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1948년 팔레스타인 나크바(대재앙) 당시 80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시온주의 세력에 의해 인종청소를 당하고 고향에서 추방된 이후, 1949년 12월 8일 채택된 유엔총회 결의안 302호에 따라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사업기구(UNRWA)가 설립되었다.
UNRWA의 설립은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정치적·법적 책임을 반영한 것이었다. 또한 해당 결의안의 전문은 UNRWA의 활동이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여기에는 난민들이 추방당한 고향으로 돌아갈 권리와 함께 보상받을 권리, 그리고 재산을 돌려받을 권리가 포함된다.
첫째: UNRWA 운영의 구조적 한계
UNRWA는 설립 이후 네 가지 주요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첫째는 재정 문제다. 현재까지도 UNRWA의 재원은 유엔 회원국의 의무 분담금이 아니라 자발적 기여금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처음에는 UNRWA가 임시기구이며,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면 곧 활동을 종료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채택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재정 구조로 인해 UNRWA는 각국 정부의 정책 변화와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취약해졌다. 예를 들어 미국은 매년 약 3억 6,000만 달러를 지원했는데, 이는 UNRWA 전체 예산의 약 3분의 1에 해당했다. 이 지원은 도널드 트럼프의 첫 번째 대통령 임기 중 중단됐다가 조 바이든 대통령 재임 기간에 복원됐으며, 트럼프가 다시 집권한 이후 다시 중단됐다. 더 넓게 보면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국가가 UNRWA에 대한 지원 규모를 크게 축소했다.
둘째, 난민 등록의 지리적 범위가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동예루살렘 점령지역을 포함한 요르단강 서안지구, 가자지구 등 다섯 개 지역으로 제한되었다. 그 결과 이라크와 이집트 등 다른 국가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UNRWA의 등록 체계에서 제외되었다.
셋째, UNRWA는 난민들에게 물리적 보호를 제공하지 않았다. UNRWA의 보호 역할은 주로 보건·교육·구호서비스를 통한 인도적 지원과 정기적인 인식 제고 및 정보 보고서 작성에 국한돼 왔다.
법률적 보호 역시 제한적이었다. 주로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렀으며, 난민과 관련된 사건을 직접 담당하도록 변호사를 선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권을 규정한 유엔총회 결의안 194호에 따라 설립된 유엔 팔레스타인 조정위원회(UNCCP)다. 미국, 프랑스, 튀르키예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당초 1948년 나크바 당시 팔레스타인 내부에서 강제이주된 사람들을 포함해, 거주 지역과 관계없이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법적·정치적·인도적 보호 문제를 담당했다.
그러나 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은 1950년대 초 사실상 중단됐다. 다만 오늘날까지도 매년 9월 유엔총회에 연례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넷째, UNRWA는 난민 수용국과의 협의를 통해 난민캠프의 지리적 경계를 설정하고, 그 안에 캠프 사무소와 진료소, 학교 등의 시설을 설치했다.
그러나 나크바 이후 수십 년이 지나면서 난민캠프의 인구는 400% 이상 증가했지만 캠프의 경계는 대부분 그대로 유지됐다. 이에 따라 건축은 점차 수직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상당수 건물이 적절한 공학적 기준 없이 건설됐다. 그 결과 많은 주택이 구조적 위험에 노출되고 사생활이 침해되었으며, 인도적 어려움도 더욱 심화됐다.
또한 공식 당국은 대체로 난민캠프 경계 밖으로의 확장을 제한해 왔다.
이스라엘과 미국 행정부는 정도와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UNRWA를 표적으로 삼는 과정에서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활용하려 해왔다.
둘째: UNRWA 서비스의 심각한 감소
UNRWA에 따르면 600만 명이 넘는 등록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다섯 개 활동지역에 있는 58개 난민캠프에 거주하고 있다. 레바논에 12개, 가자지구에 8개,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19개, 시리아에 9개, 요르단에 10개가 있다.
2023년 기준 UNRWA는 이 다섯 지역에서 초등·중등 과정의 학교 715개를 운영했으며, 매년 약 60만 명의 학생에게 교육을 제공했다.
또한 직업훈련센터 두 곳을 운영했다. 하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 칼란디야에 위치해 750명의 학생을 수용했고, 다른 하나는 레바논 시블린에 위치해 2,000명의 학생을 교육했다.
