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mage symbolically represents the ceasefire and diplomatic negotiations between Iran and the United States, mediated by Pakistan, in the context of tensions around the Strait of Hormuz. Source: Shutterstock

파키스탄이 미국-이란 전쟁 종식 중재에 그토록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I. 서론

미국과 이란은 110일간의 전쟁을 종식하고 해상 봉쇄를 해제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내용을 담은 역사적인 14개 항의 양해각서(MOU)에 공식 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G7 정상회담이 열린 베르사유 궁전에서, 그리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테헤란에서 서명한 이 잠정 합의는 즉시 발효되었다. 이 합의안은 유엔이 승인하도록 하였는데 그러한 영구적 평화 조약을 맺기 위한 협상 기간을 최대 60일로 설정했다.

이 합의안은 2026년 6월 19일 금요일 스위스에서 공식 서명식을 가질 예정이었는데, 백악관과 이란 국영 언론은 이 협정이 조기에 서명되었다고 확인했다.

2026년 6월 17일 (현지 시간), ABC 방송을 포함한 기자들과의 브리핑에서 미국 고위 관료는 14개 항으로 구성된 양해각서 전문을 낭독했다.

파키스탄은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을 해냈다. 바로 이란과 레바논에서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세계 에너지 시장을 교란시킨 3개월 이상 지속된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을 종식시키는 협상을 중재해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우리들에게 한가지 질문을 던지게 한다: “왜 파키스탄은 그렇게 미국-이란 전쟁 종식에 열심을 내었을까?”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본 논문은 파키스탄이 왜 그토록 열심으로 미국-이란 전쟁 종식 중재에 나섰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그 동안의 이란-파키스탄 관계 그리고 미국-파키스탄 관계를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왜 파키스탄이 그렇게 진심으로 미국-이란 전쟁 종식을 위해 중재에 나섰는 지 파키스탄의 경제적, 정치적, 외교/안보적 동기 또는 이유를 분석한다.

II. 이란-파키스탄 관계

이란과 파키스탄은 깊은 역사적, 문화적 유대 관계를 공유하고 있으며, 최근 상호 지정학적 이익과 지역 안정에 힘입어 이러한 관계가 더욱 강화되었다. 양국 관계는 광범위한 무역, 에너지 협력, 그리고 양국 국경을 넘나드는 발루치스탄 지역의 무장 세력에 대한 공동 안보 노력 등을 포괄한다.

1. 양국 간 외교 관계 및 안보

역사적 기반: 이란은 1947년 파키스탄이 건국한 이후 최초로 파키스탄을 국가로 승인한 나라이다.

최근 관계 개선: 최근 양국은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왔으며, 특히 파키스탄 지도부는 양국 간 긴장 완화를 위한 중재에 나서고 강력한 전략적 협력을 구축해 왔다. 하지만 파키스탄과 이란의 관계가 항상 우호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2024년 1월, 이란은 파키스탄 발루치스탄 주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며 무장 단체 자이시 알-아들(Jaish al-Adl)을 겨냥했다.

이에 대응해 파키스탄은 48시간 이내에 이란 시스탄-발루치스탄 주에 있는 무장 단체 은신처들을 공격하며 보복했다. 이러한 양국 간 무력 충돌 사태는 수십 년 만에 가장 심각한 군사적 긴장 고조로 여겨졌는데 양국은 자국 대사를 각각 소환했다.

그러나 양측은 신속하게 긴장을 완화했다. 당시 이란 외무장관이었던 호세인 아미라브돌라히안은 긴장 완화를 위해 이슬라마바드를 방문했고, 이후 외교 관계는 점차 복원되었다.

최근 양국 관계 개선의 한 징표로 2026년 6월 23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미국-이란 전쟁 종식 중재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이슬라마바드를 방문했다. 분석가들은 페제시키안의 이번 방문이 파키스탄의 외교적 위상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란 전문가인 칸자데는 이란이 이슬라마바드를 공식 중재자로 선택함으로써 파키스탄의 역할을 단순한 중재자에서 ‘인정받는 지역 중재자’로 격상시켰다고 분석했다.

이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올해 2월 28일 이후,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최소 7차례 전화 통화를 했으며, 각 통화는 최대 한 시간씩 지속되었다고 양국 관계자들은 전했다.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인 아심 무니르 원수는 최소 두 차례 테헤란을 방문했고, 모흐신 나크비 내무장관 역시 파키스탄의 중재 노력의 일환으로 여러 차례 이란을 방문했다.

이러한 양국의 외교적 노력은 6월 18일 트럼프 대통령과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전쟁 종식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면서 결실을 맺었고, 샤리프 총리는 중재자 자격으로 이 문서에 서명했다.

안보 협력: 양국은 마약 거래 및 불안정한 발루치스탄 지역에서 활동하며 양국 국경을 넘나드는 무장 단체 소탕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왔다.

