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of Nam Ou 5 dam, Laos. Source: Shutterstock

동남아시아의 ‘배터리’로서 라오스의 역할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라오스의 댐과 송전망은 동남아시아의 저탄소 에너지 전환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주변국들 역시 수력발전 이외의 재생에너지 투자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1990년대 외국인 투자가 급증한 이후 라오스는 전력을 자국 수요 이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고, 이를 수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오늘날 라오스가 생산하는 에너지의 약 80%는 주변국에 판매되며, 그 대부분은 수력발전에서 나온다. 라오스의 전력 수출은 동남아시아 본토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가운데 하나인 이 나라에 약 26억 달러의 수입을 안겨준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주변국들은 지역 전반에서 라오스산 수력전력에 상당 부분 의존하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서서히, 하지만 분명하게 변하고 있다.

라오스의 수력발전 전력 수출은 비수력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역내 전력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점점 더 큰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비수력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역내 통합 전력망 구축이 첫발을 내딛으면서, 라오스에 대한 주변국들의 의존 방식과 ‘동남아시아의 배터리’라는 라오스의 역할 자체가 변하기 시작했다.

특히 메콩강 대권역 전반에서 수력발전이 생물다양성과 지역 어업에 미치는 환경적·사회적 영향 역시 역내 수력발전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다.

태국: ‘배터리’에서 전력을 사는 나라

태국은 라오스산 전력의 최대 수입국이며, 라오스의 전력 수출 확대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국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시에 태국의 시민사회 단체들은 대형 댐 건설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세력 가운데 하나다.

태국이 건설한 라오스 북서부의 자야부리(Xayaburi) 댐은 약 1.3기가와트(GW)의 발전용량을 갖추고 2019년 가동을 시작했다. 이는 라오스에서 메콩강 본류에 처음 건설된 수력발전 사업이었으며, 현재도 라오스 최대 규모 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건설 과정에서 잠재적인 환경·사회적 영향에 관한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큰 논란이 일었다.

지역 주민들에게 그 영향은 보다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이 첫 번째 ‘메가댐’을 비판하는 이들은 하류 지역 어업에 악영향을 끼치고, 강의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영양분이 풍부한 퇴적물의 이동을 감소시켰다고 지적한다. 또한 단기적인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갑자기 방류량을 늘리는 ‘하이드로피킹(hydropeaking)’ 현상에도 우려를 제기한다. 이러한 급격한 수위 변화는 강변에 서식하는 동물, 특히 모래톱에 둥지를 트는 조류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야부리 댐 가동 이후 메콩강에는 여러 수력발전 댐이 추가로 계획됐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루앙프라방 인근에 건설 중인 1.5GW 규모의 댐으로, 2030년 가동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 댐 건설로 인해 루앙프라방의 세계유산 지위가 취소될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태국은 환경 문제와 관련해 활발한 시민사회가 존재하는 국가다. 예를 들어 라오스 내 태국 국경에서 불과 2km 떨어진 곳에 추진되고 있는 사나캄(Sanakham) 댐 사업은 생태계 위협을 이유로 시민단체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태국이 상당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팍벵(Pak Beng)과 팍라이(Pak Lay) 댐 역시 반대에 직면했으며, 관련 연구와 주민 협의 과정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도 제기됐다.

태국은 라오스 수력발전 사업의 최대 투자국이다. 이러한 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수단은 전력구매계약(Power Purchase Agreement·PPA)이다. 이는 댐이 완공되면 태국이 해당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구매하겠다고 약속하는 계약이다. 그러나 수년 동안 Mekong People’s Network와 Fair Finance Thailand 같은 단체들은 신규 댐 건설에 반대하고 PPA 체결에도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일부 NGO와 연구자들은 이러한 댐을 ‘가짜 기후해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라오스 수력발전에 막대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태국도 최근에는 태양광 투자를 크게 확대하기 시작했다. 주요 이유는 외부 충격에 따라 수입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LNG는 태국의 주요 에너지원이며, 호르무즈 해협 위기와 같은 사건은 가격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

2026년 9월 태국 정부는 이러한 목적 아래 1년 안에 5GW 규모의 옥상형 태양광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2026년 전력개발계획 초안에 따르면, 2026~2037년 추가될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 약 51GW 가운데 거의 절반을 태양광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베트남: 새로운 형태의 ‘배터리’

베트남의 전력 수요는 제조업 성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6년 3월 건기 절정기에는 베트남의 전력 소비량이 10억 킬로와트시(kWh)에 도달했는데, 이는 예년보다 몇 달 이른 시점이었다. 5월에는 11억 kWh까지 증가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 당국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라오스와 중국으로부터 전력 수입을 늘리는 등의 조치를 지시했다. 2026년 1분기 라오스로부터의 에너지 수입은 2025년 같은 기간보다 거의 120% 증가했다.

