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초에 만들어진 “2+2 형식”의 호주와 뉴질랜드의 외교 및 국방 장관 회담이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2024년 12월 6일 두번째로 열렸다. 이번 회담은 모든 측면에서 빠르게 발전하는 양국 관계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뉴질랜드 보수당 정부의 외교 정책
이러한 양국 관계 발전은 보수 우파인 국민당이 2023년 초 뉴질랜드에서 집권하면서 특히 두드러졌다. 이와 관련해선 몇 가지 설명이 필요하다. 첫째, 크리스토퍼 럭슨(Luxon) 총리가 이끌고 있는 현 집권 국민당 정부는 2023년 1월에 공식적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처음에는 조기 사임한 저신다 아던 총리의 노동당 정부를 이어 임시 정부로 기능했다. 이런 임시 정부 지위는 2023년 11월까지 지속되었으며, 11월에 실시된 총선 이후 “임시 정부”라는 딱지를 벗을 수 있었다. 국민당이 이끄는 연립 세력의 총선 승리는 결코 압도적이지 않았으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당은 소수 정당과 정부 구성을 위한 복잡한 협상을 해야만 했다.
둘째, 뉴질랜드가 이전 노동당 정부를 포함하여 지난 수십 년 동안 다른 영어권 국가가 뉴질랜드의 외교 정책에 대해 가졌던 우려를 완전히 무시했다고 말하는 것은 부정확하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는 5개 앵글로색슨 국가 간의 정보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현 보수 정부가 집권하기 전까지 뉴질랜드는 2010년 말에 시작된 국제 무대에서의 미-중 관계 악화가 중국-뉴질랜드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 하반기에 시작된 글로벌 구조 조정 과정(특히 Skripal 사건)은 불가피하게 뉴질랜드에 영향을 미쳤는데, 특히 뉴질랜드가 현재 “미-중 전략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욱 그러했다.
호주-뉴질랜드 양자 관계
뉴질랜드는 앞서 언급한 글로벌 구조 조정에도 관여했는데, 그 주무대는 광대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주변 지역이었다. 당연히 뉴질랜드의 지도자들은 가장 가까운 지역 파트너인 호주와의 관계를 최우선시했다. 임시 정부의 “관리자” 지위를 벗어난 지 2개월 만에 뉴질랜드 국민당 정부는 호주 정부와 “2+2 ” 외교 및 국방 장관 회담을 출범시켰다. 첫 번째 “2+2” 외교 및 국방 장관 회담은 2023년 2월 1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렸다. “2+2” 형식의 장관급 회담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두 나라 간 관계가 특히 긴밀하고 신뢰할만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양국 간 광범위한 문제에 대한 보다 긴밀한 협력의 의지와 의도는 6개월 전인 2023년 6월 8일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열린 첫 번째 “2+2” 양국 재무부 및 환경부 장관 회담에서 표명되었다. 이 회담은 이후 2024년 7월 30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두 번째로 개최되었다. 두 회담 모두 “공동 성명”으로 마무리되었다.
인도-태평양 지역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바라볼 때, 12월 6일 오클랜드에서 열린 제2차 “2+2” 양국 국방 및 외교 장관 회담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 회담에서 채택된 공동 성명 문서의 핵심 사항은 여기에서 검토할 수 있다. 특히, 첫 번째 장의 제목인 “호주-뉴질랜드 동맹”이라는 문구가 눈에 뛴다. 이 장은 두 나라 간의 “자연스럽고, 우호적인” 유대감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시작한다.
이 성명의 마지막에는 냉전이 한창이던 1951년에 채택된 호주, 뉴질랜드, 미국 간 3국 군사-정치 조약인 앤저스(ANZUS) 조약에 대한 언급으로 마무리된다. 오클랜드에서 논의 중인 문서에 서명하기 전까지는 ANZUS 조약의 존재를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가치가 있다.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국제 조약 참조 가이드에 따르면 수십 년 동안 ANZUS 조약은 공식적으로 해체되지는 않았지만 미국과 뉴질랜드는 실제 동맹 관계를 유지하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고 지속적으로 언급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은 뉴질랜드가 1984년 자국을 핵무기 없는 국가로 선언한 데서 비롯되었다. 당시 뉴질랜드는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았더라도 핵 추진 시스템을 갖춘 미국 선박에 대해 입항을 하지 못하도록 자국 항구를 폐쇄했다. 반면 일본은 뉴질랜드와 유사한 “비핵 3원칙”정책을 유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조치를 취한 적이 없다.
1984년 뉴질랜드의 비핵화 선언에 따라 ANZUS 동맹에서 뉴질랜드가 사실상으로 탈퇴한 후, 나머지 두 회원국인 호주와 미국은 새로운 조건에 맞게 동맹을 재편했다. 그러나 냉전이 종식되면서 호주와 미국의 양자 형태의 ANZUS 동맹조차도 거의 활동의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은 세계가 뒤집힌 것처럼 보였던 2010년 후반까지 계속되었다. 이 기간 동안 스콧 모리슨이 이끄는 이끄는 호주 보수 연립 정부는 동맹국과의 군사적-정치적 유대 관계를 급격히 강화하는 정책을 채택했다.
이러한 정책은 대체로 앤서니 알바니즈가 이끄는 현 호주 노동당 정부에서도 지지를 받아 왔으며, 호주는 새로운 동맹국인 일본과 포괄적 관계 발전을 가속화했다. 호주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또 다른 주요 세력인 인도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인도-태평양 지역의 변화하는 상황을 평가하는 관점에서 볼 때 2024년 12월 6일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발전이 있었다.
뉴질랜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참여 확대
12월 6일 열린 “2+2” 회담에서는 호주의 사례를 따라 뉴질랜드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포괄적으로 참여하는 광범위한 추세를 잘 보여준다. 실제로 이러한 추세의 주요 측면은 오클랜드에서 채택된 최종 문서에 언급되어 있다.
2024년 8월 호주를 방문하는 동안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는 뉴질랜드의 AUKUS 협정(호주-영국-미국) 가입 의향을 밝혔는데, 특히 최첨단 군사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춘 “필러(Pillar) II”에 가입할 의향을 밝혔다. 반면 AUKUS의 “필러 I”은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제공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일본과 한국도 AUKUS의 필러에 가입할 수 있는 잠재적 후보이다. 그러나 한국은 최근 내부 혼란으로 인해 가입이 불확실한 반면 일본이 현재 유력한 후보로 남아 있다.
그런데 2024년 6월 크리스토퍼 럭슨 총리가 일본을 3일간 방문했다. 당시 일본 총리였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논의에 관한 뉴질랜드 정부 성명은 양국이 다양한 측면에서 관계를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뉴질랜드가 경제적 번영을 누리는 국가이지만 무기력한 지정학적 변두리 국가라는 대중적(그리고 어느 정도 정확한)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그런 움직임의 변화를 분명히 보여준 것이었다. 그러한 이미지는 지금까지 뉴질랜드인에게 만족스러운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는 지정학적 변화의 폭풍은 불가피하게 뉴질랜드에도 영향을 미쳤다. 뉴질랜드가 세계적 분쟁에 점점 더 많이 관여함에 따라 이전에는 익숙하지 않았던 도전 과제들이 뉴질랜드에 닥칠 가능성이 높아져 간다.
마지막으로, 위에서 설명한 사태 발전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현재 상황을 평가할 때 규모 측면에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현상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 유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숫자가 적더하더라도 긍정적인 측면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긍정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이 지역에 관여하는 주요 강대국(적어도 지금은)들이 이 지역에서 전개되는 사태 진전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실은 격변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결코 만만치 않은 성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