2. 양국 간 경제 및 에너지 협력

무역 목표: 양국 정부는 양국 간 무역을 공식화하고 양국 국경지역 사회 지원을 위해 엄격히 규제된 양국 국경에 상업 시장을 설치하는 데 협력하면서 양국 간 무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에너지 의존도: 파키스탄은 만성적인 에너지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이란의 에너지, 특히 전력과 원유 제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 인프라: 오랫동안 논의되어 온 이란-파키스탄 간 가스 파이프라인은 파키스탄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고 양국을 연결하는 핵심 전략 프로젝트이다.
주요 협력 체계

특혜 무역 협정: 양국은 2006년부터 관세 인하 및 양국 무역 증진을 위한 특혜 무역 협정을 체결하여 운영하고 있다.

3. 이란-파키스탄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세력과 지정학적 관계

이란-파키스탄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세력이 존재한다. 중국은 양국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외부 행위자로 부상했다. 파키스탄의 경우,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CPEC) 사업은 파키스탄의 인프라 및 에너지 환경을 변화시켰으며, 중국은 파키스탄의 최대 외국인 직접 투자국이자 핵심 정치적 파트너가 되었다. 이란에게 있어 중국 정유회사들의 이란산 원유 수입은 최근 몇 년간 미국의 제재 때문에 판로가 막혔던 이란산 원유 수출에 중요한 경제적 생명줄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2021년에 체결되어 25년 간 효력을 발휘할 이란-중국 전략 협력 협정(최대 4천억 달러 규모)은 아직 완전히 실현되지 못했다.

이란-파키스탄 양국과 중국 간 긴밀한 관계는 여러 기회를 창출한다. 예를 들어, 이란의 차바하르 항과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을 연결하고 양국 간 인프라를 통합하면 새로운 무역 통로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는 두 나라를 중국에 더욱 가깝게 묶어 다른 주요 강대국과의 관계에서 유연성을 제한할 수도 있다.

미국은 주로 양국에 압력을 행사해 양국과의 관계를 주도적으로 형성해 왔다. 미국의 對이란 제재는 이란의 세계 에너지 시장 접근을 사실상 차단했고, 파키스탄이 가스 파이프라인을 통해 이란과 에너지 협력을 심화하는 것을 방해해 왔다. 동시에 파키스탄은 미국과 최소한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해 왔으며, 이는 2025년 양국 간 고위급 군사 접촉에서 잘 드러났다. 한편 파키스탄은 2026년 미국의 이란 시설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 바 있다.

여기에 인도는 양국 관계에 또 다른 차원을 더한다. 역사적으로 이란-인도 관계는 우호적이었는 데 그 이유는 양국 간 에너지 무역과 인도 측의 이란 차바하르 항 투자가 주된 이유였다. 차바하르 항은 파키스탄을 우회하여 아프가니스탄과 중앙아시아로 향하는 전략적 통로를 제공한다. 이는 파키스탄의 전략적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으며, 파키스탄의 경제적 수송 독점권을 약화시키고, 중국-파키스탄의 인프라 패권에 도전하며, 아프가니스탄과 중앙아시아에서 파키스탄의 정치적 영향력을 축소시킬 수 있다.

러시아는 이란과 파키스탄 모두에게 선별적이지만 점점 더 적극적인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이란의 경우, 서방의 제재 등 국제적 고립 속에서 러시아와의 파트너십이 더욱 강화되었는데, 러시아는 이란에 군사 장비를 공급하고, 드론 기술을 공동 개발하며, 이란이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를 우회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국제 남북 수송 회랑(INSTC)을 통한 유라시아 연결성에 대한 러시아의 관심은 지역 수송 허브가 되고자 하는 이란의 야망과 일맥상통한다. 한편, 파키스탄은 러시아와의 에너지 및 무역 관계를 신중하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러시아의 참여 범위는 경제적, 지정학적 제약으로 인해 제한적이지만, 양국과의 관계 심화는 서방의 패권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지역 인프라 및 안보 분야에서 다극적 대안을 모색하려는 양국 공동의 이익을 반영한다.

III. 미국-파키스탄 관계

1947년 파키스탄 건국 이후, 파키스탄 정치 지도자들은 국가 안보 유지와 취약한 재정 상황 개선을 위해 외국으로 부터 경제 및 군사적 지원을 모색해 왔다. 막대한 자금을 보유한 초강대국인 미국은 적절한 조건만 충족된다면 남아시아에서 파키스탄의 유용한 파트너가 될 수 있는 파키스탄 지도자들의 주요 목표물이었다. 파키스탄은 스스로를 ‘전사 국가’로 인식해 왔으며, 이러한 인식은 파키스탄 군이 다른 국가들에게 매력적인 잠재적 파트너라는 믿음을 낳았다.

현재 파키스탄의 민간 및 군 지도자들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파키스탄 건국의 아버지 무함마드 알리 진나가 건국 직후 미국 외교관들에게 했던 주장과 동일한 논리를 펼치고 있다. 즉, 미국은 파키스탄의 지리적 위치와 막강한 군사력 때문에 파키스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파키스탄은 여러 미국 행정부의 지정학적 전략에 맞춰 미국과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그 결과는 미국의 전술적 접근에 불과했으며, 전략적인 이해관계의 일치로 이어진 적은 없었다.

