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ro Money, Bullets, and German Flag Representing Germanys Military Spending and Role in European Defense 20. Source: Shutterstock

독일의 재무장과 유럽 방위의 미래

I. 서론

독일의 재무장과 군사 현대화는 냉전 종식 이후 유럽에서 일어난 가장 중대한 전략적 전환 가운데 하나다. 독일은 수십 년 동안 역사적 경험과 국내 정치문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구조적 의존의 영향을 받아 절제된 국방 태세를 유지했다. 독일의 군 구조와 작전문화, 무기 획득 전략은 유럽의 안보 환경이 안정된 탈분쟁 시대로 접어들었으며, 군사력보다 외교와 경제 통합이 더 중요하다는 믿음에 기반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는 무너졌고, 현재 진행 중인 변화는 유럽 안보의 기반을 새롭게 재편하고 있다. [1]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직후인 2022년 2월 올라프 숄츠 총리가 선언한 ‘차이텐벤데(Zeitenwende·시대전환)’는 단일 위기에 대한 감정적 반응만은 아니었다. 이는 독일의 전략적 사고가 더욱 근본적이고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선언이었다. 베를린은 강대국 경쟁과 지정학적 대립, 유럽 대륙에서의 고강도 전쟁 재등장으로 특징지어지는 시대에 독일의 기존 국방 태세가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미국의 장기적인 안보 공약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유럽 파트너들의 압박이 증가하면서, 독일은 현대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군사 현대화 사업에 착수했다.

이러한 전환에는 국방비 증액, 육·해·공군의 재건, 방위산업 생산 확대, 사이버 및 우주 역량 강화, NATO 억제력의 핵심 축으로서 독일의 역할 재정립이 포함된다. 동시에 유럽의 방위 리더십, NATO 내부의 세력 균형,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이 나아갈 방향을 둘러싼 새로운 논쟁도 촉발됐다. [2]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본 글은 독일이 2020년대 들어 재무장을 추진하게 된 이유를 분석하고자 한다.

II. 독일의 재무장 정책 변화를 이끈 요인

1. 개요

1945년 이후 독일의 국방 태세는 비군사화, 동맹 의존, 의도적인 정치적 신중함에 기반했다. 냉전 기간 독일연방군은 NATO의 전방 방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독일군은 엄격하게 동맹의 지휘체계 안에서 작전했으며 독자적인 전략적 군사력 투사는 피했다. 1990년 통일 이후 독일은 자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환경이 안정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군사비 지출이 크게 감소해 NATO가 제시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2% 기준을 상당히 밑돌았다. 병력 규모와 장비의 작전준비태세도 함께 약화됐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은 이러한 인식을 흔들기 시작했다. 독일은 국방예산을 소폭 늘리고 NATO의 안보 보장 강화 조치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독일은 강력한 군사적 대응이 필요한 안보 과제에 전면적으로 관여하는 데 주저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냉전 이후 독일에 남아 있던 전략적 낙관론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숄츠 총리는 1,000억 유로 규모의 특별방위기금을 발표하고, NATO가 제시한 GDP 대비 2% 국방비 지출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의 상황 전개는 이러한 전환을 더욱 심화시켰다. 비즈니스 스웨덴의 2025년 분석에 따르면, 독일은 2025년 860억 유로인 국방예산을 2029년까지 1,520억 유로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2035년까지 GDP의 5%를 국방에 투입하고, 이 가운데 최소 3.5%를 핵심 군사역량에 배정한다는 NATO의 새 지침에 장기 국방지출을 맞출 방침이다. [3]

따라서 차이텐벤데는 긴급한 정치적 선언을 넘어 초당적 합의와 산업 개혁, 제도적 조정에 기반한 구조적 전환으로 발전했다. 이는 한때 당연하게 여겨졌던 유럽의 안정을 신뢰할 수 있는 독일의 군사력 없이는 더 이상 보장할 수 없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2. 독일의 정책 전환을 이끈 요인

독일의 정책 전환을 촉발한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이는 유럽 안보에 정면으로 도전했으며, 독일의 기존 군 구조가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헤리티지재단을 포함한 여러 싱크탱크의 분석가들은 이번 전쟁이 러시아의 공격을 억제하는 수단으로서 외교와 에너지 상호의존이 갖는 한계를 보여줬다고 지적한다. 독일 정치 지도부는 국가와 유럽 대륙의 안보를 위해 상징적인 기여나 제한적인 병력 배치가 아닌, 신뢰할 수 있는 실질적 군사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4]

두 번째 요인은 미국을 둘러싼 전략적 불확실성이다. 미국은 여전히 NATO에 대한 공약을 유지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전략의 중심은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헤리티지재단은 미국이 유럽에 배치된 자원의 일부를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유럽 대륙의 방위에서 유럽 동맹국들, 특히 독일이 더 큰 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흐름은 유럽 내 미국의 주둔 규모가 축소되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는 상황에 독일 정책결정자들이 대비하도록 만들었다.

