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하 미국의 외교 정책은 언뜻 보기에 혼란스럽게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변덕스러워 보이는 (그리고 때로는 상스럽기까지 한) 결정 뒤에는 진지한 계획을 가진 정책 입안자들이 있다. 그들은 미국의 패권에 대한 위협으로 여겨지는 요인들을 해결하는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과 “준비 자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미국 경제를 혁신하고자 한다. 미국 경제의 곪아터진 상처를 인지하면서 동시에 그 강점을 발견하는 트럼프의 정책 입안자들은 상처는 지져 없애버리고 강점은 더욱 강조, 집중하려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미국의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와 신보수주의적 외교 정책을 동시에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미국 우선주의”라는 낙인이 찍힌 트럼프의 미국은 고립주의적 방식인 글로벌 문제에 대한 철수를 추구하지 않고, 대신 더 이상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제도적 구조와 동맹을 해체하려 한다.
미국 우선주의자들(America Firsters)에 따르면, 미국은 계속해서 광범위하게 자신의 국력을 과시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하에서 미국의 국가 이익은 항상 “국제 사회”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우선주의자들은 베네딕트 앤더슨의 말을 빌리자면, “국제 사회”를 허구의 “상상의 공동체”로 여긴다. 미국 우선주의는 자유주의적 패권적 세계 질서를 해체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미국이 세계질서 유지 비용을 떠안는 것을 그만두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자유주의 질서를 위해 해외에 있는 약 750개의 미군 기지를 위한 막대한 비용 부담과 브릭스(주로 중국이지만, 유일하지는 않음)의 성장이라는 국제 질서하에서 미국 우선주의자들은 미국이 세계의 일부 지역에서는 후퇴하면서도 다른 지역에서는 지배력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강력히 느낀다.
국가 안보와 관련된 것은 노동 시장의 세계화로 인한 후유증으로 인한 것이다. 브레튼우즈 체제 수립 이후 미국은 제조업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생산 비용을 낮췄다. 해외에서 생산된 저렴한 상품은 세계 기축 통화로서 달러가 고평가되면서 미국인들이 더욱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이는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했고, 미국의 노동 비용도 낮추려는 의도에 잘 맞아 떨어졌다. 세계화는 미국이 세계 제조업을 흡수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막대한 정부 재정 적자를 발생시킬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세계화의 전성기였던 시절 딕 체니 미국 전 부통령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레이건 대통령이 재정 적자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한때 미국에 막대한 이점이었던 것이 이제는 “쌍둥이 적자” 문제로 변화되었다.
즉, 트럼프 행정부에 따르면 미국에 가장 적합한 모델은 현실주의적 ‘영향권 모델’이다. 물론 자유주의적 세계 질서에 대한 비판은 앞서 언급한 경제적 과제로 귀결된다. 말하자면, 한편으로는 세계 노동 조직과 미국의 부채와 관련된 부정적인 경제 과정의 과제, 다른 한편으로는 신흥 국제 행위자들의 세력 강화의 과제를 의미한다. 부상하는 신흥 국가들 중 중국은 오랫동안 미국이 해결해야 할 주요 의제였다. 트럼프 행정부 초기, 미국은 아시아의 거대 세력인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상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했고, 이는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이어졌다. 2025년 4월 중순 퓨 리서치 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미-중 무역 관계가 미국보다 중국에 더 큰 이익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이 미국이나 자신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취임했을 초기 미국 경제는 탄탄해 보였다. 2008년 금융 위기 직전, 유럽 연합의 달러 기준 GDP는 16조 4천억 달러, 미국의 달러 기준 GDP는 14조 8천억 달러였다. 그러나 2024년 EU의 GDP가 18조 7천억 달러로, 미국의 GDP는 28조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은 2008년 EU보다 GDP가 9.8% 낮았지만, 2024년에는 32% 더 높은 GDP를 기록하며 도약했다. 이처럼 인상적인 미국의 GDP 성장은 금융 산업 발전, 기업의 고부가가치 산업 기능, 지식 재산권, 고등 교육, 그리고 정보 기술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아래에서 설명할 다음과 같은 문제점도 있었다.
