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occan flag fluttering with a blue sky in the background. Source: Shutterstock

모로코 최초의 여성 총리 탄생: 역사적 전환점과 국제사회에 미칠 영향

모로코 여성들의 역사는 현대 정치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무라비트 왕조의 발전에 기여한 인물로 알려진 자이납 알나프자위야부터 16세기 테투안을 통치했던 사이이다 알후라에 이르기까지, 모로코 역사에는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지도자로 활동했던 여성들의 기록이 남아 있다. 현대에 들어서도 여성들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왔다. 2003년에는 학자인 라자 나지 메카위가 국왕 무함마드 6세 앞에서 하사니 종교 강연을 진행하며 오랜 전통을 지닌 이 학술·종교 행사에 참여한 최초의 여성이 되었다. 그리고 2026년 9월 29일, 파티마 에자흐라 엘 만수리가 모로코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로 임명되면서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졌다. 그러나 이번 인사의 의미는 국내 정치의 상징적 변화에만 머물지 않는다. 여성 총리의 탄생은 모로코의 국제적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며, 실제 제도와 공공정책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새로운 정치 환경에서의 여성 리더십

파티마 에자흐라 엘 만수리의 총리 임명은 모로코 정치사에서 전례 없는 사건으로,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 여성이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지 다시 주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변화의 의미는 단순히 여성 최초라는 기록을 세운 데 그치지 않는다. 신임 총리가 공공정책을 수립하고 경제·사회적 과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 그리고 정부의 정책적 약속과 국민의 기대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을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다.

이번 임명은 2026년 9월 23일 실시된 총선 이후 새로운 정치 국면에서 이루어졌다. 당시 진정현대당(PAM)이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했으며, 이후 4개 정당으로 구성된 연립정부를 이끌게 되었다. 10월 16일에는 새 정부의 각료들이 임명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정치적 공약을 실제 정책과 사업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지 평가받는 시기가 시작되었다.

모로코의 국제적 이미지라는 측면에서 여성이 행정부의 최고위직에 오른 것은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이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다. 그러나 여성 총리가 임명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성평등이 얼마나 진전되었는지, 또는 여성이 주요 의사결정에 얼마나 폭넓게 참여하게 되었는지를 판단할 수는 없다. 한 국가의 국제적 이미지는 정치적 상징성뿐 아니라 제도의 성격과 공공정책이 만들어내는 실제 성과가 함께 작용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여성 각료 7명, 직책의 분포는 무엇을 보여주는가?
새 정부에는 총리를 포함해 여성 7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담당하는 분야는 에너지·광업·지속가능발전, 가족·사회발전·평등, 의회 및 시민사회와의 관계, 직업훈련과 직무역량 개발, 주택 및 도시정책, 행정개혁 등이다.

여성 각료 7명의 참여는 여성들이 정부 운영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았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성 각료가 7명이라고 해서 모두 독립된 부처를 이끌거나 동일한 수준의 행정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 독립된 부처를 총괄하는 여성은 에너지·광업·지속가능발전부 장관 단 한 명이며, 나머지는 위임장관직을 맡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모로코에서 처음으로 여성 총리가 정부를 이끌게 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행정부의 최고위직에서는 역사적인 변화가 이루어졌지만, 독립된 부처를 책임지는 여성 장관의 수는 이전 정부와 비교해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여성들이 정책 수립과 예산 배분, 전략적 의사결정에 얼마나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의미 있는 정치 참여는 여성의 수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어떤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았으며, 이를 통해 어떠한 성과를 만들어내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국제적 이미지와 제도적 현실 사이

엘 만수리의 총리 임명은 여성의 정치적 리더십을 둘러싼 국제적 논의에서 모로코의 존재감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동시에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이 실제로 얼마나 확대되고 있는지도 더욱 면밀하게 살펴보게 만든다. 정치권력의 최상층에서 이루어진 변화가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제도적 발전으로 이어지고, 여성들의 참여 기회를 넓히며, 여러 분야에서 여성들이 책임 있는 직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새로운 정치 국면을 평가하려면 모로코의 정치체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모로코는 입헌군주제 국가로, 국왕이 특히 외교와 국방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에서 광범위한 권한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총리의 역할은 헌법과 제도가 부여한 권한 안에서 정부 업무를 관리하고, 공공정책을 조율하며, 정부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데 중점을 둔다.

