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계 휴전에 합의한 지 거의 10개월이 지난 지금,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다소 마지못해 ‘2단계’로 넘어가도록 압박받고 있다.
2026년 7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가 무장해제에 동의하고 가자지구의 치안 및 민간 행정 권한을 기술관료 중심의 팔레스타인 행정부에 넘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와 함께 미국이 중재한 가자 평화계획 2단계의 핵심 조건 가운데 하나다. 트럼프의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는 그다음 날 이를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에 관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트럼프에게 이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향한 “중대한 이정표”였다. 그러나 나는 팔레스타인 정치 전문가로서 이 계획의 실행을 가로막을 상당한 장애물이 있다고 본다. ‘2단계’로의 전환은 ‘1단계’가 완전한 성공과는 거리가 먼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2025년 10월 9일 휴전이 체결된 이후 이스라엘은 1,1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을 사망하게 했으며, 이스라엘군이 철수하기로 한 경계인 ‘옐로 라인’을 이동시켜 당초 합의된 가자지구 영토의 53%에서 현재 65% 이상으로 이스라엘군이 통제하는 영역을 확대했다. 한편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일상적인 생활 여건은 전반적으로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더욱이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다음 단계에 얼마나 진지하게 전념하고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현재 양측은 조치의 순서조차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철수하지 않으면 무장해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먼저 무장해제하지 않으면 철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마스에 대한 강한 압박
가자지구의 생활 여건 개선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데다 이스라엘이 계속해서 하마스 관계자들을 사살하고 있는 가운데, 하마스는 최근 몇 달 동안 추가 양보를 하라는 강한 압박을 받아왔다. 내부적으로 격렬한 논의를 거친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하마스는 이제 무장해제가 자신들의 조직뿐 아니라 가자지구에 갇힌 200만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도 가장 적은 비용을 치르는 선택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돌파구가 마련되기 위해서는 이집트, 튀르키예, 카타르 등 외부 중재국들이 하마스에 집중적인 압박을 가해, 평화위원회 고등판무관 니콜라이 믈라데노프가 제시한 2단계 로드맵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또한 이는 하마스가 내부 선거를 마무리하고 칼릴 알하이야를 정치국 의장으로 선출한 뒤에야 가능했다. 야히야 신와르의 사망 이후 구성됐던 이전 하마스 위원회는 내부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중대한 사안에 대해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이러한 진전은 모하메드 달란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는 이루어지기 어려웠다. 가자지구 출신인 그는 현재 아랍에미리트에 망명 중인 전 파타 고위 인사로, 영향력 있는 사업가이자 정치적 실력자이며 UAE 대통령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의 핵심 고문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자신이 머무는 국가의 지원을 받아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식량과 의료물자를 보내는 등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지원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왔다.
달란은 경쟁 정파의 고위 지도자 출신임에도 하마스와 다른 팔레스타인 파벌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해왔다. 동시에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 정치권과 지나치게 가깝다는 인식, 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지도부와의 결별, 그리고 2007년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하기 이전 그가 치안 업무를 담당했을 당시 사용했던 강경한 방식 때문에 논란이 많은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가자지구 주민들에게는 정치적 갈등보다 고통 완화와 복구에 대한 희망이 더 중요해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사위이자 대통령 평화위원회 위원인 재러드 쿠슈너와 협력해 움직인 달란은 개입에 나섰고,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해 하마스가 가자지구의 권력 이양과 하마스의 무장해제를 다루는 로드맵의 가장 논쟁적인 부분을 공개적으로 수용하도록 설득하는 데 힘을 발휘했다.
