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의 위기, 홍해 전역의 긴장 고조, 그리고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발생한 유가 급등은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걸프 국가들과 세계 시장은 취약한 해상 운송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각국 정상과 외교관들이 세계 무역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핵심 해상로를 다시 원활하게 개방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또 다른 운송 프로젝트가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15년 이상 동안 걸프 지역의 6개 아랍 국가는 철도망 건설을 위해 조용히 협력해 왔으며, 최근 들어 이 프로젝트는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목표는 걸프 지역의 경제통합을 확대하고 지역의 회복력과 안보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거버넌스와 정치경제 전문가인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지고자 한다. 이러한 철도 프로젝트가 역내 정치와 갈등의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특히 지금 더욱 중요하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운송이 수개월 동안 심각하게 차질을 빚었고, 사실상 대부분 중단된 상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역통합을 철도 위에 올려놓다
페르시아만 지역을 오가는 교통로는 오랫동안 외부 군사강국의 영향과 격렬한 역내 경쟁 및 갈등의 영향을 받아왔다. 여기에는 16~17세기 일부 기간 동안의 포르투갈의 호르무즈 지배, 그리고 이후 영국과 미국의 해·공군력이 포함된다.
1981년 걸프협력회의(GCC)가 창설된 이후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6개 회원국 지도자들은 지역통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그러나 45년에 걸친 정상회의와 공동선언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정치적 협력은 대체로 공식적인 수사와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현재의 이란 전쟁은 걸프 국가 간 협력의 필요성을 더욱 분명히 드러냈으며, GCC 철도 프로젝트는 마침내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
2009년 제30차 GCC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이 프로젝트는 6개 GCC 회원국을 연결하는 총 1,352마일(2,177km)의 철도망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예상 사업비는 2,500억 달러에 달한다. 계획에 따르면 표준궤를 사용하는 화물 및 여객 철도 서비스가 구축되며, 화물열차는 시속 80~100km, 여객열차는 최대 시속 200km로 운행될 예정이다. 전체 철도망에는 유럽식 열차제어기술이 적용될 계획이다.
초기에는 사업 진행이 비교적 느렸다. 주된 이유는 저유가 시기가 이어지면서 화석연료 자원이 풍부한 걸프 국가들의 여러 투자사업이 연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가 프로젝트 가속화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란과의 전쟁이 발생했다. 2026년 4월 GCC 정상들은 이란의 걸프 국가들에 대한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성 폐쇄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걸프 왕정국가들은 안보협력 강화뿐 아니라 GCC 국가 간 전력망과 송유관 연결 확대를 촉구했다. 또한 GCC 철도 프로젝트의 건설 속도를 높이고 조기에 완공하겠다고 약속했다.
GCC 각국이 자국 내 구간의 건설과 운영을 책임지는 구조 속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가 현재까지 가장 큰 진전을 이룬 국가들이다.
아랍에미리트는 2026년 6월 에티하드 레일(Etihad Rail)의 여객 서비스를 개통해 아부다비와 푸자이라를 연결하는 여객 운송을 시작했다. 오만만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국경까지 이어지는 전체 노선은 연말까지 개통될 예정이며, UAE-오만 구간의 공사도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역시 각자의 구간에 대한 계획 및 설계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2026년 초 GCC 철도청장은 이 프로젝트가 약 50%의 공정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전체 GCC 철도망은 2030년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유럽 및 아시아와의 연결 확대
완공되면 이 철도망은 오만만의 항구들에서 쿠웨이트시티까지 이어지는, 걸프 지역 최초의 통합형 국경 간 철도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통합 구상들도 구체화되고 있다.
유럽으로 연결되는 여러 잠재적 노선이 현재 검토 중이거나 개발 단계에 있다.
GCC 철도는 다음과 같은 여러 경로를 통해 오만만과 6개 GCC 회원국을 유럽과 연결할 수 있다.
- 쿠웨이트에서 이라크와 튀르키예를 경유하는 노선
- 사우디아라비아를 가로질러 요르단, 시리아, 튀르키예로 이어지는 노선
-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을 거쳐 이스라엘의 하이파 항구로 연결되는 노선
- 사우디아라비아의 ‘랜드브리지(Landbridge)’를 통해 홍해 항구까지 이동한 뒤, 선박으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노선
오만만에 위치한 GCC 철도 연계 항구들, 즉 아랍에미리트의 기존 푸자이라항과 확장 중인 오만 소하르항은 아라비아해와 인도양을 통해 걸프 국가들을 아시아 시장과 연결하게 된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위기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대체할 수 있는 중요한 운송 경로를 제공할 것이다.
이들 운송회랑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여러 사업은 이미 진행 중이며, 걸프 지역 안팎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인도, 유럽연합(EU), 미국, 그리고 여러 페르시아만 국가들이 지원하는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ndia-Middle East-Europe Economic Corridor), 리야드에서 홍해 연안의 제다까지 연결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랜드브리지 사업 — 이미 설계 계약이 체결된 상태다 — 그리고 이라크의 개발도로 프로젝트(Development Road Project)가 포함된다.
2026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는 철도 연결성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여기에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헤자즈 철도(Hejaz Railway)를 복원하고 현대화하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이를 통해 요르단과 시리아를 거쳐 튀르키예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다시 철도로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이 네 가지 사업은 모두 걸프 국가들의 철도망을 유럽 또는 지중해까지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역내 및 세계 질서를 재편할 수 있을까?
그러나 GCC 철도와 향후 구축될 연결망은 단순한 인프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 철도는 수천만 명의 여행객들이 비즈니스와 관광을 위해 국경을 넘나들 수 있도록 연결하게 된다. 또한 해외 방문객들이 여러 걸프 국가를 보다 쉽게 여행할 수 있게 되어, 역내 관광산업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연결성은 정치적 안정과 경제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라크의 개발도로 프로젝트는 현재 안보 우려와 이란의 영향력 확대에 크게 좌우되고 있는 GCC와 이라크의 관계를 경제적 연결성과 공동의 개발 이익을 중심으로 하는 관계로 변화시킬 잠재력이 있다. 마찬가지로 GCC의 통합이 강화되면 내전 이후의 시리아에서도 투자와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새로운 연결성은 과거의 카타르 봉쇄와 같은 GCC 회원국 간 갈등이 다시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GCC 지도자들은 경제적·정치적 협력 강화가 이란을 견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이 프로젝트가 오히려 이란과 GCC 국가 간 관계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
잠재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올 연결망
역사적으로 철도는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해 국가 형성과 발전 과정에서 큰 변화를 가져오는 역할을 해왔다. 또한 유럽 국가들을 서로 연결했고, 전후 일본의 현대화와 현대 중국의 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리는 GCC 철도 역시 이러한 보다 넓은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인프라를 넘어선다. GCC 철도는 지역 회복력을 강화하고, 경제통합을 심화하며,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GCC 국가들을 아시아·중동·유럽을 연결하는 핵심 연결축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공동의 전략적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철도가 전쟁을 막거나 지정학적 경쟁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인프라는 국가와 사회의 행동과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이해관계와 정체성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 철도는 보다 실질적인 지역협력이 실제 궤도에 오르도록 만들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