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2021년 7월의 정치적 전환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튀니지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정치 권력은 대통령에게 집중되었지만, 2021년 이전부터 존재했던 많은 경제·사회적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이 튀니지의 구조적 경제 위기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그는 그것을 물려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그의 정치 프로젝트가 제기한 핵심 질문에 답을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질문을 더욱 분명하게 만든다. 정치 권력의 집중은 과연 약속했던 더 강하고 역량 있는 국가를 만들어냈는가? 현재까지의 증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튀니지는 정치적으로 더욱 중앙집권화되었지만, 경제적·제도적 역량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것이 2021년 이후 시기의 핵심적인 역설이다. 정치적 권위는 집중되었지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국가의 능력은 그에 비례해 강화되지 않았다.
제1부: 정치적 권력 집중과 제도의 약화
2021년 7월 25일 이후 사이에드는 2011년 이후 구축된 제도적 구조의 상당 부분을 해체했다. 의회는 해산되었고, 사법부의 독립성은 크게 약화되었으며, 대통령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들도 점차 축소되었다. 그 결과 의사결정 권한이 대통령에게 훨씬 더 집중된 정치체제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의사결정의 집중을 국가 역량의 강화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의사결정 과정의 제도적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제성장, 투자, 고용 또는 효율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능력까지 자동으로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 과거의 정치체제가 행동하지 못하는 무능력 때문에 비판받았다면, 새로운 체제는 결국 확대된 정치 권력이 실제로 무엇을 이루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증거는 국가의 성과가 정치 권력 집중에 상응할 만큼 변화했다는 점을 보여주지 않는다.
중앙집권화는 권력이 집중되었다는 증거다. 그 자체로 국가가 더 강해졌다는 증거는 아니다.
제2부: 경제적 압박과 ‘강한 국가’의 한계
사이에드는 심각한 경제 위기를 물려받았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도 물려받았다. 그의 정치 프로젝트는 2011년 이후 정치질서의 분열과 마비에 대한 대안으로 보다 중앙집권화된 국가를 제시했다. 따라서 명확한 평가 기준이 생긴다. 정치적 중앙집권화가 그 이전부터 존재했던 구조적 경제 문제를 해결했는가? 그렇지 않다.
핵심은 사이에드가 2021년 이후 튀니지가 겪은 모든 경제 문제를 초래했다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이미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중요한 점은 2021년 이후 도입된 정치 모델이 권력 집중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제시했던 경제적 전환을 실제로 만들어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5년 첫 9개월 동안 튀니지 경제는 약 2.4% 성장했다. 그러나 2025년 말에도 실업률은 15.2%에 머물렀고, 공공부채는 GDP의 약 82.2%에 달했다. 경기 회복은 실제로 존재하지만, 이를 튀니지 경제의 구조적 전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국가의 자금조달 여건 역시 여전히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다. 2023년 IMF 지원 개혁 프로그램이 중단된 것이 튀니지의 구조적 위기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상당한 금융 압박이 존재하던 상황에서 이러한 중단이 발생했고, 외부 지원을 기반으로 한 전통적인 개혁 경로의 가능성을 더욱 제한했다.
이 구분은 중요하다. 2021년 이후의 기록은 사이에드가 튀니지의 경제 위기를 만들어냈다는 증거가 아니다. 그것은 정치적 중앙집권화가 자신이 해결책으로 제시되었던 위기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는 증거다.
이러한 평가와 유사한 견해는 2026년 조이 후드 전 주튀니지 미국대사도 제시했다. 그는 정치 권력의 집중에도 불구하고 튀니지 국민들이 경제적 혜택을 얻지 못했으며, 동시에 정치적 자유는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문제는 단순히 기대에 못 미치는 경제성장률보다 더 깊다. 정치 권력은 집중되었다. 그러나 경제적 역량은 강화되지 않았다. 중앙집권적 모델은 국가를 누가 통제하는지를 바꾸는 데는 분명히 성공했지만, 국가가 실제로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변화시키는 데는 그만큼 성공하지 못했다.