세 번째 요인은 유럽 전반에서 추진되는 전략적 자율성이다. 프랑스와 유럽연합 기관들, 여러 북유럽 및 중부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지도력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독자적인 역량을 유럽이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독일의 재무장은 이러한 구상을 실현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독일 정당들과 여론 사이에서도 국가안보를 위해 강한 군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이는 과거 수십 년 동안 독일 사회에 깊이 자리 잡았던 평화주의적 성향에서 벗어나는 문화적 전환을 의미한다. [5]

III. 독일 군사역량의 현대화

1. 독일의 군사 현대화

독일의 군사 현대화 계획은 모든 주요 군사 영역을 포괄한다. 이는 독일연방군을 전쟁의 전 영역에서 작전할 수 있는 신뢰성 높고 즉각적인 대응 능력을 갖춘 군대로 재건하겠다는 장기적 의지를 보여준다. 각 군사 영역에서는 신규 무기 도입과 기반시설 개선, 기존 체계 현대화, 작전준비 기준 강화를 중심으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지상군 분야에서 독일은 수십 년 만에 가장 포괄적인 재무장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기갑 전력과 포병, 기동성, 군수지원 분야에 수십억 유로 규모의 투자를 승인했다. 장기 계획에는 성능이 향상된 레오파르트 2 전차 수백 대의 도입이 포함된다. 이는 기갑전에서 독일이 전통적으로 보유해 온 강점을 유지하고 유럽 최고의 전차 전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독일은 방공형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복서 장갑차를 최대 5,000대까지 도입하고, 노후한 푹스 장갑차를 차세대 차량 3,500대로 교체할 계획이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탄약 생산에만 703억 유로가 배정됐다. 이는 고강도 분쟁에서 소비되는 탄약의 규모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은 교훈을 반영한 것이다. [6]

공군 분야에서 독일은 군사역량과 신뢰성을 모두 회복하려 한다. 독일은 NATO의 핵공유 의무를 이행하고 동맹국 공군과의 상호운용성을 높이기 위해 F-35A 전투기를 구매하기로 했다. 장기 현대화 계획에는 제공권 확보와 다목적 작전, 영공 초계 임무를 강화하기 위한 유로파이터 타이푼 20대의 추가 도입도 포함된다. 독일은 항공기와 미사일 체계, 통합 방공 기반시설에 342억 유로를 투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NATO의 집단 방공 및 미사일 방어체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으려 한다. 이 계획은 유럽 영공방어구상(ESSI)에서 독일이 수행하는 주도적 역할로 보완된다. ESSI는 패트리엇, IRIS-T, 애로우 3 등의 체계를 통합해 다층적인 유럽 대륙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사일과 드론 위협이 증가하면서 이 분야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해군 현대화 역시 중요하다. 독일은 발트해와 북해에서 해양 전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NATO 북부 전선을 지원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총 366억 유로가 신형 호위함과 잠수함, 지원함을 포함한 해군 함정에 투자된다. 이러한 전력은 보급로를 보호하고 해양 상황인식 능력을 높이며, 독일의 전략적 활동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설계됐다. 최근 독일군의 인도·태평양 전개는 핵심 해상교통로 주변에서 동맹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동시에 세계 해양안보에 기여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독일은 전통적인 군사 영역을 넘어 사이버 방어와 우주 역량에도 투자하고 있다. 독일은 사이버·정보영역군을 강화해 국가의 사이버 방어와 정찰, 보안 정보체계 역량을 통합하고 확대했다. 사이버 방어 권한 강화, 민·군 공동감시, 국가 차원의 ‘사이버 돔’ 개발 등 새로운 연방 조치를 통해 위협 감시 역량도 확장했다. 또한 독일연방군의 전담 통신 및 지리정보 지휘부를 통해 보안 통신과 위성 기반 정찰에 투자하고 있다. 채텀하우스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 전 사회적 방위 개념을 도입하고 기반시설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한편, 전시에도 전략적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건설과 조달 기간을 단축하고 있다. ‘독일 작전계획(OPLAN DEU)’은 위기 발생 시 민간과 군사 부문이 통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된 에스토니아식 모델을 반영한다. 이를 통해 독일은 국가안보의 개념을 전통적인 군사 문제보다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2. 국방비 지출과 방위산업의 전환

독일의 국방비 지출 확대는 냉전 이후 유지해 온 국방 태세를 가장 극적으로 뒤집는 변화다. 2022년 조성된 1,000억 유로 규모의 특별기금은 긴급 무기 도입의 출발점이 됐지만, 더 큰 목표는 장기적으로 구조적 대비태세를 확립하는 것이다. 비즈니스 스웨덴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의 국방예산은 2029년까지 1,520억 유로로 증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독일은 부채제동장치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더 높은 수준의 지출을 허용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했다. [7]

