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녹색 성장의 성공에 대한 실증적 증거가 부족하고, 기존 관행을 고착화한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녹색 성장은 기후 변화의 정치경제적 거버넌스에서 하나의 신념(doxa)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왜 ‘녹색 리더십’이 국가들의 기후 변화대응 방식에 있어 패권을 장악해 왔을까? 본 연구는 아시아의 기후 서비스 리더가 되고자 하는 싱가포르의 정책적 야망을 분석하여 이러한 질문을 탐구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포스트-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싱가포르가 보여주는 에코-모더니스트 리더십의 형태는 현상 유지를 지속시킬 뿐만 아니라, 그들의 접근 방식을 뒷받침하는 문제적 인간중심주의를 (재)확인한다고 주장한다. 본 연구는 최근 정책, 언론, 민간 부문의 문서 분석을 통해 이를 입증한다. 마지막으로, 싱가포르가 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력과 전 세계적으로 네트워크화된 입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싱가포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서론
싱가포르는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한 이후 녹색 성장의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1959년부터 인민행동당(PAP)의 집권 하에서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는 천연자원 부족에도 불구하고 경제 성장과 부 축적에 중점을 둔 성장 전략을 추진해 왔다. 이 전략은 부가가치 제조업, 첨단 연구, 금융 서비스를 모두 포괄했으며, 1965년 미화 516달러에 불과했던 싱가포르의 1인당 GDP는 2022년 미화 82,807달러라는 규모로 급성장했다(세계은행, 2022). 그러나 이러한 급속한 발전은 다량의 온실가스(GHG) 배출, 대기 오염, 생태계 파괴, 생물다양성 손실 등 많은 환경 문제를 야기했다(Goh, 2001). 이에 싱가포르는 이러한 문제들을 경제적 기회로 재구성하여 에코-모더니스트 또는 녹색 성장 접근법을 개발 의제에 효과적으로 접목했다(Dent, 2018; Hamilton-Hart, 2006, 2022). 이러한 싱가포르의 변화는 싱가포르 초대 총리 리콴유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그는 ‘정원 도시’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대규모의 지속적 나무 심기 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은 단순한 생태 프로젝트가 아니라, 싱가포르를 현대적이고 살기 좋은 도시로 홍보하여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자연 보호와 경제 개발을 연계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었다(Schneider-Mayerson, 2017).
리콴유 총리의 리더십하에서 싱가포르는 지속가능성과 같은 개념을 세계 무대에서 자국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장려하는 생태 현대주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채택해 왔다. 기후 변화에 대한 싱가포르의 입장은 이러한 접근 방식을 잘 보여준다. 처음에는 위협으로 여겨졌고 공식 담론에서는 종종 적대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기후 변화는 이제 성장의 기회로 변모되었다. 이러한 관점은 생태적 지속가능성과 경제 번영 사이의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는 엘리트들의 모임으로 매년 3일간 열리는 Ecosperity 컨퍼런스에서 잘 드러난다. 그러나 이러한 녹색 성장 방식은 생태적 온전성보다 인간의 욕구를 우선시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왔다(Dent, 2018; Schneider-Mayerson, 2017; Wong, 2012). 이는 싱가포르의 ‘녹색’ 리더십 모델이 기후 변화 및 기타 환경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는 싱가포르의 기후 변화에 대한 리더십 입장에도 우려를 표명한다. 이러한 입장에서 싱가포르가 가장 최근에 보인 행보는 아시아 기후 재정의 ‘리더’이자 탄소 거래 허브가 되겠다는 야심이다. 싱가포르의 녹색 성장 방식은 복잡한 환경 문제를 기술적 해결책이 필요한 기술적 문제로 좁게 규정할 뿐만 아니라, 자연을 인간 개발을 위한 대상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인간중심주의는 비인간적 행위자를 부정하고, 자연을 도구화하며, 다른 연구자들이 지적했듯이 이를 위해 필수적인 급진적 변화를 제한한다(Böhm and Sullivan, 2021; Ergene, Banerjee and Hoffman, 2021; Nyberg and Wright, 2023). 이어지는 도발적인 논지에서, 우리는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포스트-휴머니즘적 비판(Braidotti, 2013, 2019; Calás and Smircich, 2023)을 바탕으로 녹색 성장에 대한 간략한 개요를 제시한다. 둘째, 우리는 싱가포르의 온실 가스 배출량 현황과 최신 정책 대응을 개괄적으로 살펴본다. 싱가포르의 녹색 리더십이 자연을 비대리인이자 인간에게 종속된 존재로 규정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세 가지 주제를 제시한다. 이 주제들은 ‘위험 생산자로서의 자연’, ‘도구로서의 자연’, 그리고 ‘기회로서의 자연의 종말’이다.
