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영공을 “폐쇄”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공세가 최근 더욱 거세졌다. 영공 “폐쇄”는 과거 미국의 군사 개입, 특히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앞서 취해졌던 조치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선언이 미국의 군사 행동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한 압박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든, 주목할 만한 것은 중국의 반응이다.
12월 3일 정례 브리핑에서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에 의한 베네수엘라 영공 폐쇄는 국제 규범을 위반하고 국가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린젠 대변인은 중국은 “어떤 구실로든” 베네수엘라 내정에 개입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하며, 모든 관련 당사국에 라틴아메리카를 “평화지대”로 유지할 것을 촉구했다.
이러한 중국의 입장은 크게 놀랄 일이 아니다. 중국은 베네수엘라를 포함한 여러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과 강력한 관계를 구축해 왔으며, 이는 오랫동안 미국이 지배해 온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광범위한 중국의 전략의 일환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행동 위협은 중국이 이 지역에서 구축해 온 영향력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중국은 수 세기 동안 라틴 아메리카 문제에 관여해 왔다. 하지만 지난 25년 동안 이 지역과의 관계가 급속도로 발전하여 중국은 많은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에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가 되었다. 브라질은 이러한 불가결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2018년 자이르 보우소나루의 우파 정부가 집권하면서 브라질은 미국 편으로 기울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중국이 브라질 상품의 주요 소비국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면서 이러한 기대는 곧 수그러들었다. 2020년까지 중국은 브라질 전체 수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며 브라질의 최대 교역국이 되었다.
브라질과 중국의 관계는 보우소나루의 후임자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 시대에 더욱 공고화되었다.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되면서 브라질은 중국이 오랜 기간 미국으로 부터 수입해 온 대두 등 농산물의 중요한 대체 공급원으로 부상했다.
브라질 등 이러한 라틴 아메리카 국가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중국은 미국에 경제적 압력을 가할 수 있었다. 브라질의 대중(對中) 대두 수출은 세계 공급량을 증가시켰고, 이는 미국을 포함한 모든 공급업체의 대구 가격을 안정화시켰다.
중국은 1999년 현 마두로 대통령의 전임자인 우고 차베스 대통령 시절부터 베네수엘라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파트너였다. 차베스 대통령은 다극적 국제 질서를 열렬히 지지했는데, 이는 중국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더욱 주목을 받아 왔다.
수년에 걸쳐 중국은 베네수엘라 석유의 주요 수입국이 되었다. 2024년 중국은 베네수엘라에서 하루 평균 약 26만 8천 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허위 라벨이 부착되는 경우가 잦아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중국 경제에 핵심적인 자원이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제조업 분야에서 글로벌 우위를 유지하고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천연자원의 다각화를 시도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군사 개입을 위협한 것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중국의 이익에 도전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실제 미 백악관은 12월 2일 먼로 독트린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를 확인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1823년에 서명된 이 먼로 독트린은 미국이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영향력을 거부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 독트린에 대한 새로운 버전인 “트럼프 선언”은 “타국이나 글로벌 기관이 아닌 미국 국민이 서반구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에 도전하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행동을 취한다면 이 지역 전체에 큰 불안감이 고조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으로 향하는 불법 마약을 제조한 국가는 미국의 군사 공격에 노출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그 대상으로 콜롬비아를 지목했다.
12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콜롬비아가 “코카인을 제조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콜롬비아에는 코카인 공장이 있다”고 덧붙였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미국이 우리의 주권을 위협하는 것은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의 공격으로부터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은 낮다. 중국은 최근 몇 년 동안 엘살바도르, 도미니카 공화국, 온두라스가 대만에 대한 외교적 인정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등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개발 경제 영향력을 행사해 왔고 따라서, 라틴 아메리카-중국 간 관계는 주로 거래적 성격을 띠어 왔다.
중국의 대(對)라틴 아메리카 전략은 주로 경제적 고려에 따라 결정되며, 중국은 일반적으로 해당 지역 국가들과 공식적인 동맹 관계를 맺는 것을 꺼려 왔다. 파트너 국가 방어에 대한 중국의 이러한 소극적인 태도는 위기 발생 시 중국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이 지역 국가들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는 중국에 어느 정도 기회를 제공한다. 러시아의 팽창주의적 의도를 우려하는 유럽 국가들이 미국 무기의 주요 시장이 된 것처럼, 라틴 아메리카가 중국 무기의 수익성 있는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베네수엘라는 이미 폭동 진압 장비부터 미사일, 그리고 이후에는 전투기까지 다양한 중국 무기를 구매하고 있다. 중국은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에콰도르에도 군사 장비를 판매했다.
미국은 라틴 아메리카에 점점 더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국가 안보 전략에 명시된 바와 같이, 트럼프 행정부는 서반구의 “긴급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의 “글로벌 군사력”을 재조정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수년에 걸쳐 라틴 아메리카에서 영향력을 조심스럽게 구축해 온 중국 지도부는 앞으로 몇 달 동안 그곳에서 어떤 사건이 전개되는지 예의주시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