독일 국방부가 발표한 3,500억 유로 규모의 장기 현대화 계획은 더욱 야심 차다. 2041년까지 이어지는 이 계획은 냉전 이후 가장 광범위한 군사 투자 사업이다. 계획에는 무기 획득과 기반시설 개발, 방위산업 생산역량의 지속적인 확대가 포함된다. 우선 투자 분야는 탄약 703억 유로, 전투차량 525억 유로, 항공기 및 미사일 체계 342억 유로, 해군 전력 366억 유로 등이다. 독일 정부는 장기화된 분쟁에서도 독일과 동맹국의 수요를 모두 충족할 수 있도록 회복력을 갖추고 생산 규모를 신속히 확대할 수 있는 방위산업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독일의 산업 전환은 2024년 말 채택된 ‘국가안보·방위산업전략’을 기반으로 한다. 이 전략은 해외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의 국방 자율성을 강화하는 한편, 무기 획득 절차를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운영하며 독일의 작전 우선순위에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프랑스와 공동 추진하는 미래전투항공체계(FCAS)와 주력지상전투체계(MGCS) 같은 사업은 차세대 유럽 군사 플랫폼 개발을 주도하려는 독일의 야심을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공동 사업은 때때로 정치적·산업적 갈등에 직면하고 있다. [8]

IV. 독일 여론과 프랑스·영국·미국의 반응

1. 독일 여론

독일인들은 전후 평화주의 문화 속에서 성장했다. 이러한 문화는 군사력 증강을 피하는 방향으로 독일의 국가 정체성을 형성했다. 과거에 대한 죄책감의 유산 역시 독일이 군사적 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제약으로 남아 있다.

그렇다고 독일인들이 러시아의 위협이나 미국의 유럽 관여 축소가 가져올 영향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독일인이 국방비 증액을 지지하며, 과반은 군 병력 확대에도 찬성한다. 그러나 사회의 상당 부분은 전면적인 재무장에 여전히 반대하며, 유럽 안보에서 독일이 보다 제한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를 선호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독일인의 인식은 변화한 것으로 보이지만, 여론은 여전히 양면적이다. 2025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인의 74%가 전쟁을 우려했고, 60% 이상은 러시아가 공격할 경우 유럽이 미국에 의존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상당수는 독일이 “국제적 지도력 행사를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데 군사적 수단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의견에 동의한 사람은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국가를 위해 전투에 참여할 의향을 조사한 2024년 갤럽의 세계 순위에서 독일은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만을 앞서며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9]

정치적 논쟁도 이러한 불확실성을 반영한다. 집권 연정은 전반적으로 재무장을 지지한다. 기독민주연합(CDU)과 자매 정당인 기독사회연합(CSU)이 재무장을 주도하는 반면, 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SPD)은 징병제 재도입과 같은 제안을 저지하며 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해왔다. 좌파 정당들은 대부분 재무장에 반대하지만, 녹색당은 국방 투자와 우크라이나 지원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꿨다. 비판론자들은 군사비 지출 확대가 사회복지 예산을 줄이고 정치적 반발과 극우 세력의 성장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치적 양극단에 위치한 극좌와 극우 세력은 모두 국방비 증액에 반대하며, 에너지 관계 복원을 포함한 러시아와의 협력 재개를 주장한다. 여기에는 2026년 주의회 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둔 급진 우파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도 포함된다. AfD는 민족주의적 성향에 따라 새로운 징병법에는 찬성했지만,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복적으로 저지하고 러시아 제재에 반대했으며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 수입 재개를 요구해 왔다.

2. 프랑스·영국·미국의 반응

프랑스는 독일의 군사력 재부상에 대해 지지와 경계를 동시에 보이고 있다. 프랑스는 유럽 방위를 강화하기 위해 독일의 재무장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독일이 F-35와 같은 미국산 무기체계에 점점 더 의존하면서 유럽의 기술주권 구축 노력이 약화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FCAS와 MGCS의 추진 속도와 방향을 둘러싼 의견 차이는 프랑스와 독일의 방위 협력에 지속되는 긴장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프랑스는 독일의 국방 공약 확대가 유럽의 집단적 억제력과 위기관리 역량을 크게 강화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10]

영국은 더 이상 유럽연합 회원국이 아니지만 여전히 유럽의 주요 군사 강국 가운데 하나다. 런던은 독일의 국방 태세 강화를 NATO의 유럽 축을 보강하는 중요한 요소로 보고 대체로 환영한다. 다만 영국은 합동원정군(JEF)과 같은 구상을 통해 독자적인 지도자 역할을 계속 강조하고 있으며, 동시에 NATO에 대한 영국과 독일의 기여가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하고 있다. 독일의 군사적 비중이 커지면서 특히 북유럽 방위계획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할 기회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은 독일의 군사 현대화 정책을 강력하게 지지한다. 미국은 오랫동안 유럽 동맹국들이 NATO 방위 부담을 더 많이 분담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독일의 최근 약속은 유럽의 국방 투자 부족에 관한 미국의 오랜 우려에 대응한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구상이 NATO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지 면밀히 살피고 있다. NATO와 경쟁하는 별도의 구조를 만들어 동맹의 결속력을 약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11]

V. 독일 군사역량 현대화의 장애물

1. 교리 없는 재무장은 전략적 일관성을 훼손할 수 있다

독일의 국가 규모와 재정 능력, 유럽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심적 위치는 모두 하나의 결론을 가리킨다. 유럽이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 필요한 전략적 일관성을 확보하려면, 베를린은 피할 수 없는 핵심 행위자가 될 것이며 갈수록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독일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독일연방군을 위해 1,000억 유로 규모의 특별기금을 조성했다. NATO 핵공유 임무에서 토네이도 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해 F-35를 도입하고 있으며, 첫 인도는 2026년으로 예정돼 있다. 국방비도 GDP 대비 2%를 넘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모든 조치는 10년 전이었다면 정치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웠을 변화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믿음만으로 정치적 현실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국력은 단순히 축적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그것을 군사 교리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전력, 그리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문화로 전환해야 한다.