인간중심주의와 녹색 성장
녹색 자본주의 담론은 2000년대 중반 유엔환경계획(UNEP), OECD, 세계은행의 주도로 시작되었다. 리우+20 회의에서 이 세 기관은 “포용적 녹색 성장: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가는 길과 녹색 경제를 향하여: 지속가능한 발전과 빈곤 근절로 가는 길”과 같이 상호 호환성을 강조하는 제목의 녹색 성장을 장려하는 간행물을 발표했다. 이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2015년 파리협정 제10조 5항에서 “혁신을 가속화하고, 장려하며, 가능하게 하는 것은 기후 변화에 대한 효과적이고 장기적인 세계적 대응과 경제 성장 촉진에 필수적이다”(유엔 기후변화협약, 2015: 27)라는 문구로 녹색 성장을 명시했다. 그 이후 녹색 성장 아이디어의 확산은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되었고, 초국가적 국제 기구와 비국가 행위자들이 이를 수용했다. 이는 영향력 있는 기후 거버넌스 포럼에서 주요 정책 주제로 남아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열린 그린 스완 2023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자인 니콜라스 스턴 경은 “기후 변화 대응과 경제 성장 사이에는 상충 관계가 없다. 오히려 정반대이다. 기후 변화 대응이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것이다” 라고 자신 있게 주장했다. 스턴 경의 주장에는 경제 성장이 비인간적 자원의 착취와 그에 따른 기후 위기를 초래하는 ‘결합’ 효과에 대한 인식이 빠져 있다.
녹색 성장 접근법은 자연을 GDP로 측정되는 경제 발전을 창출하는 수단으로 간주한다. 이 접근법의 핵심 가정은 ‘환경’과 소비자 또는 근로자로서의 인간(밀덴버거 2020 참조) 모두가 이러한 도구화 과정을 통해 동등한 이익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GDP에서 배출량(또는 생태 파괴)을 ‘분리’하는 방법은 기술, 투자, 시장, 혁신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실행하면 소비 패턴을 교란시키지 않고 자연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자본과 생산을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프레임에서 자연은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위험 생산자’)이자 동시에 취약한 존재(‘위험에 처한 대상’)로 특징지워진다. 어느 경우든 인간은 삶의 질서를 회복할 주체로 전제된다. 인간이 지배적인 종이 되는 질서(Ruuska, Heikkurinen and Wilen, 2020)가 유지되고, 취약한 상태는 사라진다(Schwartz, 2019).
녹색 성장은 본질적으로 효율성 증대라는 개념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다른 연구자들(Hickel, 2021; Hickel and Kallis, 2019; Jackson, 2021)이 지적했듯이, 상대적 또는 절대적 분리가 지구를 정지시키고 복원하거나 지구 온난화를 1.5도 이하로 유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탄소 배출량을 영구적으로 감소시킬 것이라는 경험적 증거는 없다. 효율성에는 한계가 있으며, 어느 시점에는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투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분리는 지속 불가능하다. 이는 정책의 긴급한 재검토와 탈성장과 같은 대안적 가능성의 검토를 요구한다(Jackson, 2021). 그러나 부의 축적과 물질적 번영에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은 생산과 소비 패턴을 변화시킬 것이다. 히켈과 칼리스(2019)가 지적했듯이, 이러한 유형의 변화는 정치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경제 성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용납될 수 없으며, 어떤 국가도 기후나 환경의 이름으로 자발적으로 성장을 제한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이 전제되어 있다. 따라서 녹색 성장은 대안이 재앙이기 때문에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2019: 484).