실제 파키스탄은 오랜기간 미국의 군사 장비, 투자, 상당한 경제 지원, 그리고 다자간 금융 기관에서의 지원을 여러 차례 확보해 왔다. 그러나 지역 라이벌인 인도에 대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미국의 지원에 대한 파키스탄의 바람은 항상 충족되지 못했다.

거의 80년 동안 여러 미국 행정부와 관계를 맺어온 파키스탄은 대부분의 미국 행정부와 원활하게 협력할 수 있는 전략을 개발해 왔다. 여기에는 미국 지도자 및 장성들과의 긴밀한 개인적 관계와 공개적인 칭찬이 포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러한 파키스탄의 전략에 취약하며, 이것이 현재 미국과 파키스탄 관계가 호전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이다. 그러나 기복이 심한 양국 관계의 복잡한 역사를 고려할 때, 현재의 우호적 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알 수 없다.

2021년 8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는 탈레반의 정권 복귀에 파키스탄이 나름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파키스탄에 대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무관심 정책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파키스탄 정치 지도자들은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파키스탄에 대해 불만을 품었고, 파키스탄 정부를 기만적이라고 비난했다. 파키스탄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원하는 바를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에는 미국과 파키스탄 사이의 오랜 유대감이 다시 살아났다. 과거 양국을 하나로 묶었던 요소, 바로 “테러와의 전쟁”에서의 “협력”이 그 중심에 있다.

파키스탄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을 파악하여 트럼프의 두 번째 취임 직후 그에게 조기 승리를 안겨주었다. 2025년 3월, 파키스탄 당국은 2021년 8월 26일 카불 공항 폭탄 테러 사건에 연루되어 미국에서 기소된 모하마드 샤리풀라를 체포해 미국으로 송환했다. 이 사건으로 미군 13명과 민간인 160명 이상이 사망했었다. 이러한 파키스탄의 조치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파키스탄을 언급하며 감사를 표했다.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하에서 미국과 파키스탄의 관계는 파키스탄의 전략적 중재자 및 경제 파트너로서의 역할에 힘입어 크게 개선되었다. 양국 관계는 파키스탄이 미국과 이란 사이의 중재를 주도하고, 파키스탄에 있는 핵심 광물 채굴에 협력하며, 지역 분쟁 휴전에 대한 상호 지지를 표명함으로써 강화되었다. 이러한 지정학적 역학 관계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핵심 영역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중재 및 지정학: 파키스탄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전쟁 종식을 위한 중요한 중재자로 부상했다. 중동 지역 긴장 완화 및 인도-파키스탄 휴전 협정 체결 등 지역적 긴장 해소를 위한 파키스탄의 외교적 노력은 워싱턴으로부터 공개적인 찬사를 받았다.

경제 및 무역 협정: 초기 양국 간 관세를 둘러싼 마찰 이후, 미국과 파키스탄은 양국 무역 증진을 위한 합의에 도달했다. 파키스탄은 미국산 제품(예: 원유) 수입을 늘리고 기술 및 광업 분야 투자 기회를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핵심 광물 및 기술: 미국 전략금속공사(SMMC)는 파키스탄 군 공병대와 5억 달러 규모의 양해각서를 체결하여 파키스탄 내 핵심 광물 채굴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파키스탄은 미국 기업들과 신흥 디지털 결제 시스템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IV. 파키스탄이 미국-이란 전쟁 종식을 위한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동기 또는 이유

1. 개요

파키스탄이 미국-이란 전쟁 종식을 위한 중재자로 적극 나선 이유는 자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지정학적으로 파키스탄과 이란의 국경은 약 1,000km에 달한다. 미국과 이란 간 전면전은 파키스탄 국경 지역의 안정을 해치고 국가 안보를 위협할 것이다. 특히 파키스탄은 이미 서부 국경에서 발루치 분리주의자들의 강력한 반란에 직면해 있다. 미국-이란 전쟁이 확대될 경우 국경 너머의 발루치 무장 단체들이 더욱 대담해져 파키스탄의 취약한 안보 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파키스탄은 중동 석유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자국 내 원유 및 정제유 매장량이 극히 제한적이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이 방해받을 경우 파키스탄의 에너지 공급망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파키스탄 경제와 에너지 부문이 이미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더욱이 약 500만 명의 파키스탄 국민이 걸프 지역 국가에서 일하고 있으며, 이들의 송금은 파키스탄의 중요한 외환 수입원이다.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이러한 송금액이 크게 감소하고 대규모 실업과 귀국 인구 증가를 초래할 것이다.

이러한 안보와 경제적 측면 이외에도, 중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파키스탄은 국제적으로 국가 이미지를 쇄신할 기회를 얻게 된다. 분석가들은 중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미국, 이란, 그리고 아랍 걸프 국가들과의 관계가 강화되고 남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파키스탄의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이러한 이유로 파키스탄은 미국-이란 전쟁 종식에 열심을 내고 있다.

