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TIAGO DE CHILE, CHILE - JANUARY 26, 2018: View of the presidential palace, known as La Moneda, in Santiago, Chile. This palace was bombed in the coup of 1973.

칠레, 피노체트 이후 가장 극우적 지도자를 대통령으로 선출 – 지역 내 흐름 및 현 정권 교체 바람 반영

칠레 국민들은 35여 년 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독재 정권 종식 이후 가장 우파적인 대통령을 선출했다.

2025년 12월 14일 결선 투표에서 공화당 소속 전 국회의원이자 두 차례 대선 후보였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가 58%가 넘는 득표율로 승리했다. 좌파 성향의 가브리엘 보리치 현 대통령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이었던 히아네트 하라 집권당 후보는 약 42%를 득표했다.

이번 대선은 의무투표제와 자동 유권자 등록 제도가 도입된 후 치른 첫 번째 선거였으며, 약 1,560만 명의 칠레 유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했다.

2022년부터 시행된 새 선거 제도로 인해 약 500만~600만 명의 신규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새 유권자들은 대부분 젊은 남성들로 하위 중산층이며, 뚜렷한 이념적 정체성이 부족하고 정치 자체를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칠레 유권자들의 카스트 선택은 최근 볼리비아에서 나타난 것처럼 지난 20년간 좌파 정부가 남미에서 집권해 온 ‘핑크 물결’을 뒤집은 것으로 우파 성향의 지도자가 선출되는 이 지역의 최근 흐름과 그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현대 남미와 칠레 역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로서 나는 이번 칠레의 대선 결과가 남미 국가 국민들의 자국 정치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수년간 누적되어 온 중요한 지역적 맥락 또한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칠레의 유권자가 증가한 가운데 이번 선거 운동 기간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는 범죄와 이민 문제였다. 특히 2025년 10월 여론조사에서는 범죄가 가장 큰 문제로 꼽혔으며, 이민, 실업, 의료 문제도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칠레는 남미에서 범죄율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이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조직 범죄 관련 사건들이 칠레 사회를 뒤흔들었다. 살인 사건은 2018년에서 2022년 사이에 증가했다가 이후 소폭 감소했다. 이민자 수도 크게 증가했는데, 많은 이민자들이 베네수엘라 뿐만 아니라 페루, 아이티, 콜롬비아, 볼리비아 등지에서 발생한 경제·정치적 위기를 피해 칠레로 이주했다. 칠레의 외국 태생 인구 비율은 2017년 4.4%에서 2024년 8.8%로 증가할 전망이다.

핵심적인 헌법적 맥락

많은 논평가들은 이번 대선에서의 극심한 양극화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공산당 소속의 현 정부 노동부 장관이 극우 성향의 카스트 후보와 맞붙었는데, 카스트 후보는 그의 형이 과거 몸담았던 피노체트 독재 정권을 칭송해 왔다. 이와 관련해 얘기할 거리는 더 있다.

일부 관찰자들은 카스트 후보를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와 같은 남미의 극우 지도자들과 종종 비교한다. 그러나 칠레는 단순히 이웃 국가 지도자들의 극우 전략을 따라가는 것만은 아니다.

결선 투표를 앞둔 몇 주 동안 두 대선 후보 모두는 중도 노선으로 기울었다. 하라 후보는 증가하는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교도소를 확대하겠다고 공약했고, 과거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겠다고 위협했던 카스트 후보는 이전의 어조를 누그러뜨리며 그들에게 “떠나도록 권유하겠다”고 말했다.

더욱이 카스트 후보는 이전 대선 실패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논란이 되거나 사회적으로 극보수적인 입장에 대한 언급은 자제했다. 예를 들어,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낙태에 반대한다는 이전 입장을 누그러뜨렸다. 칠레 유권자들은 2017년 의회에서 통과된 제한적 낙태 허용 법안을 압도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의 선거 유세 메시지 이면에 숨겨진 결과는 칠레 정치의 구조적 현실을 반영하는데, 이는 남미, 더 나아가 전 세계의 정치 현실과도 연결된다. 2006년 이후 실시된 모든 대선에서 칠레 유권자들은 현직 대통령을 낙선시키고 정치 스펙트럼의 반대편에 있는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대통령직 연임이 금지된 이후, 사회주의 성향의 미셸 바첼레트(2006-2010년, 2014-2018년)와 보수 성향의 세바스티안 피녜라(2010-2014년, 2018-2022년)가 번갈아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정권 교체가 반복되어 왔다.

좌파 학생 운동 지도자 출신인 보리치는 2019-2020년 불평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와 사회적 변혁 이후 2022년에 대통령에 취임했다. 역사적인 순간이었던 이 시기에, 국민들은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강화하고 정부의 불평등 해소 역량을 제한했던 피노체트 시대의 헌법을 개정하는 절차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헌법 개정 회의는 직접 선출된 시민들로 구성되었으며, 그 중 다수는 풀뿌리 운동권 출신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자연권, 원주민 권리, 사회적 권리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진보적인 헌법 개정안은 2022년 국민투표에서 참패했다. 그로부터 불과 1년이 지난 후, 보수 정당들이 헌법 개정 과정에 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은 두 번째 헌법 개정 시도 역시 부결시켰다.