녹색 성장은 실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인간을 특권적이고 우월한 종으로 보편화하고 위치시키는 이원론적 사고구조를 구체화한다. 이러한 경향은 인간과 자연 사이의 착취적이고 추출적인 관계를 뒷받침하여 기후 변화를 야기했다. 또한 시민들이 암묵적으로 유해한 외부 효과를 수용하는 ‘체념의 정치’를 조장한다(Benson and Kirsch, 2010). 포스트-휴머니즘 사상에 따라, 우리는 관계적 관점을 통해 자연을 인식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연’은 ‘문화’(예: 인간, 조직, 국가)와 분리되어 그 아래에 존재하는 별개의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자연은 모든 형태의 생명과 물질을 포괄하는 역동적이고 개방적이며 상호작용하는 ‘생명 체계’로 이해된다(Braidotti, 2016). 이러한 자연에 대한 관계적 인식 틀은 인간과 그들의 행위에만 국한되지 않고 모든 생명에 행위성과 활력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Braidotti, 2013). 간단히 말해, ‘자연환경’이나 ‘대기’와 같은 인간을 초월하는 본성은 인간 행동에 있어 다루기 어렵거나 무감각한 배경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삶을 포함해 삶을 형성하는 창조적 힘이다. 이러한 존재론적 입장을 취함으로써, 포스트-휴머니즘은 문화와 사회에 만연한 인간중심적 가정들을 비판하고(Braidotti, 2013), 녹색 성장을 해체하고 도전할 수 있는 독특한 관점을 제시한다.
녹색 도시국가 싱가포르
온실가스 배출량 프로필
싱가포르의 2021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총 53MtCO₂e(국가기후변화사무국, 2021)였다. 2000년 배출량은 38MtCO₂e였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배출량은 직접 또는 1차 배출량(범위 1, 2)을 포함하는 데 에너지(39.2%), 산업(44.4%), 운송(14.2%), 건물(0.9%), 가정(0.4%), 폐기물 및 수자원(0.6%), 기타(0.2%) 등이 포함된다. 액화천연가스(LNG)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부문의 2차 또는 간접 배출량(범위 3)은 94%로 대부분 산업(16.6%), 건물(12.6%), 가정(6.6%), 운송(2.2%)에서 발생한다. 산업 배출량은 싱가포르 총 배출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이 중 75%는 정유 및 석유화학 부문의 화석 연료 연소에서 발생한다(Tan, 2019). 싱가포르는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으로 142개국 중 세계 27위를 차지하지만, 2020년 벙커링/해양 연료 판매로 인한 배출량은 148MtCO2e(국제청정교통협의회, 2022)로 공식 통계에서 제외되었다. 제외 사유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이 해운이나 항공 부문의 배출량을 온실가스 배출량에 포함하도록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2021년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65MtCO2e에서 60MtCO2e로 감축하는 새로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 또한 배출량 정점 연도를 ‘2030년 이전’으로 앞당기고, ‘21 세기 후반에 가능한 한 빨리’ 순배출량 제로(zero) 달성 목표를 확정했다(국가기후변화사무국, 2022). 싱가포르의 주요 감축 조치는 장기적 저배출 개발 전략에 명시되어 있다. 이는 세 가지 영역으로 구성된다: (a) 산업, 경제, 사회 혁신, (b) 탄소 포집, 활용, 저장 및 저탄소 연료 활용, (c) 탄소 시장, 탄소 저장 및 지역 전력망 구축을 위한 국제 협력.
이를 위한 핵심 정책 수단은 싱가포르의 누진 탄소세율로, 기후 행동 추적기(Climate Action Tracker, 2022)에 따르면 배출량의 43%를 차지한다. 이 세율은 2019년 tCO2e당 5 싱가포르 달러에서 2024년 tCO2e당 25 싱가포르 달러로 인상되었으며, 2030년까지 tCO2e당 50~80 싱가포르 달러에 이를 예정이다. 탄소세 납부 의무가 있는 기업은 배출량의 최대 5%까지 탄소 크레딧을 사용하여 상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크레딧은 파리 협정 제6조 2항에 따라 싱가포르 정부의 국제 탄소 크레딧 프레임워크를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으며, 자발적 탄소 시장을 통해서는 획득할 수 없다. 이 세금은 다방면에서 효과를 발휘한다. 탄소 시장을 조성하기 위한 수요를 촉진하고, 기업의 위험을 줄여 투자자 신뢰를 높이며, 싱가포르와 신용 생산국들의 탈탄소화 노력을 장려한다. 싱가포르의 다른 온실가스 감축 노력으로는 산업, 가정, 건물, 폐기물 관리, 대중교통 전반에 걸친 에너지 효율 및 자원 최적화가 있다.