실제 파키스탄은 수십 년 동안 미국과 이란 모두와 긴밀한 외교 관계를 유지해 온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특히 파키스탄은 역사, 종교적 유대, 국경 협력을 기반으로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파키스탄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아파 인구를 보유하고 있어 이란으로 부터 문화적, 종교적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게다가 카타르와 오만과는 달리, 파키스탄은 자국 영토 내에 미군 기지가 없어 이란으로부터 비교적 중립적인 중재자로 신뢰를 얻고 있다. 중국 또한 파키스탄의 중재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우리는 공정하고 균형 잡힌 중재를 통해 평화를 증진하는 파키스탄의 역할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파키스탄이 국제 사회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은 것은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 종식을 위한 중재자로서의 적극적인 역할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파키스탄의 중재 노력은 국제 사회의 폭넓은 지지에 힘입어 더욱 강화되었다.

2026년 3월 29일, 파키스탄은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이집트 외무장관들과 4자 회담을 개최했으며, 이들 국가는 파키스탄이 이슬라마바드에서 미국과 이란 간의 평화 회담을 개최하자는 제안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이틀 후, 중국과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베이징에서 만나 중동 분쟁에 대한 5개항 공동 제안을 발표했다. 이 제안은 미국-이란 양국의 즉각적인 적대행위 중단, 조속한 평화 회담 개시, 비군사적 목표물 안전 확보를 촉구하는 내용으로, 긴장 ​​완화를 위한 국제적인 모멘텀을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은 파키스탄이 중동 지역 상황 완화와 평화 회담 재개에 있어 독특하고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를 지지하며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재 과정이 결코 쉽지 않으며, 파키스탄의 중재 노력은 모든 당사자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 또한 성명을 통해 구테레스 사무총장이 민간인 생명을 보호하고 인류의 고통을 경감하기 위해 적대 행위 중단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휴전 촉진에 노력해 준 파키스탄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2. 경제적 동기 또는 이유

파키스탄이 미국-이란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열심으로 중재한 동기는 분명하다. 파키스탄은 에너지 수입을 거의 걸프 국가들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은 원유 90% 이상과 액화천연가스(LNG)의 거의 전부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그리고 인접한 걸프 국가들에서 수입하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걸프 지역에서 에너지 수출이 거의 중단되다시피하자 파키스탄 정부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공무원 주 4일 근무제 도입, 학교 폐쇄 등 대대적인 긴축 정책을 시행해야 했다. 이후 일부 제한 조치가 완화되었지만, 국제 구제금융 없이는 파산 직전의 파키스탄 경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파키스탄의 주요 원유 공급국이다. 이 두 나라는 파키스탄 원유 수입량의 90% 이상을 꾸준히 차지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세계 25위의 원유 수입국이다. 수입 원유의 대부분은 걸프만 국가들에서 공급된다.

  • 사우디아라비아: 피키스탄에 원유를 수출하는 최대 공급국으로, 파키스탄에 약 32억 2천만 달러 상당의 원유를 수출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파키스탄 전체 원유 수입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 아랍에미리트: 두 번째로 큰 공급국으로, 약 23억 7천만 달러 상당의 원유를 파키스탄에 공급한다.
  • 기타: 카타르, 미국, 러시아, 상투메 프린시페 등 규모는 작지만 피키스탄에 원유를 수출하는 중요한 공급국들이다. 파키스탄은 에너지 믹스를 다변화하기 위해 러시아와 미국에서도 원유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파키스탄 정유 회사들이 할인된 원유 가격과 대체 운송 수단을 활용하기 위해 러시아와 미국의 원유 수입을 늘리고 있다.

파키스탄은 국내 정제 능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상당량의 정제유 및 가공 석유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정제 석유의 주요 공급처는 다음과 같다:

  • 아랍에미리트: 20억 달러 이상의 정제 석유 제품을 공급하는 최대 공급국.
  • 쿠웨이트: 두 번째로 큰 공급국.
  • 오만 및 싱가포르: 파키스탄에 상당한 물량을 공급하는 주요 지역 허브.

이렇게 파키스탄은 걸프 지역에서 수입하는 석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석유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된다.
따라서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남아시아 담당 선임 연구원인 마이클 쿠겔만이 BBC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듯이 “파키스탄은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 종식에 엄청난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이다.”

그 결과, “파키스탄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긴장 완화 노력에 기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할 매우 강력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은 비상 석유 비축량을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아, 석유 공급 과잉에서 부족으로의 전환이 전쟁 발발 당일 거의 하룻밤 사이에 발생했다.

더욱이 파키스탄은 세 가지 주요 공급원에서 가스 수요를 충족하고 있는데. 그중 대부분인 하루 약 27억 입방피트는 수년간 서서히 고갈되어 온 국내 가스전에서 생산된다.

나머지는 카타르와의 장기 계약에 따라 수입되는 LNG로, 선적이 원활할 경우 하루 약 6억 입방피트를 확보할 수 있다.

세 번째 공급원은 LPG이다. 파키스탄은 LPG의 60% 이상을 이란에서 수입하는데, 이 공급 역시 미국-이란 분쟁으로 인해 차질을 빚고 있다.

파키스탄은 국내 가스 생산량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게 된 2015년부터 LNG 수입을 시작했다. 현재 수입 LNG는 파키스탄 전력의 약 4분의 1을 공급하고 있으며, 전력 부문이 가장 큰 소비처이다.

