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포함해 최소 12개 국가가 팔레스타인 난민에 구호를 제공하는 유엔 기관인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이러한 지원 중단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 직원 12명이 연루됐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에 따른 것이다. 이에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는 연루 의혹을 받는 직원 모두를 해고하고 이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
연루 의혹의 심각성은 모두에게 분명하고 미국은 자국의 자금 지원 중단의 중요성을 경시하고 싶어했지만 이번 지원 중단 조치는 선례를 따르지 않는 조치였다.
예를 들어, 서방의 기부국들은 성폭행, 부패 또는 전쟁 범죄 공모 혐의를 이유로 다른 유엔 기관이나 평화 유지 활동에 대한 자금을 취소하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에 대한 자금 삭감은 가자 지구에 거주하는 170만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과 심지어 난민 지위 조차 없는 4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에게 영향을 미칠 것인데, 이들 중 다수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 인프라의 혜택을 받고 있다. 일부 비판가들은 더 나아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와 같은 자금 수혜 기관의 지위를 박탈하는 것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집단적 처벌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난민 지원, 보다 일반적으로 인도주의적 지원은 이론적으로 중립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민 및 국제 관계 전문가로서 우리는 자금 지원이 종종 외교 정책 도구로 사용되어 동맹국은 보상을 받고 적국은 처벌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에 대한 자금 삭감이 난민, 특히 팔레스타인 난민에 대한 지원을 정치화하는 그런 패턴을 잘 보여준다고 믿는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는 어떤 조직인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근동 지역 팔레스타인 난민을 위한 구호 및 활동 기관)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 그 이후 아랍-이스라엘 전쟁으로 이어지는 몇 달 동안 약 750,00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추방되거나 도망친 지 2년 후 설립되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가 창설되기 전에는 다수의 종교적인 국제 및 지역 조직이 팔레스타인 난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난민 수용소 전체에 만연한 극심한 빈곤과 비참한 상황을 조사한 후 모든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을 포함해 유엔 총회는 1949년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를 창설하기로 투표했다.
창설 이후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는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와 팔레스타인 점령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 지구 등 5개 지역에 거주하는 60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에게 식량, 의료, 학교 교육, 경우에 따라선 주택을 제공하는 주요 구호 기관이 되었다.
Nakba 또는 “재앙”으로 잘 알려진 팔레스타인인의 대량 이주는 1951년 난민 협약 이전에 발생했다. 난민 협약은 난민을 “1951년 1월 1일 이전 유럽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박해에 대한 근거 있는 두려움을 가진 사람으로 정의했다. 1967년 난민 의정서가 난민의 정의를 전 세계적 사건으로 확장했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은 여전히 난민을 보호하는 주요 국제 시스템에서 제외되어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는 팔레스타인 난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책임을 맡고 있지만, 유엔은 또한 장기적인 정치적 해결책을 모색하고 “난민의 송환, 재정착, 경제적, 사회적 재활, 보상금 지급을 촉진하기 위해 1948년에 유엔 팔레스타인 화해위원회를 창설했다.”
결과적으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는 다른 난민들에게 이용할 수 있는 기존의 지속 가능한 솔루션을 추진할 권한이 없다. 공교롭게도 유엔 팔레스타인 화해위원회는 불과 2년여 동안만 활동했고 그 이후로는 미국 주도의 중재 평화 과정이 선호됨에 따라 이 위원회는 유명무실해졌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는 정치적인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는 창립 이래, 특히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는 기간 동안 정치적 역풍을 겪어왔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는 유엔 조직이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비(非)정치적이지만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미국을 포함한 기부 국가로부터 정치적으로 행동한다는 비판을 자주 받아왔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는 교육, 보건, 인프라 등 5개 분야에서 국가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정치 또는 안보 활동을 수행하는 권한은 제한되어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에 대해 초기 팔레스타인들이 반대한 것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가 난민을 그 수용 국가에 경제적으로 통합하는 데 초점을 두는 데서 비롯되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는 팔레스타인 난민의 본국 귀환을 요구하는 유엔 총회 결의안 194호를 공식적으로 준수했지만, 유엔, 영국, 미국 관리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수용국에 재정착시키고 통합시킬 수 있는 수단을 모색했다. 이들은 이러한 방안이 팔레스타인 난민 상황과 나아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정치적으로 바람직한 해결책으로 여겼다. 이러한 의미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가 고도로 정치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인식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는 팔레스타인 난민의 촉구에 따라 주요 초점을 일자리에서 교육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의 교육 자료를 팔레스타인의 전투성을 더욱 부추기는 것으로 여겼고, 이스라엘 정부는 1967년부터 자신이 점령한 가자 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지구의 모든 교육 자료를 확인하고 승인할 것을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난민 수용소 관리와 팔레스타인 난민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의 역할을 의심해 왔지만, 국제적으로 자금을 지원받기 때문에 이 조직의 운영은 이스라엘이 점령국으로서 제공해야 할 서비스에서 매년 수백만 달러를 절약해 준다.