제3부: 경제적 실패가 정치적 문제가 될 때
중앙집권화의 경제적 결과가 정치적으로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는 책임의 소재가 이전보다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2021년 이전에는 국민들이 실패의 책임을 의회, 정부, 정당, 연립정부 간 갈등 또는 제도적 분열에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2021년 이후 정치 권력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훨씬 더 집중되었다.
이는 정치적 책임의 구조를 변화시킨다. 정치 권력이 집중되면 정치적 책임도 함께 집중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경제적 실패나 공공서비스의 문제를 사이에드 개인에게 직접 귀속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체제가 지속적인 실패의 원인을 계속해서 제도적 분열 탓으로 돌리기는 점점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2026년에 나타난 최근의 시위는 경제적 불만과 정치적 불만이 다시 결합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시위에서는 경제적 어려움, 실업, 공공서비스, 물자 부족 등이 주요 쟁점으로 제기되었고, 이는 2021년 이전 튀니지 정치 위기의 핵심에 있었던 불만들을 다시 부각시켰다.
그 의미는 구조적이다. 과거의 체제는 정치적 마비 때문에 비판받을 수 있었다. 새로운 체제는 점점 더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받게 된다.
이것이 중앙집권화가 만들어내는 책임의 역설이다. 정치체제가 더 많은 권력을 집중할수록, 정치적 통제와 정치·경제적 결과에 대한 책임을 서로 분리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제4부: 워싱턴과 브뤼셀 — 분절된 서방의 타협
서방은 튀니지 문제에 대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워싱턴과 브뤼셀은 튀니지의 정치적 경로에 대해 우려를 공유하지만, 양측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차이는 민주주의 후퇴에도 불구하고 왜 실용적 협력이 계속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브뤼셀: 유럽 남부 국경의 파트너로서의 튀니지
브뤼셀에게 튀니지의 즉각적인 전략적 가치는 이주 관리, 국경 통제, 그리고 유럽 남부 지중해 국경의 안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유럽연합은 튀니지와 이주 및 국경 관리 분야에서 실무 협력을 계속해 왔다. 동시에 유럽의 여러 기관과 정치인들은 민주주의 후퇴와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도 지속적으로 표명해 왔다.
이는 반드시 유럽 정책의 모순이라고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전략적 절충에 가깝다. 유럽은 중부 지중해를 통한 이주 흐름을 통제하는 데 있어 튀니지의 협력을 유지해야 할 즉각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그 결과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가 이주 협력의 실질적 중요성을 대체하지는 못했다.
워싱턴: 안보 파트너로서의 튀니지
워싱턴은 튀니지를 다른 전략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안보 협력, 대테러 대응, 그리고 지역 안정이 여전히 양국 관계의 핵심이다.
조이 후드는 미국에 대한 튀니지의 전략적 중요성을 평가하면서 기존 안보 협력을 기반으로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튀니지의 역할을 안보 및 경제 파트너로서 강화해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주장했다. 그는 과거 상원 증언에서도 튀니지를 미국의 오랜 파트너이자 주요 비(非)NATO 동맹국(Major Non-NATO Ally)으로 표현한 바 있다.
그렇다고 해서 워싱턴이 사이에드의 정치 모델을 지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는 안보 협력이 민주주의 조건부 접근과는 완전히 동일하지 않은 별도의 전략적 논리에 따라 작동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차이는 분명하다. 브뤼셀은 이주와 국경 관리를 위해 튀니지를 필요로 한다. 워싱턴은 튀니지를 안보와 지역 안정의 파트너로 중시한다. 이 때문에 튀니지의 민주주의가 후퇴하더라도 양측과의 관계는 지속될 수 있다.
민주주의는 여전히 서방의 중요한 관심사다. 그러나 서방의 대튀니지 관여를 결정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다. 이것이 튀니지의 대외적 위치에서 나타나는 실용주의적 측면이다.