이스라엘의 반발
현재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2단계 합의를 준수하도록 압박하고 이를 보장할 책임이 미국과 국제사회에 있다고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아직 이 로드맵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그는 국내적으로 여전히 민감한 위치에 있으며, 특히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상징적인 수준의 양보만 하더라도 이를 사실상 항복으로 받아들이는 우파 정치인들이 내각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 크네세트 선거는 10월 27일로 예정되어 있으며, 최근 네타냐후의 지지율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가 주도한 2단계 합의는 대체로 네타냐후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가 하마스를 상대로 ‘완전한 승리’를 선언할 수 있을 정도의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완전한 승리에 미치지 못하는 어떠한 결과도 많은 이스라엘인들에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렇다고 네타냐후가 이 합의를 공개적으로 거부할 수도 없다. 트럼프가 이미 이를 “돌파구”로 대대적으로 홍보했기 때문이다. 이에 네타냐후는 가자지구 문제를 둘러싸고 자신과 트럼프 행정부 사이에 이견이 존재한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그의 내각 내 일부 인사들은 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극우 정치인인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과 오리트 스트루크 정착촌 담당 장관은 네타냐후에게 이 계획에 대한 어떠한 승인도 철회하고, 해당 사안을 내각 표결에 부칠 것을 요구했다.
평화위원회 문서에 따르면 양측은 하마스의 무장해제와 이스라엘의 공격 중단을 실현하기 위한 합의 이행 일정을 2주 이내에 확정해야 한다.
그러나 합의에 대한 이스라엘의 즉각적인 반응은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공습 재개였으며, 이로 인해 1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에 믈라데노프는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가장 중요한 질문
하마스의 소극적인 태도와 이스라엘의 반발은 가자 평화계획 2단계를 이행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바로 양측 사이에 신뢰가 사실상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이는 휴전 이후에도 하마스가 가자지구의 핵심 군사세력으로 남아 있고, 이스라엘 역시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작전과 점령을 한 번도 완전히 중단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확인된다.
그렇다면 평화위원회와 중재자들은 왜 지금 이 시점에서 계획 추진을 고집하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자 평화계획의 이행은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가 국제무대에서 스스로 내세우는 ‘협상가’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기회일 수 있다. 특히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정치적으로도 인기가 낮은 이란 전쟁,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해법을 찾는 데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2단계의 조건을 실제로 이행하는 것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이 계획은 하마스가 미사일 발사대와 같은 중화기뿐 아니라 모든 총기를 포함한 경무기까지 넘기도록 요구한다. 또한 하마스의 지하터널 네트워크와 무기 제조시설도 해체해야 한다. 이는 매우 방대한 작업으로, 하마스 내 모든 구성원과 파벌의 협조가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보다 더 복잡하다. 이스라엘은 자국이 통제하는 옐로 라인 지역에서 활동하는 팔레스타인 민병대를 조직하고 자금을 지원해왔다. 계획에 따르면 이들 세력도 무장해제 대상이 된다.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부족과 가문들도 무장해제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는 하마스의 미래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무장투쟁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이스라엘은 실제로 가자지구에서 철수하고 군사작전을 중단할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여전히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결국 이번 합의 이행의 가장 큰 장애물은 조치의 순서다. 하마스는 무장해제 절차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역에서의 단계적 철수와 병행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네타냐후는 하마스가 완전하고 전면적으로 무장해제하기 전에는 가자지구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입장은 이제 평화위원회 수장인 믈라데노프에게도 받아들여졌다. 그 결과 하마스와 다른 팔레스타인 파벌들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조치의 순서를 둘러싼 모든 협상과 갈등의 뒤편에는 결국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있다. 일부 주민들은 이 계획이 실제로 이행될 경우 현재의 극도로 열악한 생활환경이 완화되고 상황이 개선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사람들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집이 계속 폐허가 되는 상황 속에서 이미 트럼프의 평화계획에 대한 희망을 잃었다.
또한 이번 최신 로드맵은 팔레스타인의 자결권에 대해 매우 제한적으로만 언급하고 있다. 문서는 그 목표가 “자결권과 국가 건설을 실현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정치적 경로를 시작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가 실현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당장 가장 어려운 과제는 수많은 돌발 변수와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는 이 로드맵을, 마지못해 참여하고 있는 당사자들이 실제로 따르도록 만드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