2025년 베트남은 라오스로부터 약 1.5GW의 전력을 수입했으며, 그 상당 부분은 수력발전이었다. 같은 해 발표된 수정 전력개발계획(PDP)에 따라 베트남은 라오스로부터의 전력 수입량을 2030년까지 최소 8GW로 늘릴 계획이다. 이는 2023년 PDP에서 제시됐던 5GW보다 크게 상향된 수치다.

베트남과 라오스는 동시에 양국 전력망의 연결성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동남아시아 모든 국가의 전력망을 연결한다는 구상에도 기여한다.

가장 최근 추진되는 양국 연결 사업은 라오스 북동부 후아판(Houaphanh)주의 남냐(Nam Nha) 수력발전 단지와 베트남 국경을 잇는 약 75km 길이의 송전선이다.

수력발전은 앞으로도 베트남이 라오스로부터 수입하는 전력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풍력발전의 비중도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동남아시아 최초의 국경 간 풍력발전 사업인 몬순(Monsoon) 프로젝트는 2025년 하반기부터 베트남에 전력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라오스의 세콩(Sekong)주와 앗따쁘(Attapeu)주에 위치한 이 프로젝트는 600MW의 전력을 생산하며, 고용량 500kV 송전선을 통해 베트남으로 전기를 보낸다.

라오스산 풍력전력을 수입하기 위한 추가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덴마크 재생에너지 투자기업 Copenhagen Infrastructure Partners와 베트남 개발사 Fecon은 라오스 남부 사반나켓(Savannakhet)주에 1GW 규모의 육상풍력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이 사업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주로 베트남의 제조업 중심지에 공급될 예정이다.

베트남의 수정 PDP는 자국 내 비수력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도 크게 높였다. 2023년 계획에서는 2030년까지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를 합쳐 약 43GW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수정 계획에서는 이를 최소 75GW로 상향했다.

캄보디아: 전력망의 미래는?

캄보디아는 빠른 도시화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프놈펜과 시아누크빌 같은 도시에서 계획되지 않은 성장이 이어지면서 당국은 빠르게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2025년 캄보디아의 전국 전력 수요는 전년 대비 약 14% 증가했다. 태양광 발전 확대는 에너지 안보 강화에 도움을 주었지만, 캄보디아는 여전히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위기와 같은 요인까지 겹치면서 수입 연료 가격의 변동성도 커졌다.

캄보디아는 라오스의 돈사홍(Don Sahong) 댐에서 생산된 수력전력 약 200MW를 수입하고 있다. 이 댐은 하류 지역 어업과 멸종위기종인 이라와디돌고래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논란이 되어왔다. 캄보디아 시민사회 단체들은 오래전부터 국내외 수력발전 사업에 반대해 왔다. 2020년에는 에너지원 다변화의 필요성을 이유로 메콩강 본류에 신규 댐을 건설하는 것을 10년간 금지했다.

캄보디아는 2022년 전력개발계획에 따라 장기적으로 라오스산 전력 수입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수입 규모는 2030년까지 약 3GW로 확대된 뒤 2040년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역내에서 가장 야심찬 계획 가운데 하나인 아세안 전력망(ASEAN Power Grid)을 통해 라오스와의 전력 공유를 더욱 확대하려 하고 있다. 1997년부터 추진되어 온 이 구상은 궁극적으로 동남아시아 본토와 해양부를 포함해 아세안 모든 회원국 사이에서 전력을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6년 5월 아세안에너지센터(ASEAN Centre for Energy), 캄보디아전력공사(Electricité du Cambodge), 라오스전력공사(Electricité du Laos)는 단계적으로 아세안 전력망을 발전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국경 간 전력 연결을 확대하는 공동 연구 프레임워크에 서명했다. 이 프레임워크에는 향후 사업을 위한 기술적 평가, 경제성 분석, 예비 환경평가에 대한 협력이 포함된다.

