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0년 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2016년 6월, 영국 국민 51.9%의 찬성으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되었다. 그러나 캐머런 총리의 사임 이후, 5명의 후임 총리가 이 역사적 투표의 결과를 감당해야 했다. 2025년 5월 19일 월요일, 키어 스타머 총리는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안토니오 코스타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함께 브렉시트 이후 유럽연합-영국 간 첫 공식 정상회의를 갖고 영국과 유럽연합 간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윈-윈”
스타머 총리는 취임 당시 이미 유럽연합과의 화해를 외교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선언했다. 이제 그는 그 구체적인 결과를 제시했다. 수개월간의 준비 끝에 유럽연합과 영국은 “공동 선언”, “안보 및 방위 파트너십”, 그리고 “영국과 유럽연합을 위한 새로운 의제에 대한 의향서”에 서명했다. 이번 합의의 범위는 실로 상당하다. 합의의 심도 있는 내용은 현재 정치 및 경제계에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어떤 이들은 협력이 지나치다고 생각하고, 어떤 이들은 결과가 너무 피상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타머 총리에게 그 결과는 분명하다. 영국을 다시 세계 무대로 이끌어줄 “윈-윈” 전략이다.
방위 정책에서의 협력 이외에도 수의학 표준, 어업권, 청년 이동성, 에너지 협력 분야에서도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번 회의로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었지만그것이 쉽게 당연하게 이루어진 일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수년간 영국과 유럽 연합 간 관계를 긴장시켜 온 여러 쟁점들이 사전에 해결되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어업권, 양자 간 기준의 통일, 청년층의 자유로운 이동 등의 분야에서 양측 간 지속적인 의견 차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국방 정책에 대한 긴밀한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선 상호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번 합의의 핵심: 국방 협력
새로운 협력의 핵심은 유럽연합의 재무장 프로그램 및 계획에 영국이 참여하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대서양 지역의 안보 불안 심화에 직면하여, 영국의 군사력을 유럽 안보 및 방위 체계에 통합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필수적인 요소이다. 새로운 안보 및 방위 파트너십에 포함된 협정에는 유럽연합 고위 대표와 영국 외교장관 및 국방장관 간 2년마다 외교 및 안보 정책 대화를 개최하는 것이 포함된다. 또한, 유럽연합 고위 대표는 유럽 연합 이사회를 포함한 유럽연합의 고위급 회의에 영국 대표를 초청할 수 있다. 연례 안보 및 방위 대화는 이러한 합의 이행을 위한 동반자로서 더욱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영국이 유럽연합과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중요한 동기 중 하나는 의심할 여지 없이 1,590억 유로 규모의 ‘SAFE 이니셔티브’ 참여이다. 이 이니셔티브를 통해 유럽연합은 유럽 방위·기술·산업 기반(EDTIB)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고자 한다. 제3국의 방위산업 기업은 본국이 유럽연합과 양자 방위 협정 및 별도의 기술 협정을 체결하지 않는 한 계약 금액의 최대 35%까지 부담할 수 있다. 따라서 영국은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기 위해 이 협정이 필요했다. 추가 기술 협정에 대한 협상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폰 데어 라이엔 유럽 연합 집행위원장에 따르면 몇 주 안에 타결될 예정이다. 그 대가로 영국은 “pay-to-play” 규정을 수용할 것이다.
‘SAFE 이니셔티브’ 참여 이외에도, 체결된 안보 파트너십에는 군사 기동성 향상을 위한 긴밀한 협력 협정과 영국군의 유럽연합 군사 임무 참여 가능성에 대한 협정이 포함되어 있다. 이 협정은 특히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할 경우 더욱 중요하다. 영국과 유럽연합이 국제적으로 직면한 실존적 과제들을 고려할 때, 방위 협정은 분명히 “윈-윈”이었다. 그러나 협정 체결은 유럽연합 회원국과 영국 간의 이해 상충으로 인해 방위 협정이 위태로워지는 등 여러 관련 없는 문제들로 인해 더욱 복잡해졌다.
농업 및 식품 무역: 장애물이자 성장 기회
스타머 총리는 내부적으로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다. 소비자 신뢰 지수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영국 통계청 전망에 따르면 4월 물가상승률은 3.6%로 2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타머 정부는 유럽연합과의 농산물 및 식품 분야 무역 협정 체결로 영국 슈퍼마켓의 식품 가격이 눈에 띄게 하락하고 유럽 대륙으로 영국 제품의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스타머 총리는 유럽연합 단일 시장이나 관세 동맹 복귀는 처음부터 배제했다. 또한 자신의 “브렉시트 재설정” 정책이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를 저해할 수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따라서 식품 안전, 동물 및 식물 보건 규정과 관련된 수의학 표준 분야의 부문별 협정 체결이 영국의 핵심 목표였다. 특히 이 협정은 영국 농수산물 수출의 관료적 장벽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문가들은 수출이 최대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 대가로 영국은 관련 유럽연합 규정을 준수하는 데 동의하고, 해당 표준화 작업에 대한 공동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러한 수의학적 분야 합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영국 해역에서 유럽 어민들의 어업권 문제에 대한 합의가 필요했다.