그렇다고 이러한 정치적 구조가 여성 총리 임명의 중요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질적인 변화가 어느 영역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지 명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앞으로 중요한 과제는 새 정부가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하며, 국민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있다.

모로코의 국제적 이미지는 성평등 외에도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제도적 안정성, 투자 매력도, 공공서비스의 질, 권리 존중, 경제·사회적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 능력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친다. 여성 총리의 탄생은 모로코에 새로운 상징을 제공할 수 있지만, 그 상징이 얼마나 오래 의미를 유지할지는 결국 실제로 무엇을 이루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외교적 의미: 모로코의 국가 이미지와 국제 협력 관계

엘 만수리의 총리 임명은 국내 정치적 의미를 넘어 모로코의 국제적 이미지를 강화할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여성의 정치적 리더십과 대표성에 관한 국제적 논의에서 모로코의 위상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임명이 외교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인사 자체만이 아니라 모로코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외교정책의 우선순위와 전체적인 맥락에서 평가해야 한다.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는 이러한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영역이다. 모로코와 유럽연합(EU)의 협력은 무역과 투자, 이민, 안보, 기후변화 대응, 거버넌스 등 폭넓은 분야에 걸쳐 있다. 여성이 정부를 이끌게 되면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사회적 포용, 제도 개혁 등의 문제가 더욱 주목받고, 관련 분야의 대화도 강화될 수 있다. 그러나 양측 협력 관계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심화될지는 궁극적으로 정책적 결정과 공동의 이해관계, 기존 약속의 이행 여부에 달려 있다.

북아프리카와 아랍권에서도 이번 임명은 여성의 정치 지도자 진출을 둘러싼 지역적 논의를 촉진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의미가 더욱 확대되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단일 사례로 남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지속적인 제도적 참여로 이어져야 한다. 아프리카 전체로 시야를 넓히면, 모로코가 추진하는 경제협력과 투자, 지역 외교 역시 여성 대표성과 공공정책의 성과가 국가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분야다.

유엔을 비롯해 개발과 성평등을 위해 활동하는 국제기구 및 다자기구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여성 총리의 임명은 여성 리더십을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는 가시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정치적 대표성의 확대가 성평등, 공공서비스, 경제적 기회 등에서 측정 가능한 성과로 이어질 때 국제적 신뢰도 역시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결국 엘 만수리의 총리 임명이 갖는 외교적 중요성은 상징적 가치 자체보다 그것이 모로코의 대외 활동과 국내 정책의 성과에 어떻게 반영되는지에 달려 있다. 이번 변화는 기존 외교 관계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포용적 발전을 추구하는 협력국이라는 모로코의 이미지를 강화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 역사적 사건이 모로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지속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 경제적 기회 창출, 제도 개혁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느냐에 달려 있다.

