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중국과 아프리카의 관계는 21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지정학적 역학 중 하나로 부상하였다. 중국에게 아프리카는 전략적 원자재 공급원이며, 14억 인구를 가진 신흥 시장이자 국제기구 내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핵심 파트너이다. 아프리카의 관점에서 중국은 전통적인 서방 금융에 대한 대안으로, 명시적인 정치적 조건 없이 인프라, 투자, 무역 확대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는 경제적 의존, 부채 위험, 상호 이익과 권력 간 실제 균형에 대한 논쟁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2. 이론적 틀: 현실주의, 중심–주변부 이론, 상호의존성
2.1 현실주의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중국의 대아프리카 관여는 국가 권력을 강화하고,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며, 미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대만이 아닌 중화인민공화국에 대한 국제적 인정을 촉진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
2.2 중심–주변부 이론
월러스틴의 이론에 따르면, 중국–아프리카 관계는 중심–주변부 구조를 반영한다. 높은 기술 역량을 지닌 산업국가인 중국은 중심에 위치하고, 원자재 수출국인 아프리카 국가는 주변부에 해당한다. 다만 중국은 과거 유럽 식민 열강과 차별화하기 위해 상호 이익의 서사를 강조하고 있다.
2.3 권력 전이 이론
중국의 부상은 신흥 강대국이 국제 체제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 예로는 1978년 덩샤오핑의 경제 개방, 가속화된 산업화, 그리고 일대일로(BRI)를 통한 전략적 세계 통합이 있다.
3. 중국–아프리카 관계의 역사적 전개
양측의 공식적 관계는 1960년대에 형성되었으나, 2000년 설립된 중·아프리카 협력 포럼(FOCAC) 등을 통해 21세기에 크게 강화되었다. 이 시기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외국인 직접투자와 아프리카 항만의 새로운 실크로드 편입으로 특징지어진다. 아프리카는 중국을 비식민적 파트너로 인식하게 되었고, 중국은 1971년 유엔에서 ‘합법적 중국’으로서 중국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는 외교적 지지를 확보하였다.
4. 중국–아프리카 경제 관계의 주요 데이터와 통계
현실주의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의 대아프리카 무역 및 투자 규모는 단순한 경제 논리에만 기반한 것이 아니라 구조적 권력을 축적하기 위한 의도적인 전략의 결과이다. 석유, 핵심 광물, 전략 금속에 대한 안정적 접근은 중국의 산업 성장을 유지하고, 특히 미국과의 체제 경쟁 속에서 외부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는 데 필수적이다.
중심–주변부 관점에서는 양자 무역 구조가 전통적인 불균등 교환 패턴을 재생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프리카는 여전히 낮은 부가가치의 1차 상품을 수출하는 반면, 제조품과 기술을 수입하고 있다. 중국이 유럽 식민주의와 거리를 두려는 담론을 펼치고 있음에도, 교역 구조는 아프리카의 자율적 산업 발전을 제한할 수 있는 비대칭성을 유지하고 있다.
4.1 양자 무역
2023년 중국과 아프리카 간 무역 규모는 2,820억 달러에 달했으며, 중국은 아프리카 최대 교역 상대국이 되었다. 아프리카의 대중국 수출은 약 70%가 석유, 광물, 금속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국은 주로 기계류, 섬유, 전자제품, 차량을 수출한다.
4.2 투자 및 인프라 프로젝트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1만 km 이상의 철도, 10만 km 이상의 도로, 100개 이상의 항만 건설을 지원하였다. 중국은 아프리카 전체 인프라 투자 중 약 31%를 차지하고 있다.
4.3 부채
아프리카의 대중국 부채는 약 730억 달러에 달한다. 앙골라와 케냐와 같은 국가에서는 중국 부채가 전체 대외 부채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5. 국가별 사례
에티오피아, 케냐, 앙골라, 잠비아의 사례는 중국의 협력이 획일적이지 않으며, 각 국가의 지정학적·경제적 중요성에 따라 전략적으로 차별화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아프리카 연합 본부가 위치한 외교적 중심지인 에티오피아는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 투사에 핵심적이다. 케냐와 앙골라는 각각 물류 및 에너지 측면에서 중요하며, 잠비아는 이 협력 모델의 재정적 한계를 보여준다.
상호의존성 이론의 관점에서 이러한 관계는 상호 이익을 창출하지만, 그 양상은 비대칭적이다. 중국은 교역 경로를 다변화하고 자원을 확보하며 영향력을 확대하는 반면, 아프리카 국가는 인프라를 확보하는 대신 재정적 취약성이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의미에서 아프리카는 단순한 수동적 수혜자가 아니라, 중국의 세계적 부상 구조에서 핵심적인 공간이다.
5.1 에티오피아: 협력의 상징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주요 동맹국 중 하나이다. 아디스아바바–지부티 철도는 약 40억 달러 규모의 투자로, 거의 전액이 중국에 의해 조달되었다. 2022년 에티오피아는 2억 달러 이상의 농산물과 광물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였다.