튀니지의 정치체제가 더욱 중앙집권화되더라도, 튀니지는 주요 서방 파트너들에게 여전히 전략적으로 유용한 국가로 남을 수 있다. 그 결과는 사이에드에 대한 서방의 일치된 지지가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와 안보·이주·지역 안정이라는 우선순위가 공존하는 분절된 서방의 타협이다.
제5부: 안정의 역설
튀니지는 실패국가가 아니다. 제도는 형식적으로 계속 작동하고 있으며, 치안기관은 질서를 유지하고 있고, 국가는 여전히 상당한 강제력과 행정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통제를 국가 역량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국가는 반대 세력을 억압하면서도 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 비판자를 기소하면서도 충분한 투자를 유치하지 못할 수 있다. 의사결정을 중앙에 집중하면서도 인프라를 개선하지 못할 수 있다. 정치적 경쟁을 축소하면서도 국민의 불만을 만들어내는 경제적 조건을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튀니지가 약한 국가에서 강한 국가로 전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나타난 것은 다른 형태의 변화다. 정치적으로 분열된 체제에서 보다 중앙집권적인 국가로 이동했지만, 정치적 통제력의 확대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국가의 실질적 역량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된 것이다.
이러한 구분은 서방의 딜레마를 설명해 준다. 대외 협력은 즉각적인 위협을 억제할 수 있다. 이주 협력은 유럽 국경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일 수 있다. 안보 협력은 지역 대테러 대응과 안정 유지에서 튀니지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협력 가운데 어느 것도 국내의 경제적·제도적 역량을 대신할 수는 없다. 이것이 안정 관리(stability management)와 국가 역량의 실질적 전환(state transformation)의 차이다.
튀니지의 경험은 왜 이 둘을 혼동해서는 안 되는지를 보여준다. 한 국가는 외부 파트너들에게는 충분히 안정적일 수 있지만, 자국 시민들에게는 충분히 기능하지 못하는 국가일 수 있다.
결론: 타협의 한계
사이에드의 집권은 마비된 정치체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되었다. 5년이 지난 지금, 그는 권력을 중앙에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2021년 이전부터 튀니지를 약화시켜 왔던 구조적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핵심은 사이에드가 튀니지의 경제 위기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아니다. 그는 그 위기를 물려받았다. 문제는 그의 정치 프로젝트가 보다 강하고 중앙집권적인 국가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약속했다는 데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러한 능력을 입증하지 못했다.
정치적 권위의 변화는 극적이었다. 그러나 경제적·제도적 역량의 변화는 그렇지 않았다. 이것이 2021년 이후 모델의 핵심적인 한계다. 정치적 중앙집권화는 권력을 집중시키는 데는 훨씬 성공적이었지만, 애초에 중앙집권화를 정치적으로 매력적인 선택으로 만들었던 문제들을 해결하는 국가의 역량을 변화시키는 데는 그만큼 성공하지 못했다.
서방의 이해관계는 이러한 딜레마를 더욱 지속시키는 요인이다. 브뤼셀은 이주 관리와 유럽 남부 국경의 안정을 위해 튀니지와 협력할 실질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워싱턴은 안보와 지역 안정이라는 전략적 관점에서 튀니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양측 모두 사이에드의 정치 모델을 지지하지 않더라도 튀니지와 실용적인 협력을 유지할 수 있다.
민주주의 후퇴는 여전히 중요한 우려이지만, 전략적 유용성 역시 실제 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남아 있다. 따라서 서방이 직면한 선택을 단순히 ‘안정’과 ‘민주주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로 보는 것은 잘못된 이분법이다.
실제 선택은 정치적 통제에 주로 의존하는 형태의 안정과, 경제적 성과·제도적 역량·책임 있는 거버넌스에 기반한 안정 사이에 있다.
튀니지의 경험은 전자가 후자 없이도 일정 기간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전자가 후자를 무기한 대체할 수는 없다는 점도 보여준다.
따라서 이제 핵심 질문은 단순히 “튀니지는 안정되어 있는가?”가 아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해결되지 않은 구조적 위기가 결국 안정 그 자체에 더 큰 위협이 되기 전까지, 정치적 통제가 국가 역량을 얼마나 오래 대신할 수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