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필리핀 간 다시 한 번 긴장이 표면화되었다. 양국 간 즉각적인 우려 사항은 산호초와 작은 섬의 통제에 관한 것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해상 영토의 통제 문제로 확대되어 관련 당사국들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한다. 이러한 주권 또는 영유권 분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60년대 이후 남중국해에서의 분쟁이 심화되어왔는데, 특히 파라셀 제도와 스프래틀리 군도의 섬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졌다. 경쟁의 목표는 이 섬들에 대한 통제권을 확립하여 이 섬들을 군사 전초기지와 주권의 상징으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유엔 해양법 협약(UNCLOS)이 도입되면서 경쟁은 해상 지역에 대한 국가의 권리 주장으로 전환됐다.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된 해상 영토의 적법성과 법적 성격에 관해 관련 당사국들의 서술(敍述)이 진화해 왔다. 말레이시아(1983), 베트남(1994), 필리핀(2009)은 스프래틀리 군도가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주장해 간접적으로 중국의 주장에 도전했다. 이러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주장에 대해 중국은 공식 담론을 조정했다. 법적 수사(修辭)에서의 이러한 변화는 적대국의 주장을 반박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광범위한 투쟁에서 법적 담론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해양법을 전략적으로 재해석한 것인가?
동남아시아 국가의 법적 담론의 진화
2009년 이후 남중국해와 관련한 해상 경계를 재정의(redefinition)하는 데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이전에는 정의(definition)에 명확성과 법적 근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최근 몇 년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베트남, 필리핀은 1982년 유엔 해양법 협약이 확립한 규범에 맞춰 자신들의 주장을 정교화하려고 노력해 왔다. 이러한 전략적 움직임은 점점 더 국제 해양법에서 벗어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중국의 궤적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1994년부터 2016년까지 해상 영유권 주장(MCS)과 관련한 중국의 주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구단선(九段线)에 주로 의존했는데, 이 구단선은 해상 영토의 범위와 법적 근거에 대한 모호함 때문에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2016년 상설중재재판소 판결 이후 중국의 담론은 (때때로 가상의) 대규모 군도가 중국의 해상 영유권 주장의 법적 근거가 된다는 ‘4사(四沙) 이론’ 으로 전환됐다.
동남아시아 국가 사이에서 일어난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에 대한 전략적 대응으로 볼 수 있다: 해양법의 원칙에 더욱 부합하도록 자신의 주장을 다듬음으로써 이들 국가는 본질적으로 불법적이고 이론의 여지가 많은 중국 측 주장의 성격을 강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동남아시아 국가의 전술은 국제법 규범에 따라 자국의 주장을 조정하려고 노력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해양법 해석에 있어 논쟁의 여지가 있는 주장을 근거로 하는 중국 간 점점 더 커지는 격차를 강조한다.
남중국해 법적 담론의 충돌
중국은 일반적으로 9단선(그림 1)으로 알려진 해상 경계선을 통해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한다.
이 경계선은 1949년부터 이 해양 지역의 대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주변국들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아직까지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아 이 경계선의 정확한 의미와 범위에 대해서는 상당한 모호성이 남아있다. 이러한 투명성 결여로 인해 주변 국가들 사이에 불만이 커졌고, 필리핀은 2013년 4월 해양 재판소법에 공식적으로 9단선을 제소했다. 중국 정부는 이 경계선의 정확한 성격과 좌표를 명확히 밝히기를 꺼려해 중국의 진정한 의도에 대한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남중국해 섬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인도네시아조차 2010년 중국이 설정한 해상 경계를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2009년 이전에는 남중국해의 섬 구성이나 해상 구역 분쟁에 연루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해상 경계 확장에 대한 법적 정당성을 제공하거나 해상 구역 경계의 정확한 좌표를 게시하는 등 자신의 주장을 명확하게 기술하지 않았다.
그러나 2009년 5월 6일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이 남중국해 남부 지역에 그들의 대륙붕 확장을 위한 공동 제안서를 제출했고, 이어 5월 7일에는 베트남이 남중국해 중부 지역에 자신의 대륙붕 확장에 대한 단독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들 두 국가는 각자의 배타적경제수역의 외곽 경계 위치를 공개적으로 적시했다. 두 국가 모두 남중국해에서 자신들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섬 구성을 배타적 경제 수역 또는 확장된 대륙붕의 정의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대신 이들 국가는 각 국가의 해안선을 기준으로 200마일 구역의 경계를 결정했다.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은 스프래틀리 군도를 그들의 해상 구역 정의에서 제외했다. 이것은 유엔 해양법 협약 제121조(3)에 따라 이러한 섬 구조를 암석으로 간주한다는 것을 나타내는데 이 암석은 배타적 경제 수역이나 대륙붕을 생성할 수 없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법적 담론을 수정하여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고 있나?