에너지 분석 회사인 Kpler에 따르면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가 파키스탄 LNG 수입량의 99%를 차지한다.

파키스탄 에너지 규제기관인 OGRA의 월별 화물 데이터는 미국-이란 전쟁의 영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파키스탄은 2025년과 2026년 초까지 매달 8~12척의 LNG 선적분을 수입할 예정이었고, 올해 1월 한 달에만 12척이 도착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시작된 3월에는 단 두 척의 선적분만 도착했다.

미국-이란 전쟁은 가스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공정발전정책연구소(PRIED)의 만주르 아흐메드 연구원이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2월 13일 파키스탄 국영 석유회사(PSO)와 파키스탄 LNG 유한회사(PLL)는 총 8척의 LNG 선적분을 평균 MMBtu당 10.47달러에 구매하여 총 2억 5,710만 달러를 조달했다.

하지만 3월 12일에는 도착한 두 척의 LNG 선적분 가격이 MMBtu당 12.49달러로, 한 달 만에 19% 상승했다. 이는 미국-이란 전쟁의 본격적인 영향이 나타나기 전부터 이미 국제적인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었다. 그 결과 파키스탄은 가스 소비량을 줄였다.

카타르의 파키스탄 LNG 선적은 3월 2일 이후 거의 완전히 중단되었다. 그달 예정되었던 8건의 선적 중 단 2건만 도착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이러한 에너지 위기로 그림 1이 보여주듯 파키스탄의 인플레이션은 2026년 5월 전년 동기 대비 11.7%로 급등하여 4월의 10.9%에서 더 상승했으며, 파키스탄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5~7%를 훨씬 웃돌면서 2024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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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파키스탄 인플레이션율, 2025년 5월 – 2026년 5월 (출처: Trading Economics)

인플레이션 이외에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이러한 에너지 위기로 매우 취약해진 분야는 농업이다. 농업은 파키스탄 GDP에서 다섯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며, 인구의 거의 40%가 생계를 유지하는 주요 수단이다. 그런데 전 세계 요소 공급량의 약 46%가 걸프 항로에 의존하고 있다. 요소는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질소 비료로, 전 세계 질소 비료 사용량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해상 운송 차질로 인해 요소 가격은 약 50% 상승했다. 현재 파키스탄은 국내 요소 생산량이 세계 가격 충격으로부터 시장을 보호해 왔기 때문에 당장 요소 비료 부족에 직면해 있지는 않다. 그러나 전쟁이 지속되고 천연가스 공급이 감소하면 수입에 의존해야 할 것이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이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비료 생산에 사용되는 가스 가격이 상승하여 특히 수확 성수기에 파키스탄 농민들에게 추가적인 가격 부담을 줄 수 있다.

미국-이란 전쟁이 파키스탄에 가하는 또 다른 경제적 압박 요인은 파키스탄 경제의 핵심 기둥인 해외 송금이다. 2025-2026 회계연도에 파키스탄은 약 300억 달러의 해외 송금을 받았으며, 이 중 거의 54%가 걸프 지역에서 온 것이었다. 매년 약 80만 명의 파키스탄인이 중동으로 이주해 일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란 전쟁이 계속되면 그로 인한 재정적 여파로 이미 중동에 있는 파키스탄 노동자들이 고국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송금액 감소, 실업률 증가, 귀환 노동자 재통합에 따른 경제적 부담 등 다층적인 위협을 야기한다. 세계은행이 중동 지역 국가의 실질 GDP 성장률을 2026년 1.8%로 하향 조정하면서 위험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데, 걸프 지역 경제의 둔화는 파키스탄인 등 이주 노동 수요를 감소시키고 파키스탄으로의 송금액에 하락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반대로 이란 전쟁이 종식된다면, 특히 건설 및 의료 분야에서 파키스탄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파키스탄 정부에게 있어 전쟁 종식과 긴장 완화는 단순한 외교적 목표가 아니라 파키스탄 경제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되었다.

3. 정치적 동기 또는 이유

파키스탄은 미국 워싱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개인, 그리고 그의 가족들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해 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파키스탄은 미국으로부터 일종의 들러리 취급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파키스탄에 대해 부정적인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파키스탄의 구애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 미국과 파키스탄 간 협력을 위한 기반이 마련되어 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파키스탄이 미국-이란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에서 신뢰할 만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그리고 가장 열심으로 하려고 했던 가장 큰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과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 간의 긴밀한 개인적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은 2025년 5월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휴전 협정을 중재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극찬했다. 파키스탄은 그 다음 달인 6월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공식 추천했다.