새 정부의 시험대: 경제, 공공서비스, 청년 일자리

새 정부 앞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고용 확대와 구매력 회복, 교육 및 의료서비스 개선, 사회적·지역적 격차 해소가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이러한 문제는 국민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만, 여성들이 경제적·사회적 기회를 얻고 공적 영역에 충분히 참여할 수 있는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모로코가 스페인, 포르투갈과 함께 개최할 예정인 2030년 FIFA 월드컵 준비 역시 새 정부가 맡은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다. 월드컵 개최는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투자를 촉진하며 새로운 경제활동을 창출할 기회를 제공한다. 동시에 이러한 투자로 발생하는 혜택이 국민에게 얼마나 고르게 돌아갈 것인지, 대규모 공공 지출이 국가의 장기적인 발전 목표와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제기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대형 사업이 실제 일자리 창출, 특히 청년 고용 확대로 이어지고, 지역별 교통망과 공공서비스, 기반시설의 개선에도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다양한 사회적 요구가 제기된 만큼, 교육과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일 역시 국민의 제도적 신뢰를 강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라는 관점에서도 정부 정책의 성과는 구체적인 지표를 통해 평가할 수 있다. 여성들이 일자리와 금융서비스, 직업교육에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 여성 창업과 기업활동을 얼마나 지원하는지, 노동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을 얼마나 해소했는지 등이 중요한 기준이다. 돌봄서비스를 확대하고 교육과 고용에서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정책 역시 여성들이 국가 경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이러한 과제는 국내 발전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모로코의 경제적 위상과 투자 유치 능력, 국제 경쟁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국가는 원대한 목표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정책과 연결해야 한다.

모로코 여성들: 개인의 성취에서 제도적 참여로

모로코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여성들이 배출되어 왔다. 나왈 엘 무타와켈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여자 400m 허들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한 최초의 아랍 및 아프리카 여성 선수가 되었다. 핵물리학자인 라자 셰르카위 엘 무르슬리 역시 과학 분야에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2015년 로레알-유네스코 세계여성과학자상을 수상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스포츠와 과학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모로코 여성들이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상당한 장벽을 극복한 일부 여성들의 개인적인 성공과 더 많은 여성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적 환경을 구축하는 일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도 드러낸다.

여성의 대표성 확대는 몇몇 개인의 성취나 예외적인 고위직 임명에만 의존해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 직업훈련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명확한 경로를 마련하고, 공정한 승진 기회를 보장하며, 여성들이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여성 총리의 탄생도 단발적인 사건에 머무르지 않고, 역량을 갖춘 다른 여성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때 더욱 큰 의미를 갖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정치와 경제의 여러 영역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이는 정당과 선출직 기관, 공공행정, 민간기업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채용과 승진, 책임 있는 직책의 배분 과정에서 여성의 참여가 자연스러운 관행으로 자리 잡을수록, 여성의 고위직 진출은 더 이상 특별한 사례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정착된 일상이 될 수 있다.

상징적 변화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파티마 에자흐라 엘 만수리의 총리 임명은 모로코 정치사에서 역사적인 전환점이다. 그러나 이번 변화는 누가 총리직을 맡았는가를 넘어 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모로코의 제도와 정치체제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성의 참여를 더욱 폭넓게 확대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새 정부는 국가가 직면한 경제적·사회적 과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새 정부의 구성은 여성이 행정부 최고위직에 올랐다는 사실이 독립된 부처를 이끄는 여성 장관의 증가로 자동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새로운 정치 국면을 평가할 때는 정부 내 책임과 권한이 어떻게 배분되어 있는지, 여성들이 공공정책에 얼마나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앞으로 어떤 기회가 새롭게 열리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국제적으로도 이번 임명은 모로코 정치사에 중요한 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영향력은 측정 가능한 제도적·경제적·사회적 발전이 뒤따르는지에 달려 있다. 상징적인 변화는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열 수 있다. 하지만 그 문이 얼마나 넓게 열릴지는 실제로 시행되는 정책과 그 성과가 결정한다.

모로코의 역사와 현재를 함께 돌아볼 때, 이번 역사적 사건의 진정한 의미는 오랜 여정이 끝났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새로운 기대와 책임이 시작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데 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모로코 여성이 총리가 될 수 있는가가 아니다. 여성 총리의 탄생이 어떻게 제도를 더욱 강화하고, 더 많은 사람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구체적인 성과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 모로코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가이다.

First published in: World & New World Journal
Hind Al-Subai Al-Idrissi

Hind Al-Subai Al-Idrissi

저널리스트 겸 연구원. 노르웨이 오슬로 메트로폴리탄 대학교의 ARTICLE 19 저널리즘 및 미디어 국제 센터(JMIC)에서 주최한 2019년 북아프리카 최고의 탐사 보도 부문 1등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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