1960년대 부터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의 주요 기부국인 미국과 기타 서구 국가들은 난민의 과격화를 방지하기 위해 원조 자금이 사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표명해 왔다.
무장 단체의 증가에 대응하여 미국은 1970년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는 미국 기부금의 어떤 부분도 소위 팔레스타인 해방군(PLA)이나 기타 게릴라 형태의 조직의 일원으로 군사 훈련을 받고 있는 난민을 지원하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는 조항을 첨부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는 이 요구 사항을 준수하여 수용국 정부가 조사할 수 있도록 자신의 직원의 연간 목록을 게시하기도 하지만, 직원 수는 30,000명에 이르고 이들 중 대다수는 팔레스타인 사람이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가 무장 단체의 활동에 연루되어 있을 수 있다는 의구심 때문에 이 기구에 일하는 대규모 팔레스타인 직원의 소셜 미디어 활동을 기록, 조사하는 이스라엘 및 국제 감시 그룹이 등장했다.
반복적인 자금 삭감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을 막기 위해 유엔 내에서 자신의 돈과 권력을 사용해 왔으며,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유엔 결의안 45개 이상을 거부했다.
그리고 이번 미국의 자금 지원 중단이 팔레스타인의 지위와 연관된 문제와 관련하여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나 기타 다른 유엔 기구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한 첫 번째 사례가 아니다.
2011년 미국은 전 세계에 교육 및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유엔 기구인 유네스코가 팔레스타인 국가를 정회원으로 받아들이기로 투표한 후 이에 대한 모든 자금을 삭감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1990년대 미국의 법률에 따라 팔레스타인을 정회원으로 인정한 유엔 기구에 대한 자금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조치를 옹호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가 취한 조치의 영향은 심각했다. 단 4년 만에 유네스코는 직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여러 프로그램 운영을 축소해야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유네스코에서 미국을 완전히 탈퇴시켰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에 대한 6천만 달러의 기부를 중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지원 중단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협상하도록 하는 정치적 압력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에 대한 미국의 기부를 재개했다.
난민 지원의 정치화
난민 자금의 정치화로 고통받는 집단은 팔레스타인만이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들은 난민을 돕기 위해 다양한 국제기구를 설립했지만 전략적으로 일부 집단을 난민 정의에서 제외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난민들의 재정착을 돕기 위해 유엔 구호재활기구에 자금을 지원했지만 소련 국민을 본국으로 돌려보내라는 소련의 압력에 저항했다.
미국은 소련의 영향력을 회피하기 위해 국제이주기구의 전신인 별도의 조직도 창설했다. 여러 면에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의 존재와 난민 체제에서 팔레스타인 난민을 배제하는 것은 이러한 움직임과 유사하다.
난민을 위한 자금 지원도 유엔 기구에 대한 자발적인 기부를 통해 정치화되었다. 일부 기구는 유엔의 분담금에서 자금을 지원받는다. 그러나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는 유엔난민고등판무관 및 국제이주기구와 함께 회원국들의 자발적 기부금을 통해 자금의 대부분을 받는다.
이러한 기부금은 특정 활동이나 장소에 할당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미국이나 유럽 연합과 같은 기부자가 어떤 난민이 지원을 받고, 어떤 난민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지 지시하게 된다. 2022년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에 할당된 기부금은 유엔난민고등판무관 예산의 거의 96%, 국제이주기구 예산의 96%,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 예산의 74%에 달했다.
결과적으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에 대한 자금 삭감은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난민을 지원하는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기아, 질병 및 강제 이주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