무니르 참모총장이 이 추천에 개인적으로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파키스탄에서 실질적인 권력의 중심 인물인 그가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트럼프로부터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무니르 참모총장은 2025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에서 비공개 오찬을 가졌다. 9월에는 샤바즈 샤리프 총리와 함께 백악관 집무실에 초청되어 파키스탄의 핵심 광물 부문에 대한 미국의 투자 계획을 논의했다. 이는 무니르 장군이 8월 마이클 쿠릴라 미 중부사령부(CENTCOM) 사령관의 퇴임식에 참석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나온 소식이었다. 쿠릴라 사령관은 앞서 파키스탄을 대테러 분야에서 ‘탁월한’ 파트너라고 칭찬하였고, 특히 2021년 8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당시 카불 공항에 테러를 자행한 용의자를 미국으로 송환하는 데 크게 기여한 무니르 장군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무니르 장군이 암호화폐, 핵심 광물, 대테러 등 이른바 ‘3C’ 분야에서 파키스탄과 미국의 파트너십 강화에 큰 역할을 한 것이 파키스탄이 미국-이란 전쟁에서 평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2023년 무니르 장군은 총리가 의장을 맡고 육군 참모총장인 자신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특별투자촉진위원회(SIFC)를 신설하여 파키스탄의 무역 및 외국인 투자 유치를 총괄하는 역할로 권한을 확대했다.

당초 25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려던 파키스탄의 목표는 크게 미달되었지만, 트럼프 행정부와의 긴밀한 관계를 활용하여 목표를 달성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2025년 9월, 미국 전략금속공사(USSM)는 파키스탄 육군 공병부대인 프론티어웍스오지먼트(FWO) 및 산하 국가물류공사(NLC)와 5억 달러 규모의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파키스탄 내 핵심 광물 채굴 및 추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2026년 1월에는 무니르 장군의 주재 하에 이슬라마바드에서 체결된 양해각서를 통해 파키스탄과 미국 암호화폐 기업 월드리버티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의 계열사가 ‘신흥 디지털 결제 시스템에 대한 대화 및 기술적 이해’를 증진하기 위한 협정을 공식화했다.

2024년에 설립된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은 트럼프 일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창립자 중에는 스티브 위트코프의 아들인 잭 위트코프가 있는데, 그의 아버지 스티브 위트코프는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이란-미국 2차 평화회담에서 미국 측 협상 대표 중 한 명으로 나선 바 있다.

파키스탄이 올해 2월 아프가니스탄이 파키스탄 탈레반 소속 무장세력을 숨기고 있다는 이유로 아프가니스탄에 ‘공개전투’를 선포하고, 3월에는 바그람 공군기지 공격을 포함한 공세를 강화한 것은 파키스탄이 자국의 대테러 노력을 트럼프 대통령의 우선순위에 맞추려 한다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9월, 미군과 나토군의 거점이었던 바그람 공군기지를 탈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파키스탄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적극적 구애와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긴밀한 개인적 유대관계가 파키스탄으로 하여금 미국-이란 전쟁 종식 중재에 크게 나서게 한 것으로 보인다.

또 파키스탄 정치 지도자와 이란 정치 지도자 간 긴밀한 관계도 파키스탄으로 하여금 미국-이란 전쟁 종식 중재에 적극 나서도록 하는 데 나름 큰 역할을 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시작된 올해 2월 28일 이후,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최소 7차례 전화 통화를 했으며, 각 통화는 최대 한 시간씩 지속되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 아심 무니르 장군 또한 최소 두 차례 테헤란을 방문했고, 모흐신 나크비 내무장관 역시 여러 차례 이란을 방문해 양국 지도자 간 우호관계를 다졌다.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대통령 취임 이후 2번째로 올해 6월 23일 다시 파키스탄을 찾아 양국 간 우호관계를 단단히 하였다.

4. 외교/안보 상 동기 또는 이유

2026년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대화의 다리를 놓는 데 파키스탄이 적극적 역할을 한 것은 올해 들어 일어난 일회성의 고립된 외교적 사건이 아니라, 주요 강대국 관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기 위해 지정학적 요충지라는 이점을 활용해 온 파키스탄의 역사적 경험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파키스탄은 전략적으로 대립하는 여러 진영 사이에서 관계를 잘 유지하는 능력을 자주 보여왔다.

파키스탄이 대립하는 주요 강대국 관계에서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한 것은 멀리 1971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닉슨 미국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헨리 키신저는 파키스탄 방문 중 이슬라마바드에서 베이징으로 비밀리에 비행하여 냉전 구도를 뒤바꾼 역사적인 방문을 마무리했다. 키신저의 이러한 행보는 22년간 경직되었던 미-중 관계를 새롭게 열어 이듬해 닉슨 대통령의 방중을 위한 길을 열었고, 세계 전략 지도를 근본적으로 재편했다. 역사에 길이 남을 이 외교적 위업에서 당시 파키스탄 대통령이었던 야히야 칸은 미-중 사이에서 메신저이자 중재자로서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에서 그가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미-중 양국 간 신뢰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닉슨은 훗날 자신의 회고록에서 파키스탄의 지원이 없었다면 미-중 관계 개선이 상당히 지연되었을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언급했으며, 키신저 역시 이슬라마바드의 역할을 “대체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

더 나아가, 1979-80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당시 파키스탄은 소련과 외교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아프가니스탄 저항군에 대한 미국의 원조를 전달하는 핵심 통로 역할을 했으며, 유엔 주도의 제네바 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2020년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도하 협정을 체결했을 때 역시 파키스탄은 막후에서 중재 역할을 충실히 해 국제 사회에서 그 중재력을 널리 인정받았다.