이 점에서 독일의 향후 진로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독일은 아직 재정적 약속에 부합하는 일관된 군사전략을 제시하지 못했다. 독일 연방국방부는 2023년 국가안보전략을 보완하기 위해 2026년 4월 ‘독일연방군 군사전략’을 수립했다.

이 전략문서는 유럽이 직면한 핵심 위협을 분명하게 지적한다. 러시아가 17차례 언급된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들어가면 분석은 실망스럽다. 독일에 시급한 전략적 재편을 피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12]

문제는 이 전략문서가 구체적인 교리라기보다 여전히 기본 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 의도는 보여주지만, 영토 방위와 해외 파병 임무, 방위산업 동원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제시하지 않는다. 실제로 독일은 여전히 NATO의 작전계획과 미국의 핵심 지원역량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더욱 거래 중심적인 태도를 보이며 긴장이 다시 높아진 상황에서, 이러한 의존은 정치적으로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의미에서 독일의 재무장은 전략보다 앞서나갈 위험이 있다. 전략이 전혀 없어서가 아니라, 예외적인 지정학적 압박 속에서 여전히 수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략의 주요 목표는 2039년까지 독일연방군을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재래식 군대”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각각 전투 준비를 마친 실전 경험 풍부한 여단 약 130개를 보유한 반면, 독일은 10개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 훈련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NATO 부대를 정기적으로 이기기도 한다. 독일군이 재래식 전력에서 유럽 최강이 되려면 수십 년이 걸릴 것이며, 실제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전략의 출발점은 유럽 안보가 오직 집단적으로만 조직될 수 있다는 인식이어야 했다. 그러나 집단방위와 관련해 독일은 여전히 미국이 주도하는 NATO에 중점을 두고 있다. 독일의 재무장 역시 독일이 미국의 더욱 강력한 군사 동맹국이 되기 위한 수단으로 설명된다. [13]

물론 유럽의 독자적인 대안을 구축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2027년 4월 프랑스 대통령선거 결과를 둘러싼 우려도 존재한다. 그렇다고 미국에 영구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유럽 파트너들에게 자국의 핵우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프랑스는 독일 전략에서 다뤄지지 않는다. 영국과 폴란드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다른 파트너들은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은 북유럽 방위 협력체인 합동원정군(JEF)을 주도한다.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보유한 우크라이나도 이 전력의 핵심 파트너다.

유럽은 독일의 방위조달에서도 사실상 배제돼 있다. 독일 국내 기업들이 전체 주문의 60%를 차지하는데, 이는 2020년보다 두 배 늘어난 수치다. 반면 유럽 파트너 국가에 직접 발주되는 물량은 거의 없다. 그 결과 유럽산 대안이 존재하는 분야에서도 일부 무기체계는 계속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독일 전략의 두 번째 주요 약점은 국방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달성할 목표 시점을 2035년에서 2039년 사이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이는 너무 늦다. NATO는 러시아가 2029년까지 유럽을 공격할 준비를 마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2025년 영국 전략방위검토를 통해 현대화를 추진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이미 촉구했다. 바르샤바에서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드론 함대’ 구축을 선언하고 2025년부터 2039년까지의 군사 현대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러나 독일 총리는 이러한 기술 현대화를 강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 결과 독일연방군은 필요한 장비보다 익숙한 장비를 계속 구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효과가 입증된 ‘새로운 패러다임’의 무기가 독일 방위조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을 뿐 아니라 점점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는 자율체계, 인공지능 지원 정찰 및 사격통제, 네트워크화된 방공·미사일 방어체계, 전자전, 드론 방어체계가 포함된다.

이에 비해 영국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지출을 절대금액 기준으로 두 배 이상 늘렸다. 폴란드는 2020~2021년 이후 새로운 패러다임에 배정하는 예산 비중을 여덟 배로 확대했다.

독일 전략의 세 번째 주요 약점은 실행력이다. 독일 방위계약의 납품 기간은 2~4년으로 영국과 폴란드와 비슷하다. 그러나 영국 및 폴란드와 달리 최종 납품일이 공개되지 않은 독일 주문의 비중은 지난 5년간 꾸준히 증가해 현재 약 70%에 달한다. 여기에 납품 상황을 자동으로 추적하는 중앙 시스템도 없다. 1,000억 유로가 넘는 주문을 발주하고도 무엇을 인도받았는지 추적할 수 없는 국가는 국방정책을 훨씬 넘어서는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14]

이러한 전략적 결함을 바로잡으려면 독일은 우크라이나와 유럽 주요 국가들을 포함한 역내 협력을 집단방위전략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 조달과 훈련도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조정하고, 자율체계와 드론, 인공지능 지원 플랫폼에 관한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국방부는 발주 및 인도 현황을 실시간으로 보고할 수 있을 정도로 급진적인 현대화를 추진해야 한다. 이 모든 조치는 냉정하고 가차 없는 새로운 분석에 기반해야 한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시급하게 필요한 현대화 전략을 직접 이끌어야 한다.