이와 함께 UNRWA는 140개의 보건센터와 요르단강 서안지구 북부 칼킬리야에 위치한 65병상 규모의 병원을 운영했다. 전체 직원 수는 약 3만 1,000명에 달했다.
그러나 재정 지원 감소로 인해 UNRWA가 이러한 서비스를 유지하는 능력은 크게 제한됐다.
2025년 말 당시 필리프 라자리니 UNRWA 사무총장은 가자지구 직원 575명을 1년간 무급휴직시킨 후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2026년 2월부터 주당 근무시간을 37.5시간에서 30시간으로 줄이고, 현지 팔레스타인 직원들의 임금을 20% 삭감한다고 발표했다. 반면 국제 직원들은 이러한 삭감 대상에서 제외됐다.
실질적으로 이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이 20% 감소했음을 의미했다.
셋째: UNRWA에 대한 체계적인 표적화
이스라엘의 UNRWA 표적화는 2018년 베냐민 네타냐후가 트럼프에게 UNRWA 해체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하면서 더욱 본격화됐다.
이는 UNRWA의 존속 자체가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와 국제법 및 유엔 결의안이 인정한 난민들의 귀환권을 이스라엘이 부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존재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후 알아크사 홍수 작전은 네타냐후와 트럼프가 UNRWA를 점진적으로 해체하려는 시도를 추진하는 명분으로 활용됐다.
이스라엘은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UNRWA 직원들이 알아크사 홍수 작전에 참여했거나 저항세력의 일원이며, UNRWA 시설이 저항세력의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스라엘 크네세트는 UNRWA와의 접촉을 제한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또한 2025년 1월 말부터 이스라엘 당국은 UNRWA 국제 직원들에게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지구, 예루살렘에 대한 비자 및 입국 허가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UNRWA를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심각한 침해에 대한 유엔의 대응은 실질적인 억제 조치 없이 대부분 규탄과 비난 성명에 그쳤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군은 점령된 동예루살렘 셰이크 자라에 위치한 UNRWA 본부를 급습하고 건물 옥상의 유엔기를 이스라엘 국기로 교체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해당 본부를 철거하고 UNRWA가 1952년부터 요르단 정부로부터 임차해 사용해온 부지를 압류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1967년 동예루살렘을 점령하기 이전에 체결된 임대 관계이므로, 해당 부지에 대해 이스라엘은 법적 주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글의 주장이다.
현재 이스라엘은 이 부지에 전쟁박물관을 건립하려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유엔 체제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으로 제시되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은 점령된 동예루살렘의 슈아파트, 실완, 와디 알조즈, 수르 바히르에 위치한 UNRWA 학교 6곳을 폐쇄했다. 이들 학교에는 약 800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었다.
아울러 ‘예루살렘 보건센터’로 알려진 자위야 진료소를 폐쇄했으며, 요르단강 서안지구 북부의 누르 샴스, 제닌, 툴카름 난민캠프에서 UNRWA의 활동을 종료하고 이 지역들을 ‘주거지역(neighborhoods)’으로 명칭 변경하려 했다. 이는 팔레스타인 난민 정체성을 나타내는 핵심 표지를 지우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UNRWA 직원 393명을 사망하게 했으며, 약 312개의 UNRWA 시설을 파괴했다. 이 가운데 일부 시설은 이후 군사 막사, 구금시설,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심문 및 고문 장소로 사용됐다고 글은 주장한다. 이는 UNRWA가 유엔 기구로서 보호와 면책특권을 갖고 있음에도 발생한 일이다.
따라서 UNRWA의 존속과 보호는 궁극적으로 유엔 내부의 국제적 힘의 균형에 달려 있다.
넷째: UNRWA를 겨냥한 이스라엘과 미국의 주요 법률
2024년 11월 4일, 이스라엘 정부는 UNRWA와의 관계를 규율해온 코메이-미셸모어 협정(Comay-Michelmore Agreement)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유엔에 공식 통보했다. 이 협정은 1967년 6월 14일 이스라엘 외무부 정치고문 마이클 코메이와 당시 UNRWA 사무총장 로런스 미셸모어가 서명한 것으로, UNRWA가 이스라엘과 점령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활동을 수행하고 직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틀을 제공했다.
그보다 앞선 2024년 10월 28일, 이스라엘 크네세트는 점령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UNRWA의 활동을 제한하는 두 개의 법률을 통과시켰다.
