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태평양 지역은 오늘날 세계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으며 국제질서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주요 경제·군사 강국, 핵심 해상교통로, 성장하는 경제권뿐 아니라 다양한 지정학적 갈등이 공존한다. 힘의 균형이 변화함에 따라 인도태평양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해상무역과 대외경제에 크게 의존하는 일본에게는 이 지역에서 안정적이고 개방적이며 규칙에 기반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본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FOIP)’ 정책은 일본 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외교정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활용하는 주요 전략 가운데 하나다.
일본의 인도태평양 구상은 현실적인 전략적 배경에서 출발했다. 그 기원은 2007년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인도 의회에서 발표한 ‘두 바다의 합류(Confluence of the Two Seas)’ 연설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연설에서 아베는 인도양과 태평양 사이의 연계가 강화되는 흐름을 분석하고, 양 지역 국가 간 협력과 경제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연설의 중요한 의미는 아시아를 바라보는 새로운 지리적·전략적 시각을 제시했다는 데 있다.
처음 이러한 개념이 제시된 지 약 10년 뒤인 2016년, 일본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는 개념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핵심적으로 이는 국제법 원칙에 기반한 해양질서, 항행의 자유, 번영, 연결성을 확보하려는 구상이다. 당시 중국 경제의 부상과 역내 전략적 영향력 확대에 따라 지역 정세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지만, FOIP 정책은 단순히 중국의 행동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만 제시된 것이 아니라 협력, 발전, 연결성을 강화하기 위한 구상으로 설명됐다.
FOIP에 대한 일본의 공식 입장. 일본 정부는 공식적인 입장에서 FOIP를 자유, 개방성, 다양성, 포용성, 법치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위한 포용적 비전으로 설명한다(일본 외무성, 2026). 일본 정부는 이 개념의 기원을 2007년 인도에서 이루어진 아베의 연설(Abe, 2007)에서 찾고 있으며, 이후 2016년 나이로비에서의 공식 제시(Abe, 2016), 2023년 기시다가 발표한 새로운 계획(Kishida, 2023), 그리고 2026년의 개정안(Takaichi, 2026)으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FOIP의 목표를 국제사회를 분열과 대립이 아닌 협력으로 이끄는 것이라고 규정한다(일본 외무성, 2024). 따라서 앞서 설명한 FOIP의 내용은 일본 정부가 스스로 제시하는 공식적인 정책 프레임에 해당한다.
FOIP의 전략적 의미에 대한 평가. 다음 내용은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본문의 자체적인 분석이다. 일본 정부가 포용성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FOIP는 전략적으로 볼 때 중국을 명시적으로 대상으로 지목하지 않으면서도 중국의 부상에 대응해 지역의 힘의 균형을 형성하려는 일본의 핵심 틀로 기능한다. 이를 통해 일본은 아세안(ASEAN), 인도, 호주, 미국 등을 포함한 파트너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강압적 행동에 반대하는 규범을 강화하며, 인프라와 공급망에서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 동시에 중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한 국가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충분히 개방적인 언어를 유지한다. 학계에서도 FOIP를 개발도상국을 공동 협력체계로 끌어들이면서 중국의 영향력에 균형을 맞추려는 미국의 노력과 상호보완적인 전략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Yoshimatsu, 2025). 또한 2026년 FOIP 개정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서는 이를 중국의 경제적·군사적 강압에 대응하려는 조치로 해석하기도 했다(AJP, 2026). 다만 일본 정부 자체는 이러한 방식으로 FOIP를 설명하지 않는다. 따라서 독자들은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목표에 대한 설명과, 위험요인·지역 균형·일본이 취해야 할 정책 등에 관한 본문의 분석적 판단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FOIP는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다. 일본의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 초기의 해양안보 중심 구상을 넘어 인프라, 개발협력, 경제안보, 기술, 디지털 연결성, 공급망, 인간안보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대됐다. FOIP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2023년에 나타났다. 당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다. 이 네 가지 축은 평화의 원칙과 번영의 규칙, 인도태평양 방식의 문제 해결, 다층적 연결성, 그리고 해양에서 공중으로 확대되는 안보협력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최근의 변화는 2026년에 이루어졌다. 2026년 5월 2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연설을 통해 FOIP의 개정된 구상을 발표했다. 이 새로운 구상은 경제안보에 더욱 큰 비중을 두고 있으며, 인공지능 기반 인프라, 강력한 공급망, 해양안보 등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오늘날 국가안보가 더 이상 군사력만으로 정의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재 국가안보의 개념에는 경제적 회복력, 기술, 에너지안보, 디지털 인프라, 공급망과 같은 다양한 요소가 함께 포함된다.
