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좌절, 그리고 불신임
제5공화국 역사상 처음으로 프랑스 정부가 헌법 49조 1항에 따른 의회 불신임 투표로 전복되었다. 9월 8일, 프랑스 의회는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 내각을 불신임했다. 이는 프랑스 정치의 역사적인 전환점이었다. 이에 대해 엘리제 궁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정부의 실패를 “인식”했으며 “곧 새 총리를 임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9월 10일과 18일에는 구매력 저하와 추가적인 연금 삭감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파업과 거리 봉쇄가 예정되어 있는데, 마크롱 대통령이 어떻게 프랑스를 현재의 정치적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 2027년 대선까지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확실한 표결, 부르주아 보수 진영 분열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 정부는 반대 364표, 찬성 194표, 기권 15표로 의회로 부터 불신임을 받았다.
이번 투표 결과는 바이루 정부에 대한 거의 모든 정파로 부터의 광범위한 거부감을 반영한다. 국민연합(Rassemblement National, 123표), 포퓰리스트 좌파 정당인 불굴의 프랑스(La France Insoumise, LFI)(71표), 사회당(66표), 녹색당(38표), 공산당(17표), 그리고 이전 공화당(Les Républicains)내각을 구성한 공화국 우파 연합(Union des droites pour la République, 15표)과 중도좌파, 중도우파 의원들을 결집한 야당인 자유·독립·해외·국토 그룹 (Liot, Libertés, indépendants, outre-mer et territoires)(23명 중 15표)이 바이루 정부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심지어 무소속 의원 6명조차 바이루에 대한 신뢰를 표명하지 않았다.
보수적인 우파 공화당 원내대표단 내에서 현재까지 현 정부 내각에 참여할 지와 관련해 의견 불일치가 두드러졌다. 많은 의회 원내 정당들이 단결된 입장을 보인 반면, 공화당은 매우 분열되어 있었다. 소속 의원 13명이 불신임안에 반대표를 던졌고, 27명이 찬성했으며, 9명이 기권했다. 불신임 투표를 앞두고 의회 원내 단체 대표 로랑 보키에(Laurent Wauquiez)는 의원들에게 자유로운 선택권을 부여하고 투표 전 연설에서 바이루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내 그의 소속 정당이 바이루 내각에서 일부 장관직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쉽게 잊혀질 정도였다.
집권 여당인 르네상스 (Ensemble pour la République, 91표 중 90표) 소속 의원 거의 전부, 모뎀(MoDem) 연합(36표)과 호라이즌스(Horizons, 34표) 소속 의원들은 정부 신임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공화당 소속 의원 27명, 자유·독립·해외·국토 그룹 (Liot) 소속 의원 4명, 그리고 무소속 의원 3명도 신임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 LR 소속 의원 9명 이외에도 자유·독립·해외·국토 그룹 소속 의원 4명, 무소속 의원 1명, 그리고 르네상스 소속 비올레트 스필부(Violette Spillebout)가 기권표를 던졌다.
당의 반응과 대응 방안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의 몰락은 프랑스의 지속적인 정치 불안정을 반영한다. 2024년 여름 의회 해산으로 자신의 진영 내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해 위기의 책임을 져야 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새로운 총리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모든 정당은 자기 입장에 갇힌 듯하며 타협 의지를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으로부터 집권 다수당의 해방
전 총리이자 현 집권 르네상스의 대표인 가브리엘 아탈은 조기 총선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영구적인 정치 불안정”을 비판했다. 그는 의회 해산이 “최악의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진정한 도전은 유권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는 1년 전에 총선을 치렀다. 문제는 시민들이 아니라, 공동의 길에 동의할 능력이 없는 정계 인사들이다.”
가브리엘 아탈은 9월 9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총리 임명을 결정하기 전먼저 “협상가”를 임명해야 한다는 자신의 의지를 피력했다. 아탈은 이 사람은 “정치 활동가가 아니라 모든 관계자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
엘리제 궁은 마크롱 대통령이 “며칠 내” 새 총리를 임명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아탈은 총리 임명 마감일이 올 12월 31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날짜까지 2026년 예산안이 채택되어야 하며, 늦어도 10월 7일까지 초안을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마크롱 대통령의 측근들은 그가 잘 알지 못하거나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는 사람은 총리로 임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바이루 정부 출신 장관을 임명하는 것도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마크롱 대통령의 측근인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국방장관과, 마크롱 대통령이 2022년 총리로 거의 임명하려다 포기한 카트린 보트랭 노동보건부 장관의 이름이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자 전 내무부 장관을 지낸 제랄 다르마냉의 이름도 특히 자주 거론되는데, 그는 원래 공화당 출신이다. 그러나 그의 총리 임명은 좌파의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현 국회의장인 야엘 브라운-피베의 이름도 오르내리고있다.