2. 독일연방군은 ‘종이호랑이’인가?

독일연방군은 재원과 작전준비태세 사이의 격차를 보여준다. 새로운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장비 가용성, 탄약 비축량, 조달 속도에서 여전히 부족한 점이 나타난다.

문제는 단순히 규모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운용 가능성에도 있다. 독일은 NATO에 전투준비를 갖춘 부대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완전한 장비를 갖추고 실제 배치할 수 있는 여단을 편성하는 작업은 느리게 진행되고 있으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리투아니아에 여단을 상시 주둔시키려는 계획은 독일 국내에서도 이미 부담을 안고 있는 독일연방군 부대들에 추가적인 압력을 가하고 있다. 통신체계부터 장갑차까지 다양한 장비의 납품이 지연되는 현상은 독일군 내부의 뿌리 깊은 제도적 관성을 보여준다. [15]

이는 심각한 문제다. 강대국은 얼마나 많은 돈을 지출하는지가 아니라, 그 자원을 얼마나 빠르고 일관되게 실전 배치 가능한 군사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독일은 여전히 이러한 전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3. 커지는 국내 정치의 부담

그러나 재무장을 단순한 예산 문제로만 다루는 것도 잘못이다. 이는 정치 지형이 빠르게 분열되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세대적 차원의 약속이다.

실제로 독일의 연정 정치는 좀처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취약해졌다. 메르츠의 지지율은 신임 총리로서는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 그의 정부는 연정의 결속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AfD는 여론조사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최근 주의회 선거에서도 상당한 약진을 이뤘다. 국방 문제는 갈수록 이념적 논쟁에 휘말리고 있다.

2023년 독일의 레오파르트 2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기 위한 과정은 이를 잘 보여준다. 비교적 간단하게 내릴 수도 있었던 결정이 장기간의 국내 정치 및 외교 협상으로 이어졌고, 결국 베를린은 워싱턴과 보조를 맞춘 뒤에야 움직였다. 전략적 방향을 끊임없이 재협상해야 하는 국가는 결국 시간이 자신의 적이 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수 있다.

전후 독일의 경제 기적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연방제와 분권화된 정부 구조도 문제의 일부다. 신속성과 일관성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러한 구조가 의사결정을 지연시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베를린으로 권력을 더욱 집중하면 그 자체로 더 나은 결정이 내려진다는 뜻은 아니다. 프랑스 대통령제는 권력의 집중이 오판을 막아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4. 독일 경제 기적의 종말인가?

이 모든 문제의 밑바탕에는 더욱 근본적인 제약이 존재한다. 바로 독일 경제모델의 현 상태다. 전후 독일의 성공을 뒷받침한 산업체계는 수출 중심적이고 에너지 집약적이며, 점진적인 개선을 통한 높은 품질을 기반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현재 이 체계는 애초에 감당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던 압력에 직면해 있다.

저렴한 러시아산 가스의 공급 중단은 독일이 에너지 공급체계를 갑작스럽고도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재조정하도록 만들었다.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국내 시장에서 갈수록 치열해지는 중국 기업들의 경쟁에 직면해 있다. 동시에 독일 경제에 중요한 대중국 수출은 감소하고 있다.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다변화만이 이러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독일은 디지털 전환의 기회도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다. SAP는 독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사실상 유일한 기술기업이다. 이는 국가가 보다 의도적으로 산업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대규모 자본 동원, 산업과 기술 부문 간의 연계 강화, 그리고 급속한 디지털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여건 조성.

VI. 독일은 충분히 신속하게 재무장할 수 있는가?

1. 혁명이 아닌 진화

일부 관측통들은 독일의 군사전략이 진정한 전환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독일은 경제력과 국가 규모, 그리고 그에 따른 군사력 발전 잠재력 때문에 유럽의 악명 높은 ‘마지못해 패권국’으로 불려왔지만, 지난 70년 동안은 바로 이러한 종류의 전략문서를 만드는 일을 피해 왔다.

그러나 이번 전략이 과거의 전략적 방향과 완전히 단절된 것이라기보다는, 거의 10년 전부터 이어져 온 일련의 문서 가운데 가장 최근에 등장한, 그리고 가장 큰 폭으로 발전한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군사행동을 시작한 이후 발표된 2016년 국방백서는 이미 안보환경의 악화와 더욱 공세적으로 변한 러시아를 지적했다.

2022년 2월 올라프 숄츠 총리가 발표한 ‘시대적 전환(Zeitenwende)’ 연설은 독일을 넘어 널리 사용되는 표현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으며,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독일의 전략적 적응을 상징하게 됐다.