무엇보다 세계 질서, 즉 미국 제국을 유지하는 것은 위에서 주장했듯이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 2024년 미국의 국방비 예산은 8,240억 달러였다. 이 수치에는 안보 등과 관련된 막대한 “예산 밖(혹은 블랙)” 항목은 포함되지 않았으며, 이 항목들의 비용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이러한 국방비 수치 이외에도 미군의 세계적 존재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미국은 중요한 글로벌 해상 무역로와 병목 지점을 보호하는 등 세계 안보 비용을 부담했다. 이는 미국의 국익을 뒷받침할 뿐만 아니라, 주로 중국의 세계 무역을 지원하는 데 사용되었다. 이러한 비용은 부분적으로 미국의 차입, 즉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조달하여 충당했다. 2024년 미국 정부 적자는 1조 8,000억 달러로 미국 GDP의 6.4%에 달했다. 반면 미국의 총 부채는 38조 달러에 달했다. 미국 연방 예산이 마지막으로 흑자를 기록한 것은 빌 클린턴 대통령의 마지막 임기였는데, 그 당시 국방비 지출 감축(냉전 이후 “평화 배당금”)과 최고 소득세율 39.6% 인상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클린턴의 두 번째 임기 이전, 미국 정부는 1969년에만 예산 흑자를 기록했고, 그 이전에는 1950년대에 몇 년 동안 흑자를 기록했을 뿐이었다.
미국의 쇠퇴가 둔화됨에 따라 미국 정부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야 했는 데, 그 첫째 문제가 비용 축소 문제였다. 미국의 공적 연금 (사회보장 및 메디케어)은 재정 위기에 직면해 있다. 연방보험기여법(FICA)에 따른 세금으로 이 연금 비용을 충당하기에는 부족해질 것이다. 20세기 후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임 시절, 연방보험기여법에 따른 세금은 연금 비용보다 높게 인상되었다. 이러한 흑자(사실상 노동에 부과되는 세금)는 21세기의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것으로, 근로자 대비 연금 수급자 비율을 낮추는 데 사용되었다. 이러한 선불형 재정 모델은 잉여 수입이 생산성 향상 기반 시설에 투자되어 미래의 경제 성장과 생산성을 높이는 경우에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에 부과된 FICA 세금 흑자는 주로 부유층과 기업 부문에 대한 감세로 인한 예산 적자를 줄이는 데 사용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돈은 노동으로부터 착취되었고, 연금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계속해서 차입함으로써 미국은 그 차입 한도에 도달하게 되었다.
둘째, 준비 자산 문제이다. 미국은 봉건제에 기반한 수 세기 동안 축적된 토지 소유권이 없었기 때문에 지대 부족으로 인해 낮은 토지 가격이 유지되었고 이로 인해 전반적으로 불평등이 감소했다. 또한, 미국은 국내 시장을 보호하고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는데 이는 초대 재무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이 1791년에 발표한 제조업 보고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미국은 차르 러시아 말기 세르게이 비테와 피토르 스톨리핀의 경제 지도 아래 발전을 해 온 러시아와 경쟁했다.
셋째, 2008년 미국 금융 위기 이후 중국이 단순히 저가 소비재 공급국에 그치지 않고 미국에 도전할 수 있는 강대국으로 부상할 위험이 커졌다는 것이 분명해졌다(투키디데스의 함정에 잘 요약되어 있다). 많은 미국 정책 입안자들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처럼 자본주의 시장이 자유민주주의로 가는 길을 닦는 것이 아니라, 시진핑의 부상을 가져와 중국의 자율적인 발전 경로에 충실함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자국의 세계 무역 참여를 보장해 주고 앞으로도 계속 보장해 줄 국제 시스템, 제도, 그리고 구조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아직 국경 너머에서 자국의 이익을 수호할 수 있는 국제적 역량은 갖추지 못했다. 따라서 미국의 경쟁자로서 중국에 대해 미국이 조치를 취하는 것은 수많은 국제 시스템에 의존하는 중국에 시간상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미국의 위기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와 대응은 다음과 같다:
•미국이 부담하는 “제국 유지” 비용을 현재 그 혜택을 누리고 있는 다른 국가에 전가하는 것
•원자재 가격(에너지, 식량, 금속 등) 하락을 통한 경제 회복
•세계화 추구에서 지역적 영향력 영역으로 이동
•세계가 미국 달러에서 이탈하는 “아마겟돈” 상황을 지연시키는 것
•AI 분야에서의 우위 확대 & 이를 통한 저렴한 에너지 수요 증대
•미국 정부의 부채 수준 축소
•우주 분야 우위 확대
