등조차도 대화를 불가능하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핵심 질문은 이란과 미국이 서로 의견이 다른지 여부가 아니라, 양측이 상대를 굴복시키려 하기보다 그 차이를 관리하기 위한 규칙을 설정할 의지가 있는지 여부이다. 그러한 의지가 존재한다면, ‘레드라인의 교착 상태’를 넘어서는 것은 국제정치에서 현실적인 가능성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