독일 최초의 포괄적 국가안보전략인 2023년 국가안보전략은 안보를 정부 전체가 함께 수행해야 할 과제로 규정했다. 같은 해 발표된 국방정책지침(Verteidigungspolitische Richtlinien)은 국가방위와 집단방위를 독일연방군의 핵심 임무로 강조하고, 이를 군사전략과 새로운 군사역량계획으로 구체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의 군사방위 구상과 관련 문서들은 바로 그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각 단계는 이전 단계보다 한층 더 발전했으며, 2026년 전략은 목표 달성에 필요한 구조와 일정을 공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앞서 강조했듯이 독일에는 국가안보전략 문서와 실질적으로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국방백서가 이미 존재했다. 국방백서는 정부의 전반적인 국방정책을 제시하는 문서였으며, 1969년부터 2016년까지 모두 11차례 발간됐다.

따라서 변화의 핵심은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전략이 갑자기 등장했다는 데 있지 않다. 진정한 변화는 전략에서 시작해 실제 소요에 기반한 군사역량계획으로 이어지는 명시적인 구조가 마련됐다는 데 있다. [16]

일반적으로 전략은 ‘목표, 방법, 수단’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독일의 새 전략도 러시아를 가장 즉각적이고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기존 독일 및 동맹국 전략문서의 연장선에 있다. 또한 독일 국가와 경제, 그리고 사회 전체를 겨냥한 하이브리드·다영역 분쟁의 양상을 설명한다.

현재와 미래의 위협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달성해야 할 군사전략적 목표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우선순위가 제시됐다. 억제와 집단방위, 하이브리드 공격의 완화, 유럽과 유럽 남부 인접 지역의 안정, 그리고 해상교통로 보호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방법은 3단계로 구성된 군사력 증강계획이다. 이 계획은 2029년까지 준비태세를 최대한 강화하고, 2035년경까지 군사역량을 대폭 확대하며, 최종적으로 2039년까지 기술적 우위를 확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강조했듯이, 이는 독일연방군을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재래식 군대”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이어진다. [17]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물적 기반, 즉 수단도 앞으로 10년 이상에 걸쳐 지속적이고 대대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독일의 2026년 국방비는 1,080억 유로를 넘어섰으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2.4%에 해당한다. 2014년의 국방비가 320억 유로, GDP 대비 약 1%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가장 최근에는 국방비 가운데 GDP의 1%를 초과하는 부분을 독일의 이른바 ‘부채제동장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헌법 개정을 통해 이러한 지출 확대를 구조적으로 보장했다. 부채제동장치는 오랫동안 독일의 군사비 지출을 제한해 왔다. 독일은 현재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3.5%로 끌어올릴 계획이며, 현재 기준으로는 약 1,500억 유로에 해당하는 규모다.

군사력 증강 목표도 앞서 언급한 세 단계의 일정에 따라 추진된다. 초기에는 현역 병력 확대를 우선한다. 군사역량계획에 기반한 증강 과정은 총 3단계로 진행된다.

첫 번째 단계는 2029년까지 방위 준비태세와 가용 병력을 신속히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두 번째 단계는 2035년까지 육상·해상·공중·사이버·우주를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군사역량을 크게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NATO와 독일의 군사역량 목표에 부합하는 동시에 전투 수행 능력과 장기전 지속 능력을 높이고, 병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단계를 통해 독일은 2035년까지 최소 46만 명의 전투 준비 병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최소 26만 명의 현역 병력과 20만 명의 예비군이 포함된다. 이후 2039년까지 이른바 ‘기술적으로 우월한 군대’의 지위에 도달한다는 것이 최종 목표다. [18]

2. 초기 성과

지난 3년 동안 독일의 국방·안보정책 개혁은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이러한 변화가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개혁이 일시적인 조치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변화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초기 성과도 나타났다. 독일은 국내 방산장비 생산에 훨씬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하기로 했다. 의도적으로 느리게 설계됐던 군수조달체계의 개혁도 진행되고 있으며, 군사기지 건설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한 법률도 마련될 예정이다.

시민사회의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해 군과 지역사회 간의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독일 작전계획은 에스토니아와 같은 국가들이 시행하고 있는 것과 유사한 ‘사회 전체의 참여’ 방식의 방위체계를 도입하려 한다. 이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달성된 중요한 성과이며, 독일이 훨씬 강력한 군사강국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19]

독일은 또한 2025년 8월과 9월에 실시된 일련의 군사훈련에 참가해 NATO 동부전선 방어를 연습했다. 이에 앞서 같은 해 5월에는 NATO의 ‘강화된 전방주둔’ 체제의 일환으로 리투아니아에 장기간 주둔할 독일연방군 기갑여단이 공식 창설됐다.