이미 상당히 낮았던 보리치의 지지율은 헌법 개정 실패로 더욱 낮아졌다. 남미 지역의 다른 우파 선거보다도, 칠레의 보수화 경향을 설명하는 데에는 이러한 칠레 고유의 국가적 맥락이 더욱 중요하다.

항상 존재하는 유권자들의 불만

최근 칠레는 대통령 선거를 통해 정권 교체가 자주 이루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 들어 여러 칠레 정부를 거치면서 나타난 ‘근본적인 연속성’이 존재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칠레 정치 체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다.

이러한 유권자들의 불만은 2006년과 2011년의 학생 운동, 그리고 1990년 민주화 복귀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였던 2019~2020년의 사회 봉기(Estallido Social)와 같은 대중 시위로 표출되었으며, 사회 봉기는 보리치 대통령의 집권에 기여했다. 또한, 2020년 헌법 개정안이 78%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된 것도 일반 대중의 불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최근 비록 헌법 개정 절차가 유권자들에 의해 최종적으로 거부되었지만, 이러한 근본적인 불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최근 불만의 한 단면은 11월 16일에 실시된 1차 대선 투표에서 드러났다. 3위 후보는 우파의 원로 정치인이 아닌, 수년 동안 칠레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던 포퓰리스트 경제학자 프랑코 파리시였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고의로 투표를 무효화하라고, 즉 “망가뜨리라”고 촉구했다. 불만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2019-2020년에는 불평등과 신자유주의에 대한 분노로, 이번 선거에서는 경제적 불안정과 범죄에 대한 불안감으로 표출되었다. 칠레의 정치 체제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불만은 지속되고 있다.

일부 관찰자들은 세계 다른 나라와는 달리 칠레의 민주주의 규범은 굳건히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큰 이념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죄우 세력 간 권력 이양이 평화롭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특히 피노체트 정권 시절 민주주의를 위한 오랜 투쟁을 고려할 때 매우 의미 있는 것이다. 대통령 당선자 카스트의 스타일은, 뭐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처럼 과격하지는 않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그의 예의범절 뒤에는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인권 후퇴가 숨겨져 있다. 여성의 신체적 자율권, 적법 절차를 받을 개인의 권리, 노동자의 존엄한 노동 환경에 대한 권리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권리들은 새 행정부 하에서 협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자 아홉 자녀의 아버지인 카스트는 어떤 상황에서도 낙태에 반대하며, 심지어 사후피임약 금지까지 시도한 적이 있다. 그는 피노체트 정권이 몰락할 때까지 피노체트를 지지했으며, 15년간 집권했던 피노체트에게 8년의 추가 권력을 부여하려 했던 1988년 대선에도 찬성표를 던지도록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카스트는 또한 공공 지출을 대폭 삭감하고 경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는 피노체트 정권 시절의 정책을 명백히 연상시킨다.

카스트의 대통령 당선은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지만, 21세기 칠레 민주주의의 주요 과제 중 하나인 유권자들의 불만과 환멸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칠레는 그동안 집권 정부가 지속적으로 국민적 지지를 잃고 야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는 추세를 보여왔다. 현재 카스트와 그의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지만, 2026년 3월 새 정부가 출범한 후에도 이러한 상황이 계속 될지는 알 수 없다.

First published in: The Conversation Original Source
Andra B. Chastain

Andra B. Chastain

Andra B. Chastain은 현대 라틴 아메리카 역사 전문가로, 특히 세계적 맥락에서 20세기 칠레와 멕시코에 연구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녀의 연구 분야는 도시 및 환경사, 과학기술사, 세계 냉전, 정치 및 문화사이다. 수상 경력에 빛나는 그녀의 저서 『칠레 지하철: 산티아고 지하철과 합리적 도시를 위한 투쟁』(예일대학교 출판부, 2024)은 남미 최대 규모의 지하철 시스템인 산티아고 지하철의 역사를 탐구하며, 민주주의와 독재를 넘나드는 주요 국가 기반 시설 사업의 역사를 조명한다. 스페인어 번역판은 2026년 폰도 데 쿨투라 에코노미카(Fondo de Cultura Económica)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또한 그녀는 티모시 W. 로렉과 함께『전문성의 여정: 라틴 아메리카의 장기 냉전 시대 과학, 기술, 환경』(피츠버그대학교 출판부, 2020)을 공동 편집했다. 그녀의 연구는 사회과학연구위원회(Social Science Research Council), 풀브라이트 재단(Fulbright), PEO 재단(PEO Foundation), 미국 역사학회(American Historical Association), 라틴 아메리카 역사학회(Conference on Latin American History)의 지원을 받았다. 그녀는 세계 도시사 프로젝트(Global Urban History Project)의 이사이기도 하다. 채스테인 교수는 현재 산티아고, 멕시코시티, 로스앤젤레스를 사례 연구로 삼아 아메리카 대륙 도시 대기 오염의 역사를 연구하고 있다. 2025-2026년에는 풀브라이트-가르시아 로블레스 펠로우십을 받아 멕시코시티에 있는 멕시코 국립 자치 대학교에서 연구 활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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