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지정학적 변화로 인해 남코카서스 지역에서 러시아의 세력이 위축되고, 중동 국가들의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어, 이 지역에서 “소련 붕괴 이후”의 역사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
남코카서스는 지정학적 변화를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의 효과적인 해결은 이 지역이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는 각각 자국의 외교 정책을 다양화하여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제한하려고 노력하면서 세계 무대에서 점차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조지아는 유럽 연합, 중국 그리고 일정 부분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했으며, 아제르바이잔은 터키, 이스라엘, 중앙아시아 및 여러 유럽 국가와 긴밀한 관계를 모색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겪은 아르메니아는 유럽 연합과 긴밀한 관계, 터키와의 화해, 심지어 인도 및 일부 유럽 국가와의 군사적 연계를 추진했다.
남코카서스는 러시아와 서방 간 경쟁의 장(場)이 아닌 최대 6개 강대국이 영향력을 놓고 경쟁하는 매우 혼잡한 지정학적 공간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우리는 단지 소비에트 이후 시대의 종말을 목격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거의 200년 동안 현상 유지되어 온 남코카서스에서 러시아의 배타적 영향력이 종말을 맞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러시아의 힘이 쇠퇴하면서 남코카서스와 중동 간 긴밀한 관계가 다시 등장하게 되었다. 실제로 지리학은 그러한 연계를 선호한다. 러시아는 거대한 코카서스 산맥을 가로질러 위치하고 있으며, 중동 국가들은 오랫동안 남부 코카서스를 자신들 영토의 자연스러운 연장 지역으로 간주해 왔다.
남코카서스와 중동 지역 간 더욱 깊어지는 유대 관계는 무역, 투자, 에너지 인프라 기반 시설, 그리고 남부 코카서스를 이웃 강대국인 터키와 이란과 연결하는 철도 건설 등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터키는 아제르바이잔의 주요 동맹국이고 조지아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아르메니아는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 특히 터키는 러시아가 후원하는 전통적인 남-북 간 인프라를 관통하는 동-서 연계 개발을 추진해 왔다. 아제르바이잔 바쿠-조지아 트빌리시-터키 Kars 철도의 성공적인 완성이 한 예이다. 또 다른 예는 아제르바이잔과 터키가 아르메니아 최남단의 Syunik 지방을 경유하는 새로운 운송 경로를 개설하기 위해 강력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란 역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지난 10월에는 이란 영토를 거쳐 아제르바이잔과 월경지 나흐치반(Nakhchivan) 지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운송 회랑을 추진하기로 이란은 아제르바이잔과 계약을 체결했다. 이란은 또한 이란 남부에서 아제르바이잔과 카스피해를 거쳐 러시아까지 이어지는 국제 남-북 운송 통로에 대한 작업을 진행했다. 이외 다른 계획으로는 이란과 조지아의 흑해 항구인 포티(Poti)와 바투미(Batumi) 사이를 견고하게 연결할 수 있는 아르메니아를 통한 도로 개발이 있다.
남코카서스의 에너지 인프라 역시 점차 중동과 연계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2022년 터키 가스 수요의 약 16%를 충족시키는 터키의 주요 가스 공급국 중 하나가 되었으며, 이란과 아르메니아는 2030년까지 가스 무역 협정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시리아 내전은 중동의 정치적, 군사적 상황이 남부 코카서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조지아의 판키시(Pankisi) 협곡 주민들은 시리아와 이라크의 과격 이슬람 단체에 맞서 싸우겠다고 자원해 테러 확산에 대한 두려움을 촉발시켰다. 시리아는 또한 조지아의 분리주의 운동 지역인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의 독립을 인정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그리고 2020년 제2차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에서는 시리아 군인들이 아제르바이잔을 위해 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를 넘어 다른 영역에서도 아르메니아와 조지아는 다른 주요 중동 국가들과 강력한 관계를 구축해 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아르메니아와 외교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했으며, 아르메니아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외의 걸프 지역의 다른 국가들과도 관계를 확대했다. 조지아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요르단 등의 국가와의 관계에서도 아르메니아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같은 다른 국가들도 점점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아제르바이잔의 관계는 특히 주목할 만한데, 양국은 긴밀한 군사적 유대를 자랑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제2차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에서 효과를 거두기 위해 첨단 이스라엘 무기를 사용했고, 그 덕분에 가장 최근인 2023년 9월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되찾았다. 아제르바이잔은 또한 이스라엘 석유 수요의 최대 40%를 충족시키는 주요 석유 공급국이다.
아제르바이잔과 중동 지역의 연계는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관계 악화가 남코카서스 지역에 상당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아제르바이잔을 자신의 첩보 활동에 이용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아제르바이잔은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비난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이슬람 국가 중 하나였는데 이러한 아제르바이잔의 태도는 이란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남코카서스에서 러시아의 지배가 끝나자 이 지역이 중동에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것은 실제 이전의 정상적인 관행으로의 복귀인데, 전통적으로 남코카서스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세력은 중동 국가들이었다. 이란과 터키에게 있어 남코카서스 지역에서의 러시아의 헤게모니는 항상 비정상적인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서구에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지각판의 변화는 여러 국가들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그러나 유럽 연합과 미국은 지리적 거리로 인해 제한을 받고 있으며 또한 이 지역에서 발휘될 수 있는 경제적 지렛대가 별로 없다. 터키와 이란은 둘 다 남코카서스 지역 근처에 위치해 있으며 그래서 남코카서스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얻기를 열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