이러한 배치는 숄츠 총리가 2022년에 발표한 독일 안보정책의 ‘시대적 전환’, 즉 Zeitenwende가 실제로 구현된 최초의 가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3. 국방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문제

다른 많은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독일도 국방비를 대폭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독일 국방부에 따르면 2026년 국방예산은 1,082억 유로로 계획돼 있다. 이는 2025년의 860억 유로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독일이 이 자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개혁 이전의 독일 군수조달 절차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독일 의회는 2008년부터 2022년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무장형 헤론(Heron) 무인기 도입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였다. [20]

독일은 정교한 맞춤형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무기체계는 결국 예상보다 더 비싸고 신뢰성도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푸마 보병전투차량이다.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의 예비부품 부족 문제도 잘 알려져 있다. 한때 전체 128대 가운데 작전이 가능한 전투기가 단 4대뿐이었던 적도 있다.

독일의 전통적인 외교정책 가치관은 일부 신규 국방사업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특히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이 크게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접근법은 유럽 영공방어계획인 ‘유럽 스카이실드 이니셔티브’와 ‘유럽 장거리 타격 접근법’ 같은 유럽 공동 방위사업으로 구체화됐다.

이 두 사업은 독일과 유럽의 NATO 회원국들이 직면한 군수조달의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유럽에는 분명히 방공 능력과 장거리 타격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유럽 각국 정부는 공급망이 중단되더라도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무기체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과 규모의 경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유럽 전역에는 방위산업 투자가 자국 경제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그러나 이 때문에 NATO 내부에서 여러 국가 집단이 서로 경쟁하는 무기체계에 각각 투자하면서 노력이 중복될 위험이 있다.

차세대 전투기 개발사업인 GCAP와 SCAF, 장거리 미사일 타격체계 개발사업인 ELSA와 개량형 스톰 섀도는 이러한 유럽 내부의 경쟁을 보여주는 사례다. 러시아가 제기하는 위협과 미국의 안보공약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유럽 국가들이 하나의 공동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편이 더 합리적인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하면 생산량을 늘리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이는 방위산업계가 반복적으로 요구해 온 안정적인 수주 물량과 장기계약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방산업체들은 생산능력을 확대하려면 충분한 주문과 장기계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최소한 독일 정부는 자국의 영향력과 역량을 활용해 유럽 전역에서 추진되는 국방사업들이 서로 충분히 차별화되도록 하고, 유사한 사업이 중복 추진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

화하며, 디지털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4. 시기의 문제

독일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 가운데 하나는 상당수 군수조달사업의 일정이 충분히 과감하지 않다는 점이다. 덴마크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5년 안에 NATO를 공격할 준비를 갖출 수 있다고 추정한다.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도 채텀하우스 연설에서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유럽 장거리 타격 접근법(ELSA)은 2035년이 돼야 작전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베를린은 더 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는 장비도 함께 주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공급망을 추가로 복잡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21]

이미 개발돼 즉시 도입할 수 있는 기성 장비를 구매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NATO 비회원국인 협력국으로부터 장비를 조달하면 필요한 장비를 더 빨리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NATO의 상호운용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방산업체들이 NATO 표준에 맞춰 장비를 생산하더라도, 같은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장비가 서로 다른 제조업체에서 만들어졌다면 이들을 연결해 함께 운용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군 병력도 특정 체계에 대한 훈련은 받았지만 다른 체계에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다양한 장비체계를 동시에 운용하면 전선에 예비부품을 공급하는 일도 더욱 복잡해진다.

군수조달 문제는 매우 복잡하다. 잘못된 결정이 내려지면 그 영향은 수십 년 동안 독일연방군에 남게 되며, 더 나아가 NATO 전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독일 정부는 방공체계와 탄약처럼 지금 당장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장비와, 신속하게 생산하기 어려운 장거리 타격체계 같은 장기 사업 사이에서 균형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VII. 결론 및 유럽 안보구조에 대한 함의

이 글은 2020년대 들어 독일이 재무장에 나서게 된 배경을 분석했다.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었으며, 두 번째 요인은 미국을 둘러싼 전략적 불확실성이었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요인은 유럽이 광범위하게 추진하고 있는 전략적 자율성 확보였다. 프랑스와 유럽연합(EU) 기관들, 그리고 중부·북부 유럽의 여러 국가는 미국의 지도력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럽이 독자적인 방위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 이러한 구상을 실현하려면 독일의 군사력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형성됐다.

유럽 안보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독일 재무장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독일의 군사 현대화가 유럽의 안보 지형을 여러 근본적인 측면에서 바꾸고 있다는 데 있다.

첫째, 독일의 군사 현대화는 NATO의 최전선 억제태세, 특히 동부전선의 방위태세를 강화한다. 독일이 리투아니아에 기갑여단을 영구 배치하기로 한 결정은 전례가 없는 조치다. 이는 독일이 NATO에서 가장 위협에 노출된 지역에서 더 큰 작전 책임을 맡을 의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채텀하우스는 이 병력 배치를 *시대적 전환(Zeitenwende)*이 작전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된 최초의 사례 가운데 하나로 평가한다. 이는 역사적으로 신중했던 독일의 접근법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둘째, 독일의 변화는 유럽 방위산업의 기반을 재편하고 있다. 탄약과 군용차량, 첨단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유럽이 장기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한다. 또한 분절된 공급망과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생산 부족에서 비롯된 취약성을 줄여준다. 이러한 방위산업의 부흥은 독일을 유럽 방산 생태계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셋째, 독일의 역할 변화는 유럽의 리더십과 협력체계를 둘러싼 새로운 질문을 제기한다. 독일은 더 큰 책임을 맡는 과정에서 프랑스 및 영국과의 민감한 관계를 신중하게 관리해야 한다. 독일의 현대화 노력이 유럽 전체의 방위전략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보완하도록 해야 한다.