어업권 타결: 위험한 타협
프랑스를 필두로 일부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유럽 어선의 영국 해역 접근을 허용하고 내년에 만료될 예정이었던 현행 규정을 연장했다. 이는 영국 농산물의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조건이었다. 유럽연합은 영국이 시장 원활화의 혜택을 영구적으로 누리는 동시에 유럽 어민들의 시장 접근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고자 했다.
결국 타협안이 도출되었다. 영국 식품 수출의 무기한 완화를 대가로 영국은 기존 어업 규제를 12년 연장하기로 했다. 영국의 시장 원활화와 유럽의 어업권 사이에 시간적 대칭성은 없지만, 현행 어업 규제는 영국이 원래 요구했던 4년보다 훨씬 더 긴 기간 동안 연장되었다.
청년 자유 이동: 지연된 이동
특히 논란의 여지가 많았던 부분 중 하나는 유럽 연합이 포괄적 “청년 이동성 제도”를 요구했다는 점이다. 특히 독일은 자국 젊은이들이 유럽연합 또는 영국에서 생활하고 일하기 쉽도록 하는 규정이 담기도록 노력했다. 영국 대학에 재학중인 유럽 연합 국가 출신 학생의 수업료 인하 또한 논의되었다. 그러나 영국 개혁당(Reform UK)의 정치적 압력을 고려할 때, 스타머 총리가 유럽 청년의 이동의 자유를 부분적으로라도 회복시키려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스타머 총리는 최근 더욱 제한적인 이민 정책으로 급선회했다. 양측 협상단이 최종 문서에 “청년 이동성”이라는 용어를 포함하지 않은 것은 이러한 스타머 총리가 처한 민감한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대신, 상한선과 기한을 정한 “균형 잡힌 청년 경험 제도”를 위해 함께 양측이 함께 노력하겠다는 모호한 표현이 담겼다.
국내 논쟁: 브렉시트 정신은 여전히 살아있다
영국 산업계의 주요 인사들은 영국과 유럽연합 간 합의 및 협정을 원칙적으로 환영하며, 과대평가하거나 비판적인 발언을 자제한 반면, 영국 수산업계는 가혹한 비판을 쏟아냈다. 영국 수산업의 연간 매출은 런던 해롯 백화점 규모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상대적으로 적지만,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국의 어업권 문제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이는 국가 주권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어민 연합은 이번 합의를 “공포의 쇼”라고 표현했고,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수장인 존 스위니는 영국 정부가 이 합의로 영국 수산업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 이해 관계자들은 이번 새 합의가 현재의 상황을 연장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영국 정부도 영국 해안 도시에 추가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제 영국의 수산물은 유럽 시장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영국 야당에게 유럽 연합과의 화해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브렉시트의 설계자인 영국 보수당 대표 케미 배드노크는 스타머 총리가 이번 합의의 역사적의미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우리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만, 이번 합의는 우리를 과거로 되돌려 놓는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항복이라고 부른다.” 영국은 이제 단순한 “규칙 수혜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브렉시트 광신도인 나이젤 패라지의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영국 개혁당(Reform UK) 대표인 패라지는 이번 타협안을 “배신”이자 “영국의 이익을 팔아넘기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보수당과 개혁당 모두 다음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국제법상 구속력이 없는 이번 합의안을 뒤집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나이젤 패라지는 브렉시트 운동가로 명성을 떨쳤고, 보수당은 “하드” 브렉시트를 수행했다. 스타머 총리 이전 보수당 출신 전임 총리 하에서 영국은 유럽연합에서 탈퇴하고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영국”이라는 슬로건은 유럽연합과의 통합과는 의도적으로 대비되는 개념으로 만들어졌지만, 실제 이행 측면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브렉시트 재설정과 글로벌 영국 사이
하지만 노동당 소속 키어 스타머 총리는 이러한 야심찬 비전을 자신의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가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취임 이후 인도, 트럼프 행정부, 그리고 이제는 유럽연합과의 무역 협정 체결 등 전임 총리들이 이루지 못했던 협정들을 신속하게 마무리했다. 다른 이들이 약속했던 것을 그는 실제 이행했다. 유럽연합과의 최근 협정은 그의 외교 정책 역사상 가장 큰 성과이다. 유럽과 영국은 공통의 가치와 안보 이익을 공유하며, 유럽연합은 여전히 영국의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이다. 이번 유럽 연합과의 “윈-윈” 협정이 단기적으로 경제 회복에 기여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성과가 국내 정치적으로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타결된 이번 합의안으로 양측 간 협력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문이 이제 막 열렸다. 합의된 광범위한 “새로운 의제”는 향후 몇 달, 몇 년 동안 추가 협상을 통해 구체화되어야 할 것이다. 역내 시장과 스트라스부르 사법재판소의 역할과 같은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존재한다. 이번 정상회담의 성공은 새로운 장의 시작을 알리지만, 그 장의 내용은 그 자체로 완성되지는 않을 것이다. 브렉시트 재설정과 관련하여 스타머 총리는 계산된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그는 글로벌 영국으로 가는 길이 유럽연합과의 관계, 즉 “브렉시트 재설정”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이후 첫 총리로 재선으로 이어질지는 이러한 재설정이 국내적으로도 효력을 발휘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