5.2 케냐: 인프라와 부채
몸바사–나이로비 철도는 약 36억 달러 규모로, 케냐 역사상 가장 비용이 많이 든 인프라 프로젝트이다. 케냐는 중국에 약 63억 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으며, 이는 전체 대외 부채의 약 20%에 해당한다.
5.3 앙골라: 담보로서의 석유
앙골라는 중국의 주요 석유 공급국 중 하나이다. 앙골라의 대중국 부채 상당 부분은 석유 선적을 통해 상환되며, 이는 구조적 의존 관계를 형성한다.
5.4 잠비아: 과도한 부채의 위험
잠비아는 팬데믹 이후 최초로 채무 불이행에 빠진 아프리카 국가였다. 중국은 60억 달러 이상의 미상환 대출을 보유한 잠비아의 최대 양자 채권국이다.
6. 아프리카의 신(新)실크로드
아프리카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BRI) 편입은 국제 체제를 재편하려는 중국의 보다 광범위한 프로젝트의 연장선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동아프리카의 해상 및 항만 회랑은 무역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서방 국가들이 통제해 온 항로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어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한다.
동아프리카는 BRI의 해상 확장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이 지역은 지부티, 케냐,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략적 항만을 제공하며, 중국이 아시아를 홍해와 지중해로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해상 회랑을 가능하게 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에 있어 이러한 통합은 상업적 연결성의 증대, 현대적 인프라에 대한 접근, 그리고 지역 물류 기회의 확대를 의미한다.
권력전이 이론의 관점에서 볼 때, 아프리카에서의 BRI는 중국이 신흥 글로벌 강대국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유럽과 미국이 전통적으로 행사해 온 대륙 내 영향력을 점진적으로 대체하는 핵심 수단이다. 아프리카에는 연결성과 발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글로벌 지정학 경쟁의 핵심 공간으로서의 중요성을 더욱 강화한다.
7. 아프리카 부채에서 중국의 역할에 대한 비판
7.1 ‘부채 함정 외교’에 대한 비판
중국은 대규모 대출을 통해 전략적 영향력을 확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이는 아프리카 외 지역이지만 스리랑카의 함반토타 항만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케냐의 몸바사 항만을 둘러싼 우려 역시 유사하다. ‘부채 함정 외교’라는 비판은 규범적 담론을 넘어 분석되어야 한다. 모든 사례가 의도적인 금융 지배 전략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일 채권자에게 부채가 집중될 경우 위기 시 아프리카 국가들의 정책적 선택 공간은 크게 제한된다.
구조적 관점에서 부채는 간접적 영향력의 메커니즘으로 작동하여, 정치적 양보, 자원에 대한 우선적 접근, 혹은 국제기구에서 중국에 유리한 외교적 정렬로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장기적 의존을 피하기 위해서는 아프리카 정부들의 협상 역량과 전략적 기획이 결정적이라는 점에서 책임의 일부는 해당 국가들에도 있다.
7.2 투명성 부족
대출 계약에는 비밀유지 조항, 자원 담보, 재협상 시 높은 위약금 등이 포함될 수 있다.
7.3 장기적 의존성
취약한 국가들의 경우, 단일 채권자에 대한 부채 집중은 장기적으로 정치적·경제적 자율성을 제한한다.
7.4 중국의 입장
중국은 이러한 비판을 부인하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부채를 재조정하거나 탕감해 왔다고 주장한다. 또한 자국의 대출은 장기적이며 비교적 낮은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고, 협력은 강요가 아닌 ‘상호 이익’에 기반한다고 강조한다.
8. 결론
중국–아프리카 관계는 복합적이고 전략적이며 다차원적이다. 이는 아프리카 발전에 중요한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부채, 경제적 의존, 정치적 영향력과 관련된 위험도 내포한다. 아프리카가 직면한 핵심 과제는 보다 강한 협상력으로 협력에 임하고, 파트너를 다변화하며, 중국과의 합의가 지속 가능한 장기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중국과 아프리카 간의 중심–주변(core–periphery) 관계는 현대 국제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를 형성한다. 무역, 투자, 인프라, 금융을 통해 중국은 아프리카 발전의 핵심 행위자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신흥 강대국으로서의 글로벌 위상을 강화해 왔다. 아프리카 국가들에는 성장, 현대화, 세계경제로의 통합이라는 실질적 기회를 제공하지만, 이러한 혜택은 생산 다각화, 재정 투명성, 외부 행위자에 대한 집단적 협상을 목표로 하는 국가 전략이 동반될 때에만 지속 가능하다.
국제체제의 미래를 바라볼 때, 중국–아프리카 협력은 신흥 강대국들이 전통적 권력 구조에 도전하는 보다 다극적인 질서로의 전환을 반영한다. 아프리카는 더 이상 주변적 행위자가 아니라, 글로벌 권력 균형 재정의의 결정적 공간으로 부상하고 있다. 핵심 과제는 이러한 중심성을 자율성과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담론 아래에서 과거의 의존 구조가 재생산되는 것을 피하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