이러한 파키스탄의 오랜 외교적 중재자 역할 이외에 파키스탄이 미국-이란 전쟁 종식 중재에 적극 나선 것은 이란의 장기적 불안정이 초래할 수 있는 광범위한 안보적 결과에 대해 파키스탄이 깊이 우려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은 인도, 이란, 아프가니스탄, 중국 등 4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현재 그중 인도, 아프가니스탄 2개국과는 적대적인 관계에 있다. 파키스탄은 현재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군사 작전을 수행하고 있고, 인도와는 오랜 분쟁을 겪었으며 2025년에도 전투를 벌인 적이 있었다. 거기에다, 발루치스탄 주에는 내부 반란이 일어나 파키스탄은 여러 건의 분쟁에 휘말려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파키스탄은 이란 전쟁이 지속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왜냐하면 이란의 불안정이 파키스탄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파키스탄의 발루치스탄 주와 900km에 달하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파키스탄의 발루치스탄 주는 격렬한 분리주의 반란에 휩싸여 있다. 발루치스탄 주는 이미 무장 세력이 폭력과 분쟁을 야기하고 있어 양국 국경을 넘나들며 불안정에 취약한 지역이다. 양국 국경 모두에 기지를 둔 무장 단체들의 폭력 사태가 반복적으로 발생해 왔다.

발루치스탄 주는 파키스탄의 경제적 미래에도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발루치스탄 주의 주요 항구 도시인 과다르는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CPEC)의 핵심 거점으로 여겨지며, 파키스탄의 연결성 강화 계획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발루치스탄 주에는 60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추정되는 막대한 금과 구리 매장량을 보유한 대규모 프로젝트인 레코 디크 광산이 있다. 더욱이, 사우디 아람코가 지원하는 100억 달러 규모의 과다르 정유 프로젝트와 같은 걸프 지역 연계 에너지 투자 전망은 파키스탄의 전쟁 종식 이해관계를 더욱 높였다. 파키스탄이 최근 제3국 상품의 자국 영토 통과를 허용한 결정으로 발루치스탄 주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 새로운 통과 협정에 따라 과다르, 카라치, 포트 카심을 통해 반입되는 상품은 이란으로 향하는 데 그 과정에서 발루치스탄 주의 주요 도시인 쿠즈다르와 달반딘을 경유하는 내륙 통로를 이용한 후 가브드와 타프탄 같은 국경 검문소를 통과한다. 따라서 전쟁 지속으로 야기되는 이란의 불안정은 파키스탄의 안보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계획 전반에 위협이 된다.

더욱이, 이란의 장기적인 불안정은 파키스탄-이란 국경을 넘는 난민들의 이동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파키스탄 내 종파 갈등을 고조시킬 수도 있다. 파키스탄은 이란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약 2천만~3천6백만 명의 시아파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이란의 전쟁 상황이 파키스탄 국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최근 사례로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이 파키스탄 내 전국적인 시위를 촉발하여 21명의 사망자를 낸 사건을 들 수 있다.

파키스탄의 지리적 위치는 취약점인 동시에 중재자로서 파키스탄이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외교적 자산이기도 하다. 파키스탄은 남아시아, 서아시아, 중국, 아라비아해 사이에 자리 잡고 있어 여러 전략적 지역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지리적 이점만으로 파키스탄이 자동으로 중재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분쟁을 외면하기에는 너무 노출되어 있고, 간과하기에는 너무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파키스탄은 강압적인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중재자 역할을 잘 수행한다는 평판을 얻고 있다. 파키스탄은 영향력은 있지만 워싱턴이나 테헤란에 강압적인 조건을 강요할 수 있는 힘은 없기 때문에 중재자로서 더욱 적합하다. 파키스탄의 비교 우위는 강압적인 힘이 아니라, 접근성, 전략적 이해도, 그리고 모든 당사자에게 어려운 진실을 전달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 특히 중재자로서 파키스탄의 중요성은 접근성이라는 드문 이점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파키스탄은 워싱턴, 테헤란뿐 아니라 베이징 및 걸프만 국가들과도 원만한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이란과의 관계에서는 주기적인 긴장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은 이란 지도부와 원활한 채널을 유지해 왔다. 이러한 채널은 2025년 6월 이스라엘-이란 간 12일 전쟁 당시 파키스탄이 이웃 국가인 이란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더욱 강화되었으며,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2025년 8월 파키스탄 방문 당시 이를 인정했다. 이러한 파키스탄의 공개 지지는 이란에서 파키스탄의 신뢰도를 높이고 이란 지도부가 수용할 수 있는 중재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파키스탄은 미국과도 활발한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 영토 내에 미군 기지를 유치하지 않았다는 점도 중재자로서 파키스탄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더욱이, 올해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파키스탄은 역내 국가 중 유일하게 이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행위를 규탄했으며, 이러한 행보는 이란으로부터 신뢰와 주목을 받게 했다.