향후 유럽 방위체계의 실효성은 독일이 동맹국 간의 결속을 유지하면서도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22]

동맹국에 대한 함의

독일연방군은 창설 이후부터 동맹체계에 통합된 군대로 활동해 왔다. 독일연방군의 임무와 행동, 준비태세와 작전계획은 모두 동맹이라는 맥락 안에서 발전했다.

흥미롭게도 새로운 군사전략은 그 자체를 독일의 전략적 자립을 위한 조치로 제시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은 여전히 NATO의 방위계획 수립 과정에 크게 의존한다. 특히 2025년 헤이그 NATO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확대된 군사역량 목표가 전략의 주요 기반이 됐다. 이 합의는 GDP의 3.5%를 핵심 방위 분야에 지출하고, 추가로 1.5%를 방위 관련 조치에 투입한다는 약속을 강조한다.

독일은 이를 바탕으로 자체적인 국가 군사역량 목표를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목표는 독일의 군사동맹이자 집단방위의 중심축인 NATO에 기여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여기에는 국가의 군사력이 유럽과 NATO 동맹방위의 기반이라는 새로운 인식이 전제돼 있다. 특정 국가가 보유하지 못한 군사역량을 단순히 협력만으로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유럽 대륙에 필수적인 군사역량 일부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전략문서는 미국의 전략적 중심이 인도·태평양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명시적으로 언급한다. 이에 따라 독일은 유럽에서 더 많은 책임을 맡고, 핵심적인 군사역량과 전력을 담당하며,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국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이를 “미국은 줄이고 유럽은 늘린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은 이 전략의 핵심 의도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 독일의 전략은 여전히 미국을 NATO의 핵심 요소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이는 미국과 거리를 두려는 전략이라기보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중심 전략에 대응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결국 이 전략은 NATO의 유럽 방위축 안에서 독일의 역할을 핵심적인 기둥으로 강화하려는 것이다. 다만 공개된 전략문서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중시를 명확히 인정하면서도, 독일 자신은 여전히 러시아를 자국에 대한 가장 중요한 단일 전략적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23]

참고문헌
[1] https://smallwarsjournal.com/2026/03/31/germanys-military-reawakening/ [2] https://smallwarsjournal.com/2026/03/31/germanys-military-reawakening/ [3] https://www.business-sweden.com/insights/articles/germanys-record-defence-modernisation-drive-as-of-22-october-2025/ [4] https://smallwarsjournal.com/2026/03/31/germanys-military-reawakening/ [5] https://smallwarsjournal.com/2026/03/31/germanys-military-reawakening/ [6] https://smallwarsjournal.com/2026/03/31/germanys-military-reawakening/ [7] https://smallwarsjournal.com/2026/03/31/germanys-military-reawakening/ [8] https://www.business-sweden.com/insights/articles/germanys-record-defence-modernisatio ation-drive-as-of-22-october-2025/ [9] https://longbrief.com/the-return-of-german-power-in-europe/ [10] https://longbrief.com/the-return-of-german-power-in-europe/ [11] https://www.rfi.fr/en/international/20260728-us-reviews-troop-presence-in-europe-as-washington-pushes-nato-burden-sharing [12] https://www.dw.com/en/germany-bundeswehr-nato-russia-ukraine-military-strategy-boris-pistorius/a-76914837 [13] https://www.dw.com/en/germany-bundeswehr-nato-russia-ukraine-military-strategy-boris-pistorius/a-76914837 [14] https://www.bruegel.org/first-glance/german-rearmament-under-spotlight [15] https://www.chathamhouse.org/2026/05/germany-rearms-can-it-lead-europes-hesitant-superpower-waiting [16] https://www.chathamhouse.org/2025/08/will-germany-rearm-quickly-enough [17] https://www.chathamhouse.org/2025/08/will-germany-rearm-quickly-enough [18] https://www.chathamhouse.org/2025/08/will-germany-rearm-quickly-enough [19] https://www.chathamhouse.org/2025/08/will-germany-rearm-quickly-enough [20] https://www.chathamhouse.org/2025/08/will-germany-rearm-quickly-enough [21] https://www.chathamhouse.org/2025/08/will-germany-rearm-quickly-enough [22] https://www.fpri.org/article/2026/08/reading-germanys-rearmament-the-2026-military-strategy-between-ambition-and-accountability/ [23] https://www.fpri.org/article/2026/08/reading-germanys-rearmament-the-2026-military-strategy-between-ambition-and-accountability/
First published in: World & New World Journal
World & New World Journal European Affai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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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WJ 유럽 문제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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