2007년의 ‘두 바다의 합류’ 구상에서 2016년 FOIP 개념, 2023년의 새로운 계획, 그리고 2026년 개정안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고정된 문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오히려 이 전략은 아시아태평양과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계속 진화해 왔다. 앞으로의 핵심 질문은 일본이 FOIP를 활용해 자국의 이해관계를 효과적으로 지키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지역질서를 구축하고, 역내 다양한 전략적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변화하는 지역 환경 속의 FOIP
FOIP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변화와 함께 지속적으로 변모해 왔다. 중국은 경제적·군사적으로 성장하면서 역내 힘의 균형을 변화시켰고, 미중 경쟁 역시 이 지역 다른 국가들의 의사결정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은 경제적 상호의존과 지정학적 경쟁이 동시에 존재하는 복잡한 전략 환경에 직면해 있다.
중국은 일본의 FOIP 전략에서 가장 복잡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 중국은 일본과 가장 가까운 주요 강대국이자 중요한 경제 파트너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동중국해 문제와 전반적인 지역 안보 상황에서 일본에 실질적인 안보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은 자국의 주권을 지키는 동시에 역내에서 불필요한 긴장을 유발하지 않아야 한다.
FOIP의 논리에서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이 전략을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고 제시하느냐이다. 만약 FOIP가 반중국 구상으로 해석된다면, 이는 지역을 분열시키고 중국과 중요한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에게 FOIP의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동시에 일본이 국제문제에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개입할 경우 일본의 이미지가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억지와 외교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아세안(ASEAN)은 이러한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동남아시아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심부에 위치하며, 아세안 회원국들은 경제적·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아세안 회원국들이 전략적 자율성을 지키려 한다는 것이다.
일본에게 이는 도전인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아세안 국가들이 FOIP를 강대국 경쟁의 또 다른 수단이 아니라 자신들의 목표를 바탕으로 구축된 틀로 인식한다면, FOIP는 동남아시아에서 더 큰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것이 일본이 FOIP와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ASEAN Outlook on the Indo-Pacific)’ 사이의 공통 가치인 포용성, 투명성, 연결성, 협력을 강조하는 이유다.
FOIP에서 경제적 요소의 중요성도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커졌다. 코로나19의 확산, 군사적 충돌, 공급망 교란 등을 겪으면서 특정 경제권이나 공급망에 대한 과도한 의존의 취약성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핵심광물, 에너지, 통신, 인공지능, 디지털 인프라가 국가안보에서 차지하는 중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일본은 경제적 회복력과 다변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2026년에 발표한 FOIP 개정안 역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며, 공급망의 회복력과 경제적으로 중요한 인공지능 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일본과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이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경제적 분절이 지나치게 심화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안보환경의 변화 또한 새로운 도전을 만들어내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갈등, 한반도 문제, 대만 문제 등 복잡한 안보 현안이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은 여러 국가와의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안보협력은 억지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블록 정치가 부상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일본은 안보협력 확대와 외교적 노력이 함께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일본 FOIP의 기회와 미래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FOIP를 통한 협력 기회를 활용하기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중 하나는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일본은 오랜 기간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강력한 경제·개발·외교 관계를 구축해 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인프라, 디지털 연결성, 재난 대비, 에너지안보, 해양안보, 인적자원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다.
