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 이후 일부 유럽 국가들은 핵무기 보유를 고려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다시 생각해야 한다.
2월 10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익명의 유럽 관계자와의 대화에서 유럽이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에 할당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토의 지출 목표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은 러시아의 공격으로부터 유럽을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러한 직무 태만은 트럼프로 하여금 “[러시아]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도록 장려”하게 만들 것이다.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선출될 것이 유력하고 또한 여론 조사에서 현재 조 바이든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트럼프의 이러한 발언은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슈 폴란드 국방장관, 그리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같은 유럽 지도자들 사이에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우려는 2월 9일 덴마크 국방부 장관 Troels Lund Poulsen이 러시아가 “새로운 지식”을 고려하여 향후 3~5년 내에 나토의 상호 방어 조항에 군사적으로 도전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더욱 악화되었다. 일부에서는 이제 핵무기 획득을 포함해 유럽 의 방위 역량의 신속한 통합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대화는 유럽연합 의회 부의장인 카타리나 발리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녀는 유럽연합이 공동 핵 억지력을 가지는 것은 최종적으로 유럽연합 연합군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녀의 동료이자 사회민주주의자인 전 독일 외무장관인 지그마르 가브리엘과 현 독일 재무장관 크리스티안 린드너도 발리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러나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 독일 하원 국방위원회 위원장인 마리-아그네스 슈트라크-치머만 등 다른 사람들은 유럽 핵 무장 옵션이 “비현실적”이라고 간주한다. 정치학자 칼 하인츠 캄프(Karl-Heinz Kamp)에 따르면, “유럽의 핵무기에 관한 논쟁은 매우 독일적인 논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핵무장을 지지하는 유럽 연합 군사위원회 위원장 로버트 브리거와 이에 반대하는 노르웨이 출신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을 포함한 비독일인들도 이 논쟁에 동참했다.
최근까지 유럽의 핵 억지력에 대한 논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현재 논의는 유럽 연합의 공동 핵 조달 제안, 기존 핵역량 통합, 개별 유럽 국가의 핵무기 획득 사이에서 왔다갔다 한다. 실제로 핵확산 금지조약(NPT)과 현재 진행 중인 미국 핵무기의 유럽 배치를 포함하여 이러한 핵 옵션에는 많은 장벽이 있다.
이와 관련해 유럽의 두 핵 보유국인 영국과 프랑스가 핵 탄두를 늘려 이를 유럽이 공동 관리해 통합하자는 제안이 있다. 그러나 이 두 국가가 핵 비축량을 늘리는 데 드는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에 이것도 비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영국은 이미 기존 핵무기를 유지하는 데에만 국방 예산의 34%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유럽 연합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참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유럽 국가들은 AUKUS 협정(미·영·호주 3국 동맹)을 통해 호주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얻고자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현재 진행 중인 논쟁에 참고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호주가 추진 중인 잠수함은 핵탄두를 탑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인도네시아와 같은 이 지역 강대국은 호주의 핵 비확산에 대한 헌신을 고려하여 AUKUS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유럽 연합이 핵무기를 노골적으로 추구하는 것도 호주와 같은 방식으로 그 합법성과 정당성이 도전받을 것이다. 핵무기를 획득하려면 유럽 국가들은 핵확산 금지조약에서 탈퇴해야 하는 데, 이것은 의심할 바 없이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국제 규범에 기반한 질서를 훼손할 것이다.
더욱이, 유럽이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PCOA)을 통해 이란에 핵 비확산을 주장하고 또한 사우디아라비아나 한국과 같이 핵무기를 획득하려는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비확산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유럽 자신이 핵무기를 취득하려는 것은 위선적이며 유럽 자신이 핵 확산자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유럽의 태도는 잠재적으로 핵무기를 획득하려는 다른 국가들로 부터 유럽이 핵 무기 획득을 “진행”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이 유럽에서의 핵 확산을 용인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2009년과 2010년 미국이 Stuxnet 컴퓨터 바이러스를 사용해 이란의 핵 농축 원심분리기를 파괴한 것으로 알려진 것처럼, 미국은 확실히 핵무기 추구를 방지할 수단을 갖고 있다. 미국이 유럽의 핵무기 획득 노력에 대한 방해를 자제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대서양 동맹의 결렬을 의미할 것이다. 트럼프가 4년 동안 대통령직을 맡게 되어 다시 백악관으로 돌아온다면, 잠재적으로 재앙이 될 수 있는 핵무기 사업을 위해 지금까지 유럽의 평화를 보장해 온 중요한 전후 대서양 동맹 구조를 희생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더욱이 관료의 움직임이 느린 유럽 연합 전체가 적시에 핵무기를 획득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러한 의문은 개별 유럽 국가가 자국의 독립적인 핵 능력을 추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어느 유럽 국가도 신속하게 그렇게 할 수 있는 입장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의 핵무기에 관한 현재의 논의는 러시아를 억제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러한 무기를 하루아침에 획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핵무기 획득에는 수십 년은 아니더라도 수년이 걸릴 가능성이 높으며, 유럽은 지금 당장 침략자들을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논쟁에 유익한 주의 사항은 유럽 무기 조달을 통합하자는 제안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주년이 지남에 따라, 유럽 최대 방산업체 중 하나인 라인메탈(Rheinmetall)의 대표인 Armin Papperger는 유럽 대륙이 정교한 공격자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려면 최소 10년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현재 유럽 정부는 각 국가의 관료를 통해 개별적으로 무기를 조달하고 있다. 보다 효율적인 메커니즘은, 예를 들어, 상설적 구조적 협력(PESCO: Permanent Structured Cooperation)을 통한 통합된 유럽연합 차원의 조달 프로세스일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조달 분야에서의 통합은 유럽 합동 방위군을 위한 길을 열 수 있다.
미국 대통령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유럽이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에 사용해야 하는 2%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고 정당하게 비난해왔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은 이와 관련하여 크게 개선을 보여 왔다. 2017년에는 4개 나토 회원국만이 2% 목표를 달성했지만, 현재는 11개 회원국이 이를 달성했으며, 다른 18개 회원국도 2% 법칙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다음 달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인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은 국방비 지출 증가, 상호 운용성 개선, 재래식 무기 공동 조달 구축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유럽 방위 산업 전략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유럽이 그렇게 하려는 정치적 의지를 가지고 있을 때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궁극적으로 트럼프의 발언과 그의 백악관 복귀 전망은 유럽에서 기한이 한참 지난 대화를 촉발시켰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겠지만, 유럽은 미국의 핵우산 없이 어떻게 스스로를 방어할 지 심사숙고 해야 한다. 보다 큰 유럽 통합을 향한 길에서는 집단적 방어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한 유럽 국가들은 불안정한 핵 무기 옵션을 피해야 하며, 오히려 값비싼 냉전시대 무기가 아닌 재래식 무기와 탄약 조달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