녹색 금융 리더
싱가포르는 아시아 탄소 거래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최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마스터플랜인 ‘싱가포르 그린 플랜 2030’(SGP)에서 이를 명시하고 있다. 2020년에 출범한 ‘싱가포르 그린 플랜 2030’은 유엔 2030 어젠다 및 파리 협정과 같은 국제 사회의 약속에 발맞춰 기후 행동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지역적 ‘리더’로서 싱가포르를 중심축으로 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계획은 기후변화부처간위원회의 지도 아래 5개 주요 부처가 공동으로 참여한다. ‘자연 속 도시’, ‘지속가능한 생활’, ‘에너지 재설정’, ‘녹색 경제’, ‘회복력 있는 미래’라는 5대 축에 중점을 두고 효율적인 자원 사용, 저탄소 에너지 도입, 그리고 혁신 주도적 변화를 추구한다. 주요 사업으로는 녹지 공간 개선, 수자원 절약 촉진, 친환경 대중교통 확충, 그리고 2030년까지 청정에너지 차량 의무화 등이 있다.
‘싱가포르 그린 플랜 2030’의 ‘녹색 경제’ 축은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환경 문제를 경제 성장의 기회로 제시한다. 여기에는 탄소 포집 기술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2022년 녹색 금융 실행 계획(싱가포르 통화청, 2022)을 통해 싱가포르를 탄소 서비스 및 거래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포함된다. 이 계획은 탄탄한 녹색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여 싱가포르를 녹색 금융의 세계적인 중심지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는 녹색 채권 및 보험 상품과 같은 지속 가능한 경제 솔루션을 위한 시장 개발이 포함된다. 2021년 싱가포르 정부가 의뢰한 한 연구는 싱가포르가 탄소 거래 허브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강조하며, 2050년까지 그 가치를 미화 18억 달러에서 56억 달러 사이로 추산했다(Carvalho et al., 2021).
싱가포르는 녹색 리더십 계획의 일환으로 제6조 2항에 따라 ‘탄소가 풍부한’ 개발도상국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베트남, 부탄, 파라과이, 파푸아뉴기니, 피지, 르완다, 코스타리카, 가나, 세네갈, 도미니카 공화국, 콜롬비아, 칠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케냐, 몽골, 모로코, 페루, 스리랑카와 협정을 체결했다. 또한 최근에는 호주와 녹색 경제 협정을 체결하여 호주산 탄소 배출권의 수요를 창출하고 거래를 촉진하고자 했다. 이 6.2조 협정의 목적은 한 국가(예: 파푸아뉴기니)의 배출량 감축을 통해 창출된 국제적으로 양도 가능한 감축 결과(Internationally Transferrable Mitigation Outcomes) 또는 탄소 배출권의 거래를 촉진하여 다른 국가(예: 싱가포르, 뉴질랜드)가 이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관심은 이러한 파트너십이 싱가포르 내 거래 시장 구축에 기여하는 역할에도 있다. 싱가포르는 협정에서 “탄소세 납부 의무가 있는 싱가포르 기업은 적격 프로젝트에서 탄소 배출권을 구매하여 과세 대상 배출량의 최대 5%까지 상쇄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국가기후변화사무국, 2023). 제6.2조 파트너십은 싱가포르 기업의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의 새로운 거래 플랫폼인 Climate Impact X에서 거래할 수 있는 배출권 판매자 포트폴리오를 시장에 출시한다.
자연의 생태현대주의적 주제
기후 선도 국가로의 전환을 향한 싱가포르의 야망에 대한 포스트-휴머니스트적 관점은 세 가지 생태현대주의 또는 녹색 성장 주제를 제시한다. 이 주제들은 ‘위험 생산자로서의 자연’, ‘도구로서의 자연’, 그리고 ‘기회로서의 자연의 종말’이다. 이러한 주제들은 인간이 우선시되어야 하며 경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자연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전통적인 접근 방식은 이러한 이원론을 무시하고, 이러한 사고구조가 기후 변화 유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나 고려 없이 자연의 도구화를 지지할 것이다. 싱가포르의 글로벌 탄소 거래 허브 구축 야망에 대한 공식 문서와 연설에서 싱가포르는 모범적인 도시이자 환경 행동의 선구자로 제시된다. 또한 ‘건국의 아버지’이자 선구적인 환경 지도자였던 리콴유 총리에 대한 언급도 자주 등장한다.