첫 번째 법은 UNRWA가 이스라엘 및 점령된 동예루살렘에서 활동하거나 대표사무소를 유지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직·간접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한편, 코메이-미셸모어 협정도 종료하도록 했다.
두 번째 법은 이스라엘의 기관과 공무원이 UNRWA 또는 UNRWA를 대신해 활동하는 어떠한 개인·단체와도 접촉하거나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고, UNRWA와 그 직원들에게 부여된 외교적·법적 특권과 면책도 철회하도록 했다.
UNRWA의 활동을 약화하려는 보다 광범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이스라엘 크네세트는 2025년 12월 29일 찬성 59표, 반대 7표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점령된 예루살렘에 있는 UNRWA 본부와 사무소에 대한 수도와 전기 공급을 차단하고, 필수 서비스와 통신 제공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은 2024년 10월 28일 통과된 두 법률을 기반으로 한 것이며, 약 두 달 전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이스라엘이 UNRWA와 다른 유엔 기구들이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판결한 이후 마련됐다.
미국 행정부 역시 트럼프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임기, 그리고 그 사이의 바이든 행정부를 포함해 세 행정부에 걸쳐 UNRWA에 대한 압박을 지속해왔다.
2026년 5월, 공화당 소속 마이크 롤러 하원의원은 공화당 의원 93명이 서명한 서한을 주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UNRWA가 활동하는 다섯 개 지역 모두에서 기구의 해체를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2026년 7월에는 공화당 소속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과 여러 의원들이 미국의 UNRWA 지원과 자금 제공을 종료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다만 이 금지 조치를 언제 해제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시한을 제시하지 않았다.
같은 달, 미 하원에서는 초당적 법안이 발의됐으며, 이 법안은 UNRWA의 임무를 종료하고 구호 기능을 유엔 체계 밖의 대체 비정부기구들로 이전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2026년 7월 1일, 가자지구의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 BoP)는 X를 통해 “새로운 가자에 UNRWA가 설 자리는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2026년 1월 22일 공식 출범시킨 BoP의 이러한 입장은 UNRWA를 설립하고 그 권한을 유엔총회에 부여한 유엔총회 결의안 302호를 사실상 무시하는 것이다.
이 결정은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가자지구에서 UNRWA에 등록된 176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난민이 식수, 식량, 의약품, 주거지 및 기타 필수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러한 조치는 UNRWA를 점진적으로 약화시키고, 궁극적으로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권을 훼손하려는 시도를 용이하게 할 가능성도 있다.
결론
이스라엘이 UNRWA를 폐지하려는 노력은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추방당한 고향으로 돌아갈 권리를 지우고, 그들에게 가해진 인종청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이 고국에서 자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으려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 글의 주장이다.
따라서 UNRWA는 팔레스타인 나크바를 증언하는 살아 있는 존재로 남아 있다.
그러나 UNRWA의 활동이 종료된다고 해서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권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난민’ 문제가 국제정치 의제에서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귀환권은 개인적 권리이자 집단적 권리이며, 양도할 수 없는 권리로서 시간이 지나도 소멸하지 않는다.
또한 이 권리는 국제법과 유엔 결의안에 의해 보호된다. 여기에는 UNRWA 설립보다 1년 앞서 채택된 유엔총회 결의안 194호, 모든 난민이 장기간이 지난 뒤에도 자신의 국가로 돌아갈 권리가 있음을 확인한 1948년 세계인권선언 제13조, 1976년 3월 발효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2조, 그리고 1969년 12월 채택된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 제5조가 포함된다.
무엇보다도 이 권리는 800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난민과 팔레스타인 주민들, 그리고 그들의 대의를 지지하는 전 세계 사람들의 의지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한편 UNRWA는 존속되어야 하며, 본래의 임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받아야 한다.
동시에 UNRWA의 권한도 확대될 필요가 있다. 안정적인 의무 분담금 체계를 마련하고, 물리적·법적 보호를 제공하며, 현재의 다섯 개 활동지역을 넘어 난민 등록 범위를 확대하고, 난민들이 귀환할 때까지 존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임시 공간으로서 난민캠프의 면적도 확장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유엔이라는 국제정치 무대 안에서 힘의 균형이 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며, 팔레스타인·아랍·이슬람·국제적 차원에서 정치, 법률, 언론, 외교, 대중 활동을 지속적이고 조율된 방식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