남중국해 분쟁에 관여된 동남아시아 국가인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그리고 심지어 스프래틀리 군도의 영유권 분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인도네시아의 이들 섬의 지위와 해상 구역을 생성할 수 있는 능력에 관한 담론은 눈에 띄게 진화했다.
국제 규범의 해석, 자격 또는 법적 교리의 변화와 국제 규범을 정의하려는 노력은 잠재적으로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법의 동원으로 볼 수 있다. 동남아시아의 주요 국가들 사이의 법적 분석의 발전에 관한 질문에서 인터뷰에 참여한 전문가의 대다수(25명 중 20명)는 이들 4개 동남아시아 국가의 담론에 분명한 변화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들 국가의 담론은 해양법 원칙과의 일치를 추구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이들 국가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유엔 해양법 협약 121조의 모호성을 이용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정치적 목적은 유엔 해양법 협약에서 벗어난 중국의 입장을 강조하기 위해 “법적 게릴라전”과 “법적 외교”를 수행하고 암묵적으로 중국이 유엔 해양법 협약의 정신을 무시한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데 있다.
중국의 대응: 남중국해 군도의 재평가?
2016년 7월 12일, 헤이그에 있는 상설중재재판소는 2013년 필리핀이 제기한 주장과 관련해 판결을 내렸다. 상설중재재판소는 역사적 권리에 관한 중국의 주장을 기각하고 스프래틀리 군도의 어떤 섬도 유엔 해양법 협약 121조 상의 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로 스프래틀리 군도의 어떤 섬도 배타적 경제 수역이나 대륙붕을 설정할 수 없다. 중국은 상설중재재판소의 중재를 인정하지 않고 이 판결을 강력히 거부했다. 그러나 2016년 이후 중국의 수사(修辭)는 바뀌었는데 이것은 상설중재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자신의 주장을 조정할 의지가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2016년 이전 중국은 파라셀 제도나 스프래틀리 군도의 지위를 명시하지 않은 채 남중국해 섬들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했다. 그러나 2016년 이후 중국은 남중국해의 섬들을 응집력 있는 단위로 묶는 새로운 주장을 펼치고 있다. 중국의 주권 주장은 일관된 실체를 형성하는 4개의 섬에 대한 통제에서 비롯된다. 중국은 유엔 해양법 협약 하에서 군도 국가임을 주장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 법률 전문가들이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려고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개념을 통해 중국과 같은 대륙 국가는 영토 단위로 간주되는 군도 주변에 기준선을 그릴 수 있다. 이러한 중국의 개념은 수많은 서구 법률 전문가들의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중국은 개별 섬 집단이나 모호한 구단선을 논의하려 하지 않고 대신 4개 군도를 중국의 법적 담론의 기본 단위로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러한 중국의 변화는 2016년 상설중재재판소의 판결을 회피하고 스프래틀리 군도에 대한 중국의 배타적 경제 수역 권리에 관한 중재 거부로 인해 약화된 “섬” 개념에서 거리를 두면서 동시에 군도 개념을 도입하여 공식 담론에서 해상 구역 창설을 가능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엔 해양법 협약은 대륙 국가가 긴 기준선에 의해 윤곽이 잡힌 군도의 설치를 개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중국의 입장은 유엔 해양법하에서는 모호하다. 더욱이 유엔 해양법 협약은 군도를 구성하는 섬이 스스로 배타적 경제 수역이나 대륙붕을 설정할 수 없는 경우 군도가 해상 구역을 생성하는 것을 승인하지 않는다.

결론
남중국해와 관련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 모두 법적 입장이 눈에 띄게 바뀌었다.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는 현재 남중국해의 작은 섬들이 유엔 해양법 협약 제121조 3항에 명시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배타적 경제 수역이나 대륙붕 설정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자국의 주장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국제법에 따른 광대한 해상 영토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도전장을 던진다. 이러한 전략적 움직임은 해양법 체계의 정치화된 조작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중국은 파라셀 제도와 스프래틀리 군도에 대한 전통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에서 역사적으로 논쟁이 많은 9단선으로 전환하는 교리적 진화를 겪었으며, 가장 최근에는 배타적 경제 수역의 기초로 일관성 있는 4개의 군도를 구성하는 “4사(四沙)” 개념을 등장시켰다. 이러한 중국의 교리적 진화는 자신의 야심 찬 해상 영유권 주장을 방어하기 위한 새로운 법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질적으로 이러한 중국의 변화는 중국이 국제법 규범에 대한 독특한 해석을 옹호하면서 자신의 국가 이익을 증진하고 보호하는 수단으로 법을 도구화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