미국 워싱턴에서 중재자로서 파키스탄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된 것은 두 가지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첫째는 2021년 8월 카불 공항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폭탄 테러를 계획한 혐의를 받는 모하마드 샤리풀라의 체포 및 미국으로서 송환이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러한 파키스탄의 행동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면서 파키스탄은 유용한 파트너로서 워싱턴의 안보 계산에 다시 등장하게 되었다. 미국의 인식 변화에 기여한 두 번째 전환점은 2025년 5월 파키스탄과 인도 간의 분쟁 이후였다. 파키스탄은 군사적 준비 태세를 보여주면서도 나름 강대국의 입장에서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책임감 있는 행위자로 부상하여, 분쟁이 심각한 사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었던 위기를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미국의 인식 변화는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육군 참모총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역사적인 백악관 오찬을 포함하여 양측 고위급 회담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명 전체를 파괴하겠다고 위협한 후 파키스탄이 미국과 이란 간의 휴전을 중재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키스탄 지도부, 특히 셰바즈 샤리프 총리와 무니르 원수와 맺은 개인적인 친밀한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파키스탄이 미국-이란 전쟁에서 적극적으로 중재할 수 있었고 또 하려 했던 또다른 이유는 파키스탄이 광범위하게 지역적 지지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파키스탄은 걸프 지역 국가들과도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다. 이번 미국-이란 전쟁은 걸프만 국가들이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바로 그들의 번영이 이란의 영향력하에 있고 이란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석유 및 가스 기반 시설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파키스탄의 중재 노력은 고립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3월 29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이집트 외무장관들이 참석한 외무장관 회담과 4월 14일 고위 관리 회담에서 볼 수 있듯이 보다 넓은 지역적 맥락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 회담들은 파키스탄이 지역 차원의 협력 체제 내에서 활동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들 국가는 특히 에너지 수출과 해상 접근권과 관련하여 미국-이란 전쟁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참여는 파키스탄의 중재 노력에 실질적인 의미와 정당성을 더해주었다. 이는 파키스탄이 워싱턴과 테헤란 모두와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보다 넓은 지역 차원의 긴장 완화 요구에도 부응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였다.

파키스탄이 미국-이란 전쟁에서 적극적으로 중재자로서 역할을 하려 했고 또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중국의 지원 때문이었다. 중국은 미국-이란 전쟁에서 주변적인 방관자가 결코 아니었다. 중국 에너지 수입의 절반 이상이 중동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걸프 지역의 불안정과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에너지 수출 흐름 차질은 중국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2026년 3월 전쟁 발발 직후, 파키스탄의 이샤크 다르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베이징을 방문하여 왕이 중국 외교부장에게 지역 정세에 대해 설명하고 입장을 조율했다. 그 결과, 걸프 지역과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한 파키스탄-중국 공동 5개항 구상이 도출되었으며, 이 구상은 미국-이란 간 즉각적인 적대행위 중단, 조속한 평화 회담 개최, 주권 및 국제법 존중을 촉구하였다. 파키스탄에 대한 중국의 공개적인 지지는 파키스탄의 중재 노력에 상당한 전략적 깊이를 더하고 국제적 정당성을 부여했다. 이는 파키스탄이 전적으로 서방의 틀 내에서만 활동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이란에 대한 파키스탄의 중재 노력에도 정당성을 더욱 강화시켜 주었다.

V. 결론

본 논문은 파키스탄이 왜 그토록 열심으로 미국-이란 전쟁 종식 중재에 나섰는지를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먼저 그 동안의 이란-파키스탄 관계 그리고 미국-파키스탄 관계를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왜 파키스탄이 그렇게 진심으로 미국-이란 전쟁 종식을 위해 중재에 나섰는 지 파키스탄의 경제적, 정치적, 외교/안보적 동기를 제시하며 분석하였다.

본 논문은 파키스탄이 미국-이란 전쟁 종식을 위한 중재자로 적극 나선 이유는 자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보여주었다. 지정학적으로 파키스탄과 이란의 국경은 약 1,000km에 달한다. 미국과 이란 간 전면전은 파키스탄 국경 지역의 안정을 해치고 국가 안보를 위협할 것이다. 또한 전쟁이 벌어지는 걸프 지역에서 원유와 가스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파키스탄의 입장에서는 전쟁 종식이 되어야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통한 자국으로의 에너지 수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쟁 종식을 위한 중재에 열심을 내어야만 했다.

아울러 파키스탄이 미국-이란 전쟁 종식을 위한 중재자로 적극 나선 이유가 파키스탄 지도자들, 특히 무니르 육군참모총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개인적 친밀 관계가 큰 역할을 했음을 지적하였다. 또한 파키스탄 지도자와 이란 지도자 간 긴밀한 관계와 협조도 나름 역할을 했음을 언급하였다.

이밖에 파키스탄이 미국-이란 전쟁 종식을 위한 중재자로 적극 나선 이유는 주요 강대국 관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기 위해 지정학적 요충지라는 이점을 활용해 온 파키스탄의 역사적 경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본 논문은 주장하였다.

First published in: World & New World Journal
World & New World Journal MENA Affai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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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WJ MENA 담당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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