좌파 포퓰리즘 정당인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의 대표 장뤼크 멜랑숑은 불신임 투표 결과를 “명백한 프랑스의 승리”라고 부르며 마크롱 대통령이 이제 “국민과 맞서는 최전선에 섰다”고 선언했다. 극좌 정당의 창설자인 그는 대통령의 즉각적인 사임을 촉구했다. 직후,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원내대표 마틸드 파노는 대통령 탄핵안을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는 신인민전선(Nouveau Front Populaire)의 옛 동맹 세력인 사회당과 함께 총리를 제안하기 위한 협상에 나설 의사가 전혀 없다. 마틸드 파노는 9월 2일 “우리가 지지할 유일한 정부는 변화에 기반한 정부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사회주의 대표들로 구성된 정부가 출범한다면,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지지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사회당, 기회를 엿보다
사회당 대표인 올리비에 포르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좌파 진영 출신 총리를 임명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의 이름은 불신임 투표 전 이미 총리 후보로 거론되었으며, 그는 총리직에 참여할 의향을 시사했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나 카트린 보트랭처럼 마크롱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이 총리로 임명될 가능성에 대해 사회당이 어떻게 반응할지 묻는 질문에 포르는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나는 어떤 인물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추측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정부의 책임을 묻고 이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사회당이 보유한 66명의 의원을 고려하면, 현재 의회에서 사회당은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포르는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변화이다”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불만을 분명히 표출하는 시민들에게 변화의 정치적 시각을 마침내 열어줘야 한다. 단순히 수년간 우리가 경험해 온 것을 그대로 이어가서는 안된다.”
차기 총리가 좌파 진영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에마뉘엘 마크롱이 사회당의 재거부를 피하기 위해 최소한 그들과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데해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총리 지명 대상자는 부르주아 보수 진영에서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 정부하에서 총리를 엮임한 베르나르 카즈뇌브는 사회당 내에서 유력한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당과의 거리 때문에 좌파의 폭넓은 지지를 받기 어렵다. 그의 총리 지명은 2024년 6월 의회 해산 이후 이미 논의되었지만, 마크롱은 그를 지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회당 출신인 에릭 롬바르 재무장관과 사회민주당 플라스 푸블리크 대표 라파엘 글룩스만도 총리 후보로 거론되었다.
국민연합(Rassemblement National), 재선거 촉구
총리 불신임투표 관련 토론에서 마린 르펜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의회 해산을 촉구하고 재선거를 요구했다. 르펜은 “의회 해산은 그[에마뉘엘 마크롱]의 의무”라고 말했다.
집권당이나 좌파 진영에서 새 총리가 임명될 경우, 극우 포퓰리즘 정당인 ‘국민연합’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는 자신의 당은 새 총리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불복하는 프랑스’(France Insoumise)가 에마뉘엘 마크롱에 대한 탄핵 절차를 발표한 것과 관련하여, 조르당 바르델라는 장뤼크 멜랑숑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멜랑숑이 “무질서, 국가 붕괴, 사회적 결속력 파괴”를 조장한다고 비난했다.
언뜻 보기에 국민연합의 입장은 모순된 것처럼 보인다. 국민연합 대표 마린 르펜이 임시 부적격 판정을 받았지만, 그것은 아직 법적 구제책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르펜은 조기 총선 실시 시 부적격 판정의 합헌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헌법소원심사를 제출하겠다고 이미 발표했다.
공화당 내에는 당의 역할에 대한 의견이 불일치함
공화당 대표이자 현직 내무장관인 브뤼노 리테로는 신임 총리를 즉시 임명해야 한다며 그 시급성을 강조했다. 다가오는 시위와 “폭동이 특히 예민한 9월”을 고려할 때, 총리직에 공백기가 있어서는 안된다. 리테로는 “정부의 권한을 최대한 빨리 수행할 총리가 필요하다. 이는 특히 사회 질서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리테로는 부르주아 보수 진영이 어떤 상황에서도 사회당 출신 총리 임명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말했다. 그에게는 “좌파나 심지어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출신 장관들이 포함된 정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 좌파 야당과의 명확한 경계를 확립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로써 리테로는 정부에 성급한 비난을 경계하고 사회주의 계열 정당이 참여하는 정부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지 않는 로랑 보키에와 차별화된다. 보키에는 새 정부가 실제로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출신의 장관들을 포함하거나 신인민전선(Nouveau Front Populaire)의 정책을 이행하는 경우에만 총리 임명 거부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의회 그룹 지도자인 와키에가 선호하는 후보는 자비에 베르트랑이다. 그는 잠시 당을 탈당하여 2022년 대선에 낙선했지만, 이후 당으로 복귀하여 2016년부터 오드프랑스 지역 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
결론 및 전망
엘리제 궁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고 있으며, 각 정당은 (의회) 해산이나 (대통령의) 사임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일부 정당은 정치 안정이 더 이상 아무런 가치가 없으며 개혁 의지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연금과 같이 이미 시행된 개혁안은 재개되고 재협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가운데, 선거법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으며, 급진적인 목소리는 심지어 제5공화국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제5공화국의 헌법과 제도가 프랑스 정치 양극화의 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집권 다수당 상황이 그 원인이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현 프랑스 정치 지형의 삼각 구도는 프랑스 유권자들의 입장을 반영하는데,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 선거가 치러지더라도 이러한 유권자들의 생각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도 성향의 정당들이 힘을 합쳐 국가를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는 명확한 구상 을 갖춘 정부를 구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극단적 정파의 개입 없이 정당 간 타협과 협상을 통해 타협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현재 정당 지도자들이 보내는 신호는 프랑스의 정치(그리고 경제) 안정을 위한 합의에 대한 희망을 거의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는 안정적인 정부가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지만, 국가를 마비시킬 수 있는 노조와 좌파 단체의 시위의 물결 때문에 격동의 시대를 맞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