위험 생산자로서의 자연
정치인, 관료, 그리고 산업계는 기후 변화를 자연이 ‘제자리를 벗어나’ 취약한 국가에 적대적인 결과를 초래한 결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Douglas, 1966; Ruuska et al., 2020). 예를 들어, 이러한 재앙적인 프레이밍을 설정한 싱가포르 기후변화협약인 ‘싱가포르 그린 플랜 2030’ 발췌문과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리셴룽 총리와 그레이스 푸 지속가능성환경부 장관의 발언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기후 변화는 우리 시대의 실존적 위협이다. 해수면 상승과 극심한 기상 패턴을 초래했다. 저지대 섬나라 싱가포르는 특히 취약하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폭우가 더 심해지고, 가뭄이 더 심해지고 있다(싱가포르 정부).
싱가포르는 저지대에 위치한 대체 에너지 취약 섬나라이다. 따라서 기후 전환에 따른 필연적인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 새로운 금융 모델, 그리고 새로운 시장이 우리에게 희망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싱가포르 외교부, 2023).
싱가포르는 재생에너지가 부족한 작은 도시 국가이다. 해수면 상승의 위협에 매우 취약한 저지대 섬나라이다. 또한 적도 인근의 도시화된 국가이기 때문에 기온 상승에 취약하다(싱가포르 지속가능성환경부, 2023).
자연이 위험을 생산한다는 서사(敍事)는 지구와 그 너머가 인간에게 정당하고 배타적인 공간으로 간주되는 공간적 인간중심주의의 한 형태이다(Ruuska et al., 2020). 자연이 길들여지고 본래의 유순한 위치에 있다면 인간은 위험에 처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논리에 대한 합리적인 대응은 방파제 건설이나 인간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어 기반 시설(예: 물, 전기, 교통, 통신) 구축과 같은 견고한 공학적 해결책을 통해 자연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이다. 이와 함께 홍수 보험과 같은 소프트한 해결책을 통해 재건 비용을 흡수하는 것이다.
녹색 성장 도구로서의 자연
싱가포르 사례는 자연의 대상화가 도구화의 전제 조건임을 보여준다. 두 번째 주제인 녹색 성장 도구로서의 자연은 싱가포르가 오랫동안 추진해 온 가든 시티(Garden City) 전략을 지속하는 데서 분명히 드러난다. 즉, 자연을 변화시켜 국민의 물질적 번영을 보장하고 인민행동당(PAP)의 정치적 정당성을 유지하는 것이다(Barnard and Heng, 2014; Hamilton-Hart, 2006, 2022; Schneider-Mayerson, 2017). 예를 들어, 싱가포르 정책 보고서에서 리콴유 전 총리는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100여 년 전, 이곳은 갯벌과 늪지대였다. 오늘날 이곳은 현대적인 도시이다. 10년 후, 이곳은 대도시가 될 것이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싱가포르 정부).
‘싱가포르 그린 플랜 2030’은 리콴유 총리의 이 발언에 이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갯벌에서 대도시로 발전한 우리는 우리의 대도시를 지속가능한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 것이다(싱가포르 정부).
오늘날 싱가포르는 정원 속 도시이며, 세계 최고의 녹색 도시 중 하나이다. 우리는 섬 면적의 약 3분의 1이 나무로 뒤덮인 대규모 자연보호구역을 확보했다. 덥고 습한 도시 환경에서 질병 예방을 위해서는 공공 청결과 위생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싱가포르 정부).
