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온 신경을 쓰고 있는 동안 중동은 2023년 큰 혼란의 시간속으로 빠져들 것 같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서구 국가들이 골몰함에 따라 과거 냉전시대와 같이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지정학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불과 몆달 전만해도 주목을 받았던 이란 문제과 같은 다른 이슈는 사실상 외면되었다.
그러는 동안 러시아와 이란의 관계는 더욱 가까워졌다. 여러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수호이 35 전투기를 러시아로부터 구입한다고 한다. 이란은 이란혁명 이전 미국으로부터 구입한 F-14, F-5 구식 전투기와 1990년대 초반 러시아로부터 들여 온 소련제 미그 29 같은 오래된 전투기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란이 수호이 35 전투기를 구입해 들여온다면 이것은 이란 최초의 주요한 무기 구매가 될 것이다. 이란은 수십년 동안 엄격한 국제제재를 받고 있어 해외로부터 신식 무기를 구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란에게는 나름 희망이 있었는데 그것은 해외로부터 큰 도움없이 낙후된 이란 군사기반시설을 개선하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강력한 국내산업 기반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강력한 국내산업 기반 덕분에 이란의 드론 프로그램이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 이란이 만든 사헤드-136 드론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주요한 성과 없이 고전할 때 러시아에 공급되어 사용됨으로써 이란-러시아 관계가 돈독해지는 데 큰 역할을 하여 양국 관계 개선의 상징이 되었다. 반면 터키는 우크라이나에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베이락타르 TB-2 드론을 제공하였다. 이란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것은 전략적 의미에서는 사실이나 전술적 의미에서는 사실이 전혀 아니다.
이란이 구입하는 수호이 35 전투기는 이란의 재래식 무기에 큰 자산이 될 전망이다. 지정학적으로 수호이 35 전투기는 중동지역의 취약성과 그 지역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각국의 국익에 관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이집트의 관점에서 보면 원래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이란이 드론을 계속해서 러시아에 공급해 주었기 때문에 러시아가 수호이 35 전투기를 이란에 제공하는 것은 드론에 대한 대가로서 지불하는 것이다. 이집트도 1970년대 이후 미국에 F-15 전투기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미국은 이집트의 여러 좋지 않은 인권기록 때문에 판매를 거부했는데 수호이 35 전투기는 이집트에게도 구식 미그 29기로 이뤄진 공군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었다. 미국은 전략적 결정을 함에 있어서 더욱 오랜 시간을 끌었는데 그 결과 중동에 있는 자신의 파트너 국가들이 이에 견디지 못해 러시아나 중국 편으로 돌아서서 그들의 국익을 관철시킬 수 있었던 사례가 많았다.
이란은 이란 핵협정이 완전히 붕괴되고 그에 따라 중동국가들이 핵 협상을 다시 부활시키려는 시점에 자신의 최전방 전투기 전단을 현대화하려 하고 있다. 또한 이 시점은 유럽연합이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부르고, 미국이 이란으로 하여금 더 이상 핵능력을 가지지 못하도록 하려는 등 서구국가와 이란 관계가 최악에 처한 시점이기도 하다. 유럽과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온 신경을 쓰고 있는 동안, 중동은 2023년 큰 혼란의 시간속으로 빠져들 것 같다. 어쩌면 이란 뿐만 아니라 다른 중동국가들도 핵 개발로 향해 달릴지도 모르겠다.
미국은 여전히 중동지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국가이지만, 중국과 러시아 같은 국가들도 중동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예를 들어, 아랍에미레이트는 중동에서 미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 중 하나이지만 유엔에서 있었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 침공 비난 결의안 표결에서 찬성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댓가로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자 많은 러시아 자본이 전쟁과 푸틴 대통령을 피해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로 몰려들어 아랍에미레이트 경제를 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란과 함께 중동에서 자웅을 겨루는 중동의 강자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 바이든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반면 러시아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석유수출기구 플러스 (OPEC+)의 일원으로 세계 석유 가격 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또한 중동 국가들은 미래 강대국간의 대결, 특히 미-중 간 대결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 중동국가에는 미국의 영원한 동맹 이스라엘도 포함된다.
이스라엘은 네타냐후가 총선에서 승리하고 극우 정당들과 연립정부를 수립해 이란에게 강경한 입장을 펼칠 전망이다. 이란이 러시아로부터 수호이 35 전투기를 구입한다는 소식을 접한 이스라엘은 미국에 접근하여 이미 이스라엘 공군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F-15EX 전투기 25대를 구입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구입 시도는 이스라엘이 견고하게 보호되고 있는 이란의 핵개발 기지를 공습할 역량을 고양하기 위해서이다. 이스라엘은 이미 중동지역 최강의 전투기인 F-35를 운용하고 있는데, 중동지역에서 계속해서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고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아랍에미레이트와 2020년 아브라함 조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랍에미레이트가 자신과 같은 군사적 역량을 갖추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행동은 이스라엘-아랍간 화해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스라엘-아랍간에는 차이와 간극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의 정치행보와 관련하여 미국-이스라엘간 견해차가 있었지만 양국은 역대 최대의 합동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이를 보면 미국이 이스라엘의 중동 이익에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합동 군사훈련 도중 미국 국방부 고위관리는 이란은 절대 핵무기를 가지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란에 대한 외교적 관여정책의 동력이 천천히 꺼져가고 있는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이란간 협력은 강화되고 있다. 중국은 현재 러시아, 이란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지만 조용한 침묵을 지키고 있다. 비록 러시아군의 시리아 주둔으로 양국간 외교관계가 복잡하지만 러시아-이란간 안보협력은 가까운 미래에 양국에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다. 미국 내 골치아픈 정치적 문제에서 다소 해방된 바이든은 중동지역의 전통적 파트너 국가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재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 시절의 당근 정책 보다는 트럼프 정부 시절의 채찍 정책을 바이든 정부가 계속 사용하여 미국은 더욱 강경한 중동정책을 펼치게 될 전망이어서 이러한 바이든 정부의 강경입장이 더욱 중동에서 먹힐 것 같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 중동에 어떤 일이 전개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란은 계속해서 대화를 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동시에 자신의 국익이 달린 문제에 대해서는 계속 전략적, 전술적 정책을 펼치며 결코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2023년은 중동지역의 변곡점이 될 전망인데 만약 이란이 핵 프로그램에서 큰 진전을 이룬다면 현상유지가 깨질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은 과거 비밀리에 자신의 의지와 계획에 맞춰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타격하려고 한 적이 있다. 물론 이란에 대한 공격을 잠정 유보한 적도 있지만, 과연 제기되는 의문은 현재 이스라엘-이란과의 대화가 어느 정도 진전되었으며 미래에 외교적 관여정책이 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외교적 관여정책은 미국 또는 이란의 전략적 실수로 한 순간에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