인도는 일본의 두 번째 핵심 파트너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도는 아세안에 이어 일본의 FOIP 전략에서 두 번째 핵심 파트너이며, 무엇보다도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인 동시에 상당한 경제적 의미를 지닌 국가다. 양국은 2014년부터 ‘특별 전략적·글로벌 파트너십’을 유지해 왔으며, 2025년 안보협력 공동선언을 통해 이를 더욱 심화했다. 경제 분야에서 일본은 향후 10년 동안 인도에 대한 민간투자 목표를 10조 엔으로 설정했다(주일 인도대사관, 연도 미상; 인도 총리실, 2025). 기시다 총리 역시 2023년 뉴델리에서 ‘필수적인 파트너인 인도와 함께(Together with India, as an Indispensable Partner)’라는 제목으로 FOIP의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다(Kishida, 2023). 인도는 인도양과 인도태평양 지역이 연결되는 지점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지리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며, 성장하는 주요 경제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과 인도는 인프라, 연결성, 기술개발, 해양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양국 간 협력 확대는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간 연결성을 강화할 수 있지만, 일본은 동시에 인도의 전략적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
이들 국가 외에도 호주, 한국, 태평양도서국, 유럽 국가들 역시 일본에 중요한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일본은 경직된 지정학적 블록을 구축하기보다는 공통의 이해관계에 따라 협력할 수 있는 유연한 국가 네트워크를 지향해야 한다. 이는 각 국가가 서로 다른 안보문제, 경제적 이해관계, 외교정책 전통을 가지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특히 유용한 접근방식이다.
일본은 경제개발과 협력을 통해 FOIP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수단도 보유하고 있다. 많은 개발도상국에게는 여전히 강대국 경쟁보다 인프라, 고용, 에너지, 기술, 연결성,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같은 문제가 훨씬 더 중요한 우선순위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러한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관련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역량과 수단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접근은 FOIP를 개발도상국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구상으로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점은 2026년에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아래에서 개정된 FOIP 정책은 일본이 안보와 경제적 회복력, 기술발전을 서로 결합하려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궁극적으로 FOIP의 성공 여부는 일본이 경쟁과 협력 사이에서 얼마나 정교한 균형을 달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이 두 개의 대립하는 진영으로 완전히 분할되고 고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아세안은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려 할 것이며, 인도 역시 비동맹적 성격의 외교정책과 전략적 자율성을 계속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개발도상국들도 여러 강대국들과 다각적인 경제·외교 관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따라서 일본은 FOIP를 중국과의 경쟁에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 FOIP를 국제법, 경제적 회복력, 연결성, 개발, 해양안보, 포용적 협력에 기반한 틀로 개념화하는 것이 훨씬 더 생산적일 수 있다. 이러한 모델은 일본이 우호적인 전략관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경직된 지정학적 블록에 참여하기를 원하지 않는 국가들에게도 FOIP를 매력적인 구상으로 만들 수 있다.
FOIP의 역사는 일본이 이미 상당한 유연성을 보여왔음을 보여준다. 2007년 아베의 ‘두 바다의 합류’ 연설에서 출발해 2016년 FOIP 개념을 공식화하고, 2023년 기시다가 이를 확대했으며, 2026년 다카이치가 다시 개정하기까지 일본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왔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의지가 앞으로 FOIP의 가장 큰 강점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결론
일본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은 광범위한 지정학적 개념에서 출발해 오늘날 인도태평양 지역의 정치·경제·기술·안보 과제를 다루는 포괄적인 틀로 발전해 왔다. 이러한 변화는 역내 힘의 구조에 대한 일본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으며, 안보와 경제 사이의 연계가 점점 더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전략은 여러 장애물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과의 경쟁, 지역 분열의 위험, 역내 국가들의 경제적 취약성, 해양문제, 그리고 지역 행위자들 사이의 의견 차이는 FOIP가 목표를 달성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일본은 안보를 강화하는 동시에 외교관계와 경제협력도 함께 추구해야 한다.
또한 일본은 인도, 아세안, 태평양도서국 등과의 관계가 강화됨에 따라 FOIP를 통해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며, 이는 보다 폭넓은 지역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6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제시한 FOIP 개정안은 변화하는 국제체제의 현실에 맞춰 이 전략이 적응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일본의 지역안보 개념에는 이제 경제안보, AI 기반 인프라, 공급망 회복력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이 점점 더 포함되고 있다.
새롭게 형성되는 인도태평양 질서는 어느 하나의 강대국에 의해 단독으로 결정되거나 두 개의 블록이 완전히 분리되는 형태로 형성될 가능성이 낮다. 오히려 경쟁, 상호의존, 선택적 협력이 동시에 존재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일본의 과제는 단지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경쟁이 협력을 방해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일본이 억지와 외교, 경제적 회복력과 개방성, 전략적 파트너십과 아세안 중심성을 균형 있게 결합할 수 있다면 FOIP는 단순한 일본의 외교정책 프로젝트를 넘어설 수 있다. 국제법, 연결성, 경제적 기회, 전략적 안정이 서로를 보완하는 지역질서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이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번영을 보장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