자연을 도구로 사용하는 것과 국가 건설 사이에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이러한 주장의 결과로, 싱가포르의 ‘세계적’ 야망에 대한 어떠한 반대도 국가에 대한 위협이자 비애국적이고 퇴행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녹색 성장을 위한 도구로 자연을 활용하는 것은 녹색 경제라는 기둥 아래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자연의 종말, 기회로
싱가포르가 ‘녹색 리더’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에서 두드러지는 세 번째 주제 역시 자연의 도구화와 관련이 있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인위적인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의 파괴를 경제 발전을 촉진하는 수단으로 제시한다. ‘싱가포르 그린 플랜 2030’에서는 네 가지 기둥이 효율성과 천연자원의 생산 및 소비 최적화에 중점을 둔다. 그러나 녹색 경제는 단순히 자연을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의 쇠퇴를 통해 번영을 추구한다. 기후 위기에 대한 담론은 기후 위기에서 기회를 ‘획득’하고 국가와 기업에 행동 압력을 가하는 서사(敍事)로 재편되고 있다. 재난 자본주의와 마찬가지로, 기후 변화의 영향은 싱가포르가 개발주의적 접근 방식을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사업 기회이다. 이러한 담론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세계가 저탄소 미래로 전환함에 따라 녹색 경제에는 많은 흥미로운 새로운 기회가 있다. 예를 들어, 녹색 금융 및 탄소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는 우리 기업들에게 좋은 일자리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다(싱가포르 통상산업부, 2022).
싱가포르의 녹색 계획은 지속가능성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계획에 따라 싱가포르 정부는 모든 경제 주체가 더욱 지속가능한 경제 모델로 전환하도록 이끌고 추진할 것이며, 여기에는 싱가포르를 녹색 금융, 탄소 배출권 거래, 지속가능성 컨설팅의 허브로 만드는 것이 포함된다(Wangkiat, 2021).
우리는 새로운 협력 분야를 모색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협력을 심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서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은 흥미로운 성장 기회와 강력한 국제 협력 잠재력을 지닌 분야 중 하나이다. 녹색 금융, 탄소 서비스, 탄소 거래는 녹색 경제에서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의 몇 가지 예이다(싱가포르 통상산업부, 2023).
싱가포르는 기후 위기가 국가에 제공하는 경쟁 우위를 분명히 강조하고 있다. 정원도시 전략의 도구적 측면을 강화하는 것은 기후 변화를 상품화할 뿐만 아니라 금융화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에르게네, 바네르지, 호프만(2021: 1320)이 지적했듯이, “인류세는 의도치 않은 결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환경 파괴를 희생시키면서 부의 축적을 우선시하는 정치경제의 직접적인 결과이다.” 자본주의에 내재된 성장의 필수성은 생태학적 결과에도 불구하고 자연의 ‘자원’을 저비용으로 착취하는 데 의존한다. 자본주의는 토지, 노동, 에너지를 포함한 ‘저렴한’ 자원을 착취하려 한다. 이러한 값싼 투입물 추구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존재론적 분리, 그리고 자연과 일부 인간을 다른 인간과 비교하는 가치 절하에 기반한다. 자본주의는 “인간과 지구 사이의 관계에 ‘신진대사적 균열’을 일으켜, 지구 생명의 기반 자체를 위협하는 환경 위기를 초래한다.”(Wright et al., 2018: p. 459; Foster, 2012; Nyberg et al., 2022 참조)
결론
위에서 살펴본 세 가지 주제는 싱가포르가 자연을 어떻게 계속해서 ‘타자화(他子化)’ 하는 지를 강조한다. ‘녹색 리더’와 ‘녹색’으로 간주되기 위해 무엇이 정당하고 요구되는지에 대한 현재의 이해는 주로 경제 중심적인 정치적 의제를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에코-모더니스트 리더십’ 체제는 잘 알려져 있고 알 수 있는 성격의 정량적 측정에 몰두한다. 간단히 말해, ‘녹색’이 되려면 이러한 수치들이 반영하고 관련되는 경제 및 환경 시스템 모두에 유익하다고 합의된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이러한 도구주의는 녹색 미래를 향한 하나의 수단을 제공하지만, 기후 변화를 뒷받침하는 이원론적 착취 관계를 구체화한다고 주장한다(예: Moore, 2016). 녹색 성장과 다른 ‘녹색화’ 개념(예: 녹색 경제, 녹색 금융)은 인간중심주의의 문제성을 변화시키지 않고 오히려 프로메테우스적 논리를 전파하고 뒷받침한다(Dryzek, 2022). 따라서 싱가포르의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은 0.1%로 적지만, 싱가포르의 친환경 리더십 입장과 실천을 고려할 때 기후 변화에 대한 기여도는 이 수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싱가포르만이 이러한 유일한 국가는 아니며, 호주와 뉴질랜드와 같은 다양한 영향력 있는 국가, 다국적 기구, 시민사회, 그리고 민간 부문 역시 추가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