라오스와 캄보디아는 2023년 역내 전력망 연결성을 향한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 중국이 건설한 500kV 고용량 송전선이 라오스 남서부 참파삭(Champasak)주의 변전소와 캄보디아 국경을 연결하면서 가동을 시작한 것이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전력망의 끝 지점인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모두 라오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다. 따라서 2022년 시작된 라오스-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 전력통합 프로젝트(LTMS-PIP)는 아세안 전력망 구축을 위한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받았다.

라오스에서 생산된 전력은 대부분 수력발전에서 나오며, 태국을 거쳐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로 전달된다. 태국은 여기에서 전력을 통과시키는 이른바 ‘휠러(wheeler)’ 국가 역할을 한다.

싱가포르는 2022년 이 시스템을 통해 100MW의 전력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이는 라오스의 수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이 아세안 4개국을 거쳐 거래된 최초의 다자간 국경 간 전력거래였다.

2026년 1월 시작된 프로젝트 2단계에서는 거래 가능한 전력 용량이 200MW로 늘어났다. 이 단계에서는 다방향 전력거래가 도입됐으며, 싱가포르는 추가로 100MW를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하게 됐다.

라오스에서 수입하는 수력전력은 싱가포르가 기후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활용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라오스와 메콩강 유역의 댐들이 초래하는 환경적 영향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면서, 지속가능성을 단순히 탄소 배출량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싱가포르의 에너지 수요는 아세안 전력망의 확대를 더욱 촉진하고 있다. 사라왁과 싱가포르를 연결하는 해저 전력망 사업은 2026년 말까지 일부 엔지니어링 설계 연구를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용 수력전력은 말레이시아령 보르네오에서 생산되며, 이 프로젝트는 2035년경 약 1GW의 전력을 송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배터리’를 건설하는 국가

4월에는 중국-라오스 국경 간 송전선이 가동을 시작하면서 라오스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이 중국 국내 전력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중국이 라오스 수력발전 산업에 참여한 역사는 이미 20년 가까이 된다. 오늘날 라오스 메콩강 본류에서 계획되었거나 이미 완공된 많은 수력발전 댐에는 소유권, 대출, 개발 등 다양한 형태로 중국 기업들이 관여하고 있다.

팍벵(Pak Beng)과 사나캄(Sanakham) 같은 대형 댐은 각각 최소 20억 달러 이상의 건설비가 투입되며 중국 기업이 지분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돈사홍(Don Sahong)과 팍라이(Pak Lay) 같은 다른 프로젝트에도 중국 인프라 개발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메콩강 지류의 대형 댐 건설에도 참여해 왔다. 대표적으로 남우(Nam Ou) 수력발전 연계 사업이 있으며, 수력 이외의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인 1GW급 우돔싸이(Oudomxay) 태양광발전소 같은 사업을 건설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중국이 라오스의 국내 자원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는 반발도 나타났다. 여기에는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를 둘러싼 미국의 전략적 우려뿐 아니라, 대형 댐이 초래하는 환경·사회적 영향을 문제 삼는 지역사회의 반대도 포함된다.

중국이 개발한 댐 사업과 관련해 법적 분쟁도 발생했다. 예를 들어 로이터에 따르면 2025년 중국 국영기업 PowerChina는 남우 수력발전 사업과 관련해 미지급금 5억 5,500만 달러를 요구하며 라오스전력공사(Electricité du Lao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앞으로도 메콩강 본류에 추가 수력발전 댐 건설이 계획되어 있는 가운데, 전력 수출 확대와 비수력 재생에너지 개발, 그리고 아세안 통합 전력망 구축 가능성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동남아시아의 배터리’로 불리는 라오스의 모습은 지금과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First published in: Dialogue Earth Original Source
Tyler Roney

Tyler Roney

타일러 로니는 2020년부터 다이얼로그 어스의 동남아시아 본토 담당 편집자로 방콕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본토에서 신문, 잡지, 온라인 매체, 라디오, 텔레비전 등 다양한 매체를 위해 일했으며, 포린 폴리시, 디 디플로맷, AP, 코코넛츠 미디어, 닛케이 아시안 리뷰 등에서 취재 활동을 했습니다. 야생 동물 사진 및 보존에 관심을 가진 타일러는 메콩강 하류 유역의 수력 발전 및 개발이 미치는 영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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