•미국 산업의 리쇼어링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의 경제 및 외교 정책을 근본적으로 형성하는 관세 정책이 수립되었으며, 미국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 첫째, 타국은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국 제품에 대해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를 보복 조치 없이 수용해야 하며, 이를 통해 미국 재무부는 공공재 공급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타국의 보복 조치가 미국의 부담 분배를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키고, 미국이 세계 공공재에 대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 다른 국가들은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산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함으로써 기존의 불공정하고 해로운 무역 관행을 중단시킬 수 있다. 셋째, 다른 국가들이 자국의 국방비 지출과 조달을 확대하고, 미국산 무기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하여 미국 장병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미국의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다. 넷째, 다른 국가들은 미국에 더 많이 투자하고 공장도 설립할 수 있다.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한다면 관세 부담에 직면하지 않을 것이다. 다섯째, 다른 국가들은 미국 재무부에 수표를 발행하여 미국이 세계 공공재에 대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또는 보다 수동적으로, 미국 재무부 채권을 100년 만기 무이자 채권으로 전환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의 외교 정책은 예상과 크게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이 직면한 문제를 가속화하고 증폭시킬 수도 있다. 전통적인 자유무역협정이 한동안 미국의 외교 및 경제 정책의 기반을 형성하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하고 시행(그리고 주기적으로 중단)한 관세 정책은 여러 측면에서 미국에 여러 도전 과제를 안겨주었다.
첫째, 관세는 전통적으로 미국과 협력해 온 국가들(예: EU, 일본, 한국)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거나 심지어 이들 동맹국들을 표적으로 삼기도 했다. 미국은 국제 개입 시 이들 국가들에 대한 지원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맹국들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는 한편으로는 미국의 글로벌 및 경제적 이익을 해치고 위태롭게 할 수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이 우려하는 다극화로 국제 행위자들을 몰아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중국에 대항하는 연합군의 주축이 될 수 있는 국가들(예: 베트남과 필리핀)에 대한 무역 조치도 의문스럽다. 미국의 무역 무기화와 동시에 동맹국들로 부터의 일방적인 군사적 조치 기대는 미국을 매력적이지 않고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로 만들어 다자주의를 부추긴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에 요구했던 것처럼 중국, 심지어 러시아와의 무역 관계 단절을 요구하는 미국의 요구는 이념적 이유가 아닌 현실적인 경제 정책적 고려에 기반한 타국가들을 미국으로부터 분리되도록 가속화할 수 있다.
셋째,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는 미국 달러의 지배력을 위협할 수 있으며, 심지어 달러에 대한 신뢰도 하락을 가속화하여 미국의 재정적자 재원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재무부)는 이러한 위험 (“트리핀” 기축통화 딜레마)을 인지하고 있지만, 위기가 매우 심각하여 달러의 붕괴를 가속화할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이러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 달러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하락하려면 신뢰할 수 있는 대체 통화가 필요하며, 현재로서는 어떤 다른 통화도 완벽하게 신뢰할 수 있거나 투명하다고 볼 수 없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차원에서 미국 우선주의 슬로건이 미국의 파트너 확보를 반드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여러 국가 행위자들이 미국이 보장하는 안보 구조(NATO 참조)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 분명하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체 역량을 개발하고 구축함으로써 더욱 발전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행정부 하 미국은 규모 축소와 적정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은 강력했지만, 냉전 이후 단극 체제에서 점차 약화되었다. 이러한 약화는 미국의 자신감을 약화시켰고, 그 결과 미국은 점점 더 다극화되는 세계에서 더욱 공세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한편, 전 세계는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 질서에 혼란을 야기하는 이러한 변화된 글로벌 “재조정” 조치에 어떻게 대응할 지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 조셉 나이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국이 전 세계의 “마음과 생각을 사로잡으려” 행동하던 시대는 이제 불가능해 보인다. 미국은 이제 풀브라이트 프로그램과 같은 해외 원조 및 국제 교류를 대폭 삭감하며 소프트 파워에서 후퇴하고 있다. 트럼프 정권 하에서 미국은 미국의 권위와 권력에 대한 존중을 강요할 뿐, 세계를 정복하기는커녕, 